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척박한 토양서도 市場 씨앗 뿌리내려”

“북한의 척박한 토양 하에서도 시장의 씨앗이 되는 화폐거래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식량난에 허덕이고 있는 북한이 중국과의 접경 지역내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 이들의 화폐거래 등을 사실상 묵인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0일 보도했다.

FT는 이날 9면 전체를 할애한 분석기사를 통해 최근의 북한 실상을 전하면서 북한 내에선 이 같은 자본주의 시장체제의 맹아가 자칫 소규모이며 폐쇄적인 북한경제 근간을 뒤흔들어 정권 존립기반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를 키우고 있다고 국제사회에 소개했다.

총 1만~3만명으로 추정되는 중국내 북한과의 접경지역에 주거하는 주민들 가운데 20명 가량을 상대로 최근 두달 사이에 실시한 인터뷰에 따르면 북한의 라진과 회령, 신의주 등 접경지역에선 국경을 넘나드는 상당한 수준의 교환행위가 성행하고 있다.

경제특구인 라진의 경우 모든 공장이 문을 닫았다.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이 지역 주민들은 생존을 위해 돈을 모으는 일이라면 무슨 일이든 나서는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뇌물 수수도 성행하고 있다. 중국의 한 국경담당 관리에 따르면 1천위안(약 12만원)만 있으면 중국에 가족이 없어도 북한인의 중국행이 가능하다.

북한 당국도 이 같은 뇌물 수수를 감지하고 있으나 이를 규제하기는커녕 6개월마다 국경관리 업무자를 교대하며 수입을 골고루 얻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모양새다.

북한 당국은 특히 올해 회령의 교역지 위치를 도심으로 옮겨 김정일 국방위원장 모친의 출생지인 이곳에 혜택을 주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없는 것이 없다는 회령시장에선 품질이 좋은 남한쌀도 구할 수 있다. 쌀 1kg이 북한돈 900원으로, 북한 노동자 평균 월급이 3천~4천원임을 감안하면 매우 비싼 수준이지만 실제 이곳의 교역은 화폐로 이뤄지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 당국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것은 주민들이 점점 경제적인 자립을 추구하게 될 경우 북한 체제 전반에 미칠 수 있는 파급효과 탓이다.

북한전문가인 중국 옌볜대 가오징주 교수는 “김 위원장은 주민 생존을 위해 이를 묵인하고 있으나 자본주의의 확산 속도가 지나치다고 느끼는 순간 곧바로 단속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주민 박현용(32) 씨는 “김 위원장은 주민들을 먹여살리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거짓이며 많은 사람들이 그가 죽기만을 바라고 있다”며 “북한 체제의 붕괴는 이미 진행중”이라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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