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집단체조…어제와 오늘

‘인간의 정신력과 창조력의 극치’ 북한에서는 집단체조의 의미를 이렇게 평가하고 있지만 북한 당국은 그간 체제 내부의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체제의 견고함을 대외에 과시하는 정치적 선전도구로 활용해왔다.

특히 북한의 집단체조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2000년 10월말 평양을 방문한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에게 미사일 발사장면을 연출한 카드섹션을 보여주면서 “미사일은 저것이 마지막”이라고 말해 미사일 협상의 급진전을 예고하는 외교의 장으로 활용된 사례도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월간 화보 잡지 ‘조선’ 8월호는 ‘집단체조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제목으로 집단체조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특집기사를 게재해 관심을 끌고 있다.

잡지에 따르면 북한의 집단체조는 광복 직후인 46년 5월 ‘소년들의 연합체조’ 공연이 효시가 됐다. 중요 기념일 행사마다 청소년들이 주로 참여하는 행진식에 차츰 체조와 음악이 가미된 형태로 발전했다.

체조와 음악이 보충되기는 했지만 그라운드에서 참가자들의 체조 동작을 중심으로 구성됐던 집단체조는 1955년 관중석을 활용한 대규모 카드섹션이 도입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특히 잡지는 “집단 체조는 일심단결된 조선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서사시적인 작품이 돼야 한다는 김정일 영도자의 정력적인 영도에 의해 비약적인 발전을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이런 김 위원장의 교시가 반영된 첫 작품이 1961년 항일투쟁의 역사와 북한 건국 이후의 역사를 소재로 만든 ‘로동당시대’였다. 이 작품에 대해 잡지는 “순수 체육적인 기교 동작으로 연결되던 집단체조에 역사적이며 시대적인 화폭을 담은 것은 커다란 전환이었다”고 평가했다.

이후 ‘조선의 노래’, ‘인민들은 수령을 노래합니다’, ‘일심단결’ 등 사상적 단결을 강조한 작품이 잇따라 창작됐으며 1990년대에는 조명 기술의 발전에 따라 실내 집단체조가 등장했다.

2000년 이후 집단체조의 규모를 키우고 예술공연을 결합시킨 ‘백전백승 조선로동당’과 ‘아리랑’이 창작됐으며 북한은 이들 작품을 노동당 시대의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고 있다.

특히 2002년 처음 공연된 대집단체조 ‘아리랑’은 연 출연자만 10만명에 달하는 초호화 규모로 진행돼 세계적으로도 큰 관심을 끌었으며 이달 16일부터 1차 공연을 업그레이드한 2차 공연이 평양 릉라도에 있는 5.1경기장에서 진행되고 있다.

북한에서 집단체조는 일상적인 모습이다. 평양 개선문 근처의 김일성 경기장 광장에 모여 있는 학생들이나 시민들은 대개 집단 체조를 연습하고 있다고 보면 틀림이 없을 정도다.

북한을 소재로 한 다큐멘터리로 성가를 높이고 있는 영국의 대니얼 고든 감독의 작품으로 오는 26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는 ‘어떤 나라(원제 A State of Mind)’ 역시 집단체조에 참여하는 두 명의 북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키고 있다.

이런 노하우가 쌓인 덕분에 북한은 전세계 46개국에 전문가를 보내 107차례나 집단체조 창작을 도왔으며 평양에서는 10여 차례 국제 집단체조 강습을 진행한 집단체조 강국으로 부상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