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도부 은밀 공격 가능한 스텔스기 필요”

정부와 군이 차기전투기(F-X) 사업을 재추진하기로 결정한 것은 대북 억지력 강화를 위해서는 스텔스 전투기가 필요하다는 예비역 장성들의 의견과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방위사업추진위원회는 24일 방위사업청이 F-X 후보 기종으로 단독 상정한 F-15SE 안건을 부결시켰다. 


군 관계자들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가장 조밀한 것으로 알려진 북한의 방공망을 타격하기 위해서는 스텔스기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사업 재추진이 결정됐다. 방추위 위원들도 북핵 등 북한의 비대칭 무기를 타격하기 위해 스텔스기가 필요하다고 대부분 동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지난달 말 역대 공군 참모총장 15명이 “차기 전투기 결정은 스텔스 성능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청와대에 보낸 건의문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친 것으로 알려졌다.


군사 전문가들은 스텔스기가 북한 지도부에 은밀하게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북측에 심리적 공포를 안겨주면서도 북핵 등 우리 안보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사항들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억지력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일본은 미국의 F-35A 도입을 확정지었고 중국과 러시아도 각각 스텔스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등 동아시아 각국의 스텔스 도입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 핵에 대한 킬체인 전력의 핵심 수단으로 국지도발에 대한 응징보복 수단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항공기술 발전 추세가 5세대 스텔스 전투기 위주로 전환됨에 따라 우리 공군도 이에 상응한 전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김진무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 군사력의 장점은 대공망과 방공호가 튼튼하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 “당장 전쟁이 나도 현재 군이 소유하고 있는 전투기로는 북한에 들어갈 수 없는 상황을 염두에 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연구위원은 “현재 북한은 핵무력을 보호하기 위해 KN 계열의 지대공 미사일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굉장히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북한이 이런 부분으로 인해 남측의 스텔스기 도입에 굉장히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익명을 요구한 군사 전문가는 “김정은을 비롯한 주요 간부들을 공격할 수 있는 스텔스기 도입 자체가 북한에 적지 않은 압박이 될 것”이라면서 “대북 억지력 제고뿐 아니라 실전에서도 스텔스기는 큰 군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차기 전투기 사업은 소요검토 단계부터 다시 추진된다. 방사청 관계자는 24일 “오늘 방위사업추진위원회에서 기종 선정 안건이 부결됨에 따라 차기 전투기 사업은 사업추진방안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청은 앞으로 ▲사업비 증액 ▲분할 구매 ▲구매대수 축소 ▲두 기종을 동시에 사는 믹스(혼합) 구매 등을 통해 사업추진방안 변경을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