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취재기자단 중 10%가 보위부 요원인 이유

노무현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역사적 상봉을 취재하는 기자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남한의 기자들과 함께 카메라와 수첩을 든 북한 기자들의 모습도 TV화면으로 비쳐진다.

1차 남북정상회담에 나온 북한의 언론사들은 조선중앙통신사와 조선기록영화 촬영소, 조선중앙텔레비젼, 조선중앙방송, 노동신문, 민주조선, 청년전위 외국문출판사 등이었다. 여기에 북한의 대외 언론 창구 역할을 하고 있는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도 참여한다.

◆정상회담 취재 총괄은 선전선동부와 국가보위부=조선중앙TV 등 북한 매체 출신 탈북자들의 발언을 종합하면 북한에서 정상회담 취재진 선발은 언론사 자체 권한이 아니다. 기자들의 선발로부터 관리까지 모든 권한은 중앙당 선전선동부와 국가안전보위부가 틀어쥐고 한다.

먼저 국가보위부가 언론사별로 필력이 있는 부장급 간부들과 논설원, 정치교양부와 당생활부, 국제부기자들을 위주로 가족환경이나 생활동향을 심층 분석한다.

북한 매체 종사자였던 오 모씨는 “가정환경이 깨끗하고 지난날 과오가 없었던 인물들을 뽑아서 노동당 선전선동부에 먼저 보고하면 선전선동부가 이들 속에서 그쪽(남조선과 국제문제를 전문) 담당들을 중심으로 인원을 추려낸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방식으로 인원들을 뽑다 나면 국제 문제나 남조선 문제에 전문부서가 없거나 취약한 청년전위, 민주조선 같은 매체들은 논설원 1~2명 정도나 겨우 포함시키는 상황이 된다.

이에 대해 오 씨는 “취재 단의 70%이상은 조선중앙통신사와 조선중앙방송의 국제부, 남조선문제부서 기자들이다. 그 외 20%정도만 기타 언론사기자들로 채워 진다. 나머지 10%정도는 당연히 언론계가 모르는 인물, 항상 눈치보고 조심해야 할 보위부 요원들”이라고 말했다.

◆선전선동부가 소속사도 결정 통보=일단 인원이 선발된 다음 선전선동부가 매 기자들의 소속사를 분배해 준다. 중앙방송기자가 하루아침에 청년전위나 외국문도서 기자(회담을 위해 임시)로 둔갑한다.

인원이 선발되면 한 달간의 전문적인 취재훈련에 돌입한다. 우선 중앙통신사가 주최하는 최근 남북한 정세와 국제정세에 대한 강의 (남한의 정치, 경제, 학생운동과 민주화 운동, 국가보안법의 내용들, 중요한 국제문제)를 들어야 한다.

그리고 선전선동부와 국가보위부가 주최하는 취재활동에서 준수해야 할 기본 원칙을 학습해야 한다.

이 기간에는 집도 보내지 않고 평양시의 호텔에서 학습시킨다. 특히 체중을 늘리기 위해 고기와 영양식으로 특별대접을 받는다. 이 기간에 보통 체중이 5~7kg 정도 늘게된다.

마지막으로 회담을 며칠 앞두고 달라진 체중에 맞게 매 기자들이 입고 나갈 양복과 구두, 속옷들을 무상으로 지급받는다. 취재기간 기자들은 당, 보위부가 지정한 질서에 따라 취재에 임한다. 마음대로 남한의 기자들과 이야기를 주고받거나 취재활동을 해서는 안된다.

기자들의 임무는 취재와 기사작성이지만 본업에는 큰 관심이 없다. 이보다도 자기도 모르게 발언이나 행동에서 실수를해 화를 입지 않을까봐 더 큰 걱정을 하게 된다.

조그마한 실수도 국가의 권위와 장군님의 위신을 손상시킬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철직이나 심할 경우 수용소에 끌려갈 수도 있다.

◆선전선동부가 기사 취합해 일괄배분=북한의 모든 신문, 방송내용들은 하나같이 꼭 닮은 꼴들이다. 일단 기자들이 글을 써내면 선전선동부와 출판검열국이 2중3중의 검토를 거쳐 잘 되었다고 생각되는 것들을 언론사들에 분배해주기 때문이다.

통신사들은 분배 받은 내용을 자기들의 적성에 맞게 간단히 수정하여 신문이나 방송에 내면 된다.

하루 취재가 끝나면 기자들은 집단적으로 묵고 있는 숙소에서 국가보위부 부부장, 선전선동부 일꾼들이 참가하는 엄숙한 분위기의 총화를 진행해야 한다. 취재과정에 개별적인 행동보고와 다른 사람들의 결함에 대해서도 서면으로 보고해야 한다.

오 씨는 끝으로 “북한의 실정에서 마음대로 취재하고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일이다. 그런 분위기에서 언론이 좋은 글을 낸다든가 민족의 장래가 논의 될 국민의 토론마당을 이끌어 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전했다. 이번 회담에서도 그렇게 훈련 받은 사람들이 북한 취재단으로 활동 중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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