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최고권력 ‘3인방’, 그들은 왜 내려왔나?

경천동지할 일이다. 북한 권력의 최고 3인방이 동시에 아시안게임 폐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인천공항 입국이라니! 지난 60년 동안 북한의 사정이 이보다 절박한 적은 없었다.


가뜩이나 김정은의 ‘실종내막’이 흉흉한 가운데 이 3인의 동시 등장은 무슨 의미일까? 굳이 최고 3인방이 모두 와야만 했을까? 그 이유는 무엇일까? 김정은의 ‘진심’을 얼마나 담아 왔을까? 설마 김정은과 무관하게 왔을까? 그렇다면 거의 ‘망명(?)’이나 다름없다. 빈 손으로 돌아갈 수 없다.


‘빅딜’ 카드를 가지고 왔을까? 그 내용은 무엇일까? 진짜 의도는 따로 있지 않을까? 의문은 꼬리를 문다. 우선 이들이 갖고 왔을 카드가 무엇인지 과감하게 추측해 본다. 크게 3가지 시나리오를 상정할 수 있다.


첫째, 북한 자치설. 지금 북한은 김정은 통치불능의 상황이다. 우리 3인이 중심이 돼 김정은 이후를 준비할 테니 남한이 보호막이 되어달라. 남한이 북한 권력자 그룹을 지켜준다면 내부 정비하여 사회주의 체제전환으로 나아가겠다.


둘째, 남한 이양설. 지금 북한은 자체 동력을 완전히 상실했다. 북한 정치체제만으로는 더 이상 지탱이 불가하니 남한이 주도적으로 북한을 관리해달라. 사실상의 통일이다. 그 구체적인 방법과 방향을 시급히 논의하자.


셋째, 중립 자치공화국설.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땅을 어떻게든 잠식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이다. 당장 남한과 통일하기도 어렵고 북한이 과거 지배체제를 유지하기도 불가하다. 이제 우리(북한 권력 그룹)가 북한을 동북아의 ‘스위스’로 만들 테니 도와달라.


위 3가지 가능성은 말 그대로 시나리오다. 그러나 공통점이 있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에 기대고 싶지 않다는 것. 북한이 남한의 도움 없이는 미국으로부터 효과적인 지원을 받기 어렵다는 것. 그만큼 북한 단독으로는 대외관계의 관리가 불가능하다는 의미이다.


문제는 우리(남한)가 어떤 카드를 받을 수 있느냐이다. 북한으로서 유력한 카드는 첫째와 셋째가 결합된 형태일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장기적으로는 북한도 사회주의 체제전환으로 나아가 자본주의화 하지 않으면 발전할 수 없다. 이 점은 그들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북한의 내부동력으로는 체제전환하기 어렵다. 믿을 수 있는 파트너의 헌신적인 지원이 절실하다. 누가 파트너로 적절할까? 허울뿐인 ‘혈맹’ 중국이 아니라 그래도 남한밖에 없다는 인식은 당연하지 싶다.


그럼에도 단 한번의 미팅으로 얼마나 신뢰구축, 상호확인이 가능할 수 있을까? 그들은 노회한 우회전략으로 접근할 것이다. 처음부터 속내를 열어 자기들이 갖고 온 진짜 카드를 툭 꺼내지 않을 것이다. 남한의 역량과 속내를 여러 방식으로 타진해볼 것이다. 그리고 판단할 것이다.


만약 이들이 남한과 ‘거래’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다면 그 다음 수순은 무엇이 될까? 어쩌면 진짜 속내는 따로 있는 것은 아닐까? 3인이 함께 왔다는 사실은 자기들 ‘판단’의 정확성을 높이기 위한 마지막 안전장치 아닐까? 그만큼 사태의 중차대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협상을 통한 북한 권력자 그룹의 안전보장 불가’라는 인식에 이른다면 앞으로 북한은 남한에 대해 국지전이라도 일으킬 만큼 호전적으로 나올 것이다. 희망이 없는 땅에선 폭력만이 돌파구이자 절망의 분출구임을 이들이 더 잘 알고 있다.


상식적으로 볼 때는 남한은 이들이 원하는 바를 최대한 수용해 주고자 노력할 것이다. 이렇게 내려온 3인방에게 과거 북한의 잘잘못을 훈계하며 닦달하다 ‘판’을 깨는 ‘하수’를 둘만큼 어리석다고는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럼에도 ‘판’이 깨지는 순간 이들은 ‘불가판단’을 내릴 것이다.


만약에 숨겨진 네 번째 시나리오로 이들이 처음부터 남한을 정탐하기 위해 내려온 것이라면? 맥아더 사령부는 인천상륙작전을 위해 북한이 원산을 작전지로 예측하게 만들려고 온갖 노력을 다했다. 고위급 한국군 장교들이 흘린 피의 희생 위에 인천상륙작전은 성공했다.


마찬가지로 북한이 마지막 대남작전으로 남한의 대북 대응 역량을 탐지하기 위해 전격적으로 3인방을 보낸 것이라면 그 내용은 무엇일까? 그러니까 이들이 들고 온 대남 메시지의 실체는 전부 기만이고 남한의 교란과 적화도발의 기회를 결단하기 위해 온 것이라는 의심은 합당한가?


국가 안위가 걸려있는 모든 시나리오는 존중 받아 마땅하다. 희망뿐인 들뜬 분위기도 근거 없는 비관론도 모두 경계해야 한다. 무엇이 가장 현실적(realist)이냐는 냉정함으로 상황을 보아야 한다. 현실적이라 함은 발생 가능성이 단 1% 있는 미래의 일을 지금 일어난 일처럼 대응하는 것이다.


정책결정자가 철저히 현실적이 될 때 섣부르고 편향된 판단은 걸러지게 마련이다. 지금은 모든 사람이 현실적이 돼야 할 때이다. 어설픈 이념적 가치판단의 껍데기는 가라. 그들의 진짜 카드는 곧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