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스커드 미사일 발사대 2기를 동해안으로 추가 배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사일 발사 여부가 다시 도마에 오르고 있다. 최근 중국을 통한 ‘대화’ 기류도 감지되고 있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배제하는 것은 아직 성급하다는 관측이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25일 조선인민군 창건일 또는 한미연합훈련인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30일 이전에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다음달 7일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겨냥, 북한 문제를 주요 이슈로 올려놓기 위해 미사일 정국을 이어갈 수도 있다.
북한이 실제 미국령인 괌까지 도달할 수 있는 무수단(사거리 3000~4000km)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협상은 물 건너 가고 한반도 정세는 급격히 얼어 붙을 전망이다.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결의 2094호에 명시된 ‘트리거(trigger·자동개입) 조항’에 따른 추가 제재도 불가피하다. 중국의 견제도 부담이 적지 않다.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이달 초 무수단 등 중단거리 미사일을 동해로 이동시켜 발사 준비를 마친 뒤 최근 열흘 넘게 특별한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지만, 아직 미사일을 그대로 배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동해안에서 발사 준비를 하고 있다는 탄도미사일을 아직 철수하지 않은 것 같다. (북한이 배치된 탄도미사일을) 철수해야 상황이 종료될 것”이라며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사거리가 비교적 짧은 스커드(사거리 300~500km), 노동(사거리 1300km) 미사일 발사를 강행할 경우 남북 관계와 북일 관계는 악화될 수 있지만 대외적 협상의 여지는 남을 수 있다. 북한이 한반도 긴장 국면을 해소하기 위한 출구전략으로 무수단이 아닌,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 발사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데일리NK에 “현재는 소강 상태지만 상황은 끝난 것이 아니고 26일에 한미 연합 상륙작전이 있다”면서 “(북한이) 상륙작전 억지력 차원에서 (미사일 발사를) 전날인 25일이나, 독수리 훈련이 끝나는 30일 전을 택할 가능성이 현재로써는 높다”고 내다봤다. 5월 7일 한미정상회담까지 끌고 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신 대표는 이어 “무수단을 발사하면 추가 대북제재와 중국의 반발 때문에 고민 중일 것”이라면서도 “미국에 강력한 메시지를 주려면 무수단 발사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게 되면) 중국이 북한에게서 한 발짝 멀어지는 결과가 될 것”이라며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 발사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켜놓고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으면 김정은 체제의 지도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명분 차원에서 동해 공해상에 스커드나 노동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신범철 한국국방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의 도발 국면은 안정세를 보이는 것으로 보이지만,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상존, 이달 말까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다”면서 “노동이나 스커드 미사일을 동해에 떨어트리는 방식을 택해 체면도 유지하면서 현 국면을 마무리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실장은 이어 “남북 관계는 악화될 수 있다”면서도 “결국 미국과의 협상에서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려는 게 목표다. 무수단을 발사하면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새로운 제재가 불가피하기 때문에 고민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미 대화 협상을 위해 상황을 악화시키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