북한 탱크 훈련병의 자괴감… “퇴비 도둑질 배우러 온 게 아닌데”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9일 “당의 농업정책 요구대로 유기농법을 적극 장려하자”라고 촉구했다. 사진은 ‘신양2호’ 발효 퇴비 생산에 힘을 넣고 있는 안악군 읍협동농장. /사진=노동신문·뉴스1

북한 당국이 식량 생산 확대를 위해 벌써 내년 농사 준비에 돌입한 가운데, 최근 북한군 탱크양성소 교육생들도 퇴비 생산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27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은 “지난 14일부터 땅크(탱크) 양성소인 인민군 제2734군부대에서는 교육생들을 퇴비 생산에 내몰고 있다”면서 “오전 상학(교육)과 무기 소제(掃除·청소) 시간을 제외하고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군인 교육생 1명당 하루 10키로(kg)의 퇴비를 바쳐야 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훈련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에도 양성소가 소유한 토지가 40정보(12만 평)가 넘어 어쩔 수 없다는 변명만 둘러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기서 제2734군부대는 북한군 총참모부 직속 관할 탱크 운전병을 양성하는 군 교육기관으로, 평안남도 개천시 용흥리에 있다.

한 해 졸업생은 600~700명 정도로, 이들은 신병교육(훈련) 3개월과 탱크 및 장갑차 이론과 운전 실습 등 1년 과정을 거쳐 기계화 장갑차부대들에 배치된다는 전언이다.

이처럼 많은 청년군인이 탱크 운전 교육보다 퇴비 생산을 비롯한 농사일에 더 많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셈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 같은 현상은 과거부터 거슬러 올라간다.

이와 관련 김정일이 2004년 10월 이 부대를 시찰했을 당시 가축사육과 버섯재배, 농사 등을 높이 평가한 것으로 알려진다. 최고지도자의 칭찬에 부대는 교육 보다는 부업(副業)에 더 치중하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또한 이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수십 톤의 콩과 강냉이(옥수수)를 수확,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력갱생의 산 모범을 보여준 부대’라는 평가를 받았다는 후문이다.

이에 점점 과격한 방향으로 상황이 전개된다. 하루 퇴비 생산 계획을 못 채운 군인들이 저녁 점검 이후 농장과 개인 집에 쌓여 있는 퇴비를 도둑질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지역 주민들은 탱크양성소 군인들을 보면 노골적으로 ‘우리 퇴비는 다치지(건드리지) 말라’는 말을 한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주민과 군인들 모두 이 같은 당국의 정책을 비난하고 있다.

소식통은 “군인들은 ‘땅크 운전병이 되려고 양성소에 왔는데, 인분이나 거름 도적질을 배우러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말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은 이 부대는 ‘기계화 초병들을 양성하는 기지라기보다는 농사전문가들을 양성하는 기지라고 해야 더 맞을 것’이라고 비꼬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