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존엄 모독’ 주장의 지독한 自己愛

지난달 말 한 대북 민간단체의 세미나에서 북한 영상 한편이 공개됐다. 2012년 아동절을 맞은 북한 유치원생들의 체육경기 모습이었다. 이날 아이들은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모형물을 세워놓고 총검으로 찌르거나 넘어뜨려 밟고 돌아오는 경기 등을 진행했다. 마지막에는 기름을 부어 불을 붙이는 화형식까지 열었다. 


북한이 최근 우리 민간단체의 태양절 반북(反北) 퍼포먼스를 거론, ‘최고존엄 모독’ 운운하면서 위협하고 있다. 북한에서 최고지도자는 권위와 권한 면에서 남한 대통령보다 훨씬 강력하지만 이는 독재의 성격에서 비롯된 것이다. 최고지도자의 지위와 존중은 남이나 북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공식 매체뿐 아니라 각종 대남 기관과 웹사이트를 통해 우리 대통령에 대해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악담을 거듭해오고, 유치원생들까지 동원해 화형식을 진행해놓고서는 우리 민간단체가 진행한 반북 퍼포먼스를 탓하며 ‘전쟁상태 진입’까지 주장한 것은 한참은 오버인 셈이다. 


적반하장(賊反荷杖). 도둑이 도리어 몽둥이를 든다는 뜻으로,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잘한 사람을 나무라는 경우를 이르는 말이다. 요즘 북한에 잘 어울리는 말인 듯하다. 그런데 오히려 북한이 우리 정부에 “도적이 매를 드는 격”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잇따른 도발적 언사에 우리 정부가 ‘품격 있는 언어를 쓰라’고 촉구하자 북한은 19일 대남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를 통해 “인간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악행을 서슴없이 저지른 천하의 불한당들”이라며 이같이 대꾸했다.


우리 민간단체들이 태양절(4월 15일·김일성 생일)에 생명보다 더 귀중하게 여긴다는 ‘최고존엄’을 훼손하고 모독한 것에 대한 사과 없이 오히려 “품격”이니 “응징”이니하는 것은 경악할 일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북한이 우리 대통령에게 욕설을 하고 악담을 퍼부은 역사는 길다. 김영삼 대통령 시절까지 가장 많이 등장했던 말은 사대 매국노, 파쇼 우두머리, 역도라는 단어였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때는 당국자라는 표현 등을 사용하며 비난을 자제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 들어 북한의 비난은 원색적이고 저질스런 악담으로 변모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해 4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비난하기 위한 10만 군중대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명박 패당을 죽탕쳐버리기 위한 평양시 군민(軍民)대회’라는 제목으로 진행된 대회에서는 이 전 대통령을 “쥐XX”라고 칭하면서 “전국적인 쥐잡이 운동을 벌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의 사진을 사격표지판으로 사용하고 쥐에 비유한 포스터를 공개하기도 했다.


또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있었다.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대표를 역임할 당시 우리민족끼리는 ‘유신의 창녀’ ‘유신의 배설물’ 등 상식 이하의 표현으로 비하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아직까지 박 대통령의 실명을 거론하며 극단적인 비난을 내놓지 않고 있지만 ‘치마바람’, ‘청와대 안주인’, ‘안방주인’ 등 조롱이 섞인 반응을 내보내고 있다. 김정은을 노동당 청사 집주인이라고 했다면 북한은 발끈했을 것이다. 


북한이 ‘최고존엄’ 모독을 앞다퉈 비난하는 것은 충성경쟁 일환일 수 있다. 그러나 북한 통치집단에게 최고존엄이 중요하다면 역지사지의 생각도 가져야 한다. 그러나 조평통은 우리 당국자들을 향해 “늙다리 떨거지들”, “치매걸린 늙다리 산송장들”, “김관진을 두목으로 하는 괴뢰군부깡패” 등 갈수록 험담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