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최근 김일성-김정일주의청년동맹(청년동맹)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얼굴이 나란히 담겨 있는 새로운 ‘쌍상’ 초상휘장(배지)을 나눠준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소식통은 3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청년동맹에 새로 배포된 초상휘장은 김일성과 김정일이 함께 있는 ‘쌍상’”이라며 “예전에는 김일성이 홀로 들어가 있었는데 이제는 김 부자가 함께 들어간 것으로 교체됐다”고 전했다.
실제 새로 배포된 배지는 붉은 기폭(깃발) 모양을 띠고 있으며, 김일성과 김정일의 얼굴 아래 금색으로 ‘청년전위’라는 글씨가 적혀있다.
소식통은 이번 쌍상 배지 공급 배경과 관련, “원래 쌍상 초상휘장은 일반 초상휘장보다 가치가 있어 청년들이 굉장히 선호한다”며 “북한 당국이 청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제작·공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정은 체제의 후비대(後備隊)라고 할 수 있는 이른바 ‘장마당 세대’의 충성심을 높이려는 의도로 읽히는 대목이다.
북한에서는 통상 초상휘장이 새로 나오면 노동당과 근로단체, 정권기관의 핵심 권력자들이 먼저 차지하고 나머지는 열성 동맹원으로 인정받는 사람에게 수여된다. 당국에 대한 남다른 충성심을 치하하는 의미의 일종의 표창인 셈이다. 이러한 전례에 따라 이번 초상휘장도 열성 청년동맹원들에게 수여됐다고 소식통은 전했다.
그러나 초상휘장을 이용한 전통적인 우상화 및 충성심 유도 전략이 제대로 먹혀들지 않고 있는 듯한 분위기도 감지된다. 청년전위에 쌍상 배지가 공급되자마자 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모습이 포착되고 있기 때문이다. 중앙에서 배지를 공급받은 청년동맹 간부들이 일부만 나눠주고, 시장에서 대량 판매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소식통에 따르면 새로 나온 청년전위 쌍상 배지는 시장에서 북한 돈 2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를 현재 북한의 시장물가로 환산하면 쌀 4kg 가격으로, 노동당원들에게 배포되는 당 쌍상 배지가 2만 6000원에 팔리는 것과 비교하면 다소 낮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북한 시장에서의 초상휘장 매매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가중되는 경제난에 너나 할 것 없이 돈 되는 물건 판매에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당이 조직적으로 수여한, 그것도 ‘최고 존엄’의 얼굴이 담긴 초상휘장도 예외는 아닌 것이다.
실제로 현재 시장에서 제일 비싼 값에 거래되는 초상휘장은 김일성 기폭상으로, 가격이 높지만 없어서 못 팔정도라고 한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과 함께 있는 쌍상을 주로 제작하고 김일성 단독 초상휘장은 잘 만들지 않기 때문에 부르는 게 값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얼굴이 담긴 일반 주민용 초상휘장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고 한다. 한때 보위성 등 주요 고위 간부들에게는 배포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지만 주민들이 착용한 모습은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자신의 초상휘장을 내는 것을 만류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