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지나가던 행인 트집잡고 ‘가뭄 전투’에 강제 동원”

소식통 “농장 동원 기피에 방안 강구한 듯...협동농장 주변에 초소 설치”

북한가뭄
북한 황해남도 배천군 수원농장에서 양수기 등을 동원해 땅에 물을 주고 있다. /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심각한 가뭄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해 이른바 ‘가물(가뭄) 전투’를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인력 동원이 계획대로 되지 않자 행인을 불시에 검문하고 살수 작업에 투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필요에 따라 아무 때나 주민을 동원하는 ‘강제 노동’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7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최근 농촌의 도로 주변에 임시 초소가 설치돼 행인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는) 지나가는 사람을 농장 물주기에 투입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급수 작업에 각 기업소 또는 기관 노동자들을 동원하는 ‘가물 전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넘었지만 주민들이 인력 동원을 기피하자 불특정 행인을 데려다가 우물이나 저수지에서 물을 길어오도록 강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식통은 “군(郡) 인민위원회와 지역 보안소가 주축이 돼 초소를 만들었다”며 “인민위원회 간부들과 보안원들이 초소를 지키고 있다”고 전했다. 각 지역에 자체 역량으로 가뭄 피해를 극복하고 모내기를 제 때에 끝낼 것을 강조하자 자치기구인 인민위원회와 경찰권을 가진 보안소가 합동으로 이 같은 초소를 설치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은 지난달 15일 ‘가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투쟁에 떨쳐 나섰다’는 기사에서 시, 군당 조직 및 농촌당 조직들이 선전선동 역량과 수단들을 총동원해 자체적으로 가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소식통은 “보안원들이 지나가는 사람에게 신분증을 보여달라고 요구해서 소속 기관을 확인한다”며 “기업소에서 일을 해야 할 시간에 일은 안 하고 왜 돌아다니냐고 트집을 잡아 일을 시킨다”고 말했다. 이런 방법으로 행인 대다수가 단속에 걸려 가물 전투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특별한 목적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판단되면 ‘밭 5고랑에 물 대기’ 등 1인당 과제가 주어진다. 소식통은 “과제를 다 끝내야 보안원들의 감시로부터 풀려나는데 확인증이 없으면 다른 초소에서 또 단속 대상이 되기 때문에 작업 확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전했다.

북한 농업 기관 관료 출신 한 탈북민은 “과거에도 불시에 행인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이고 협동농장이나 건설현장에 투입해 강제 노동을 시키는 일이 종종 있었다”며 “연료 부족으로 양수기를 원활하게 사용할 수 없는 데다가 인력 동원도 되지 않으니 길가는 사람이라도 잡아서 강제 동원을 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노동신문은 지난 5일 ‘자연과의 전쟁에 결사의 각오를 안고 떨쳐나섰다’는 기사를 통해 “황해남도의 심각한 물 부족 현상으로 저수지에 물을 40%밖에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며 “각 지역 일군(일꾼)들과 근로자들이 모든 역량과 수단을 총동원해 투쟁에 떨쳐나서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신문은 또 “당의 부름이라면 한마음, 한뜻으로 열쳐 일어나 산도 옮기고 바다도 메우는 기적을 끊임없이 창조해 나가는 것은 우리 인민의 투쟁 전통이며 기질”이라고 밝힌 김정은 위원장의 지시를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