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중동 ‘원전’ 건설에 젊은 군인 파견…월급 95% 빼앗는다

[北 해외파견 노동자 취재②] 고강도·고위험군 직종에 배치..."높은 기본급에 자금 흡수도 용이" 판단

이전 기사 보기 : [집중취재] 외화 급한 북한, 노동자 200여 명 몽골로 파견 예정

북한군
북한 양강도 혜산 외곽 지역에서 포착된 군인들 모습. 기사와 무관. /사진=데일리NK 자료사진

최근 북한에서 해외 파견을 위해 선발된 노동자 중 상당수가 현역 군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의무 복무 중인 군인을 파견할 경우 당국이 훨씬 더 많은 외화를 챙길 수 있다는 판단이 적용된 결과라는 지적이다.

5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해외 파견을 앞두고 관련 현재 관련 교육을 받고 있는 노동자 상당수가 하전사 등 의무 복무 중인 군인들이다.

군인 노동자 중 90%가 하전사이고, 10%는 이들을 통제·관리하는 군관들이다.

하전사 파견할 경우 임금 통째로 당자금(통치자금)화…외화 확보에 유리

북한 당국이 최근 군인 출신 해외 노동자 파견을 확대하고 있는 이유는 군인들을 파견하는 것이 민간인 노동자보다 당자금 확보에 용이하기 때문이다.

민간인의 경우 업종에 따라 당자금 납부 비율이 다르긴 하지만 평균적으로 매월 급여의 60% 가량을 ‘충성의 자금’이라는 명목으로 당국에 바친다.

하지만 의무 복무 중인 하전사들은 월급이라는 개념이 사실상 없기 때문에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 중 최소한의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임금이 모두 국가에 귀속된다.

군인 노동자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의 95% 이상이 통치자금으로 활용되는 셈이다.

더욱이 군인 노동자들은 17세부터 26세까지의 젊은 남성들이기 때문에 고강도·고위험 노동 현장에 파견돼 사민(私民·민간인) 노동자보다 기본 급여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다.

게다가 군인 노동자들도 무임금으로 노동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기 때문에 노동력 착취에 대한 불만이 적고, 이에 대한 이견이 있어도 이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다만 군인들은 민간인 노동자보다 선발 과정이 단순하고 각 부대에서 차출되는 형식으로 선발되기 때문에 뇌물 비용이 들지 않는다. 간부들 입장에서는 자금을 뒤로 챙길 수 있는 기회가 적다는 뜻이다.

또한 해외 출국시 비행기 삯 등 이동비를 군에서 부담하기 때문에 파견 과정에서 개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은 없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들은 해외 파견 현장에서도 군대와 같은 조직체계로 생활하게 된다. 다만 소대를 ‘조’로, 소대장을 ‘조장’으로, 중대장을 ‘반장’으로 부르는 등 호칭은 조금씩 달라지는 것으로 알려진다.

2019년 6월 러시아 우수리스크에 건설되고 있는 빌딩, 북한 노동자들이 안전장구 없이 건물 난간에서 작업하고 있다. /사진=데일리NK

젊은 군인들, 고강도·고위험 업종에 파견…중동 원전건설 현장에 파견 예정

군인 출신 해외 노동자를 모집하는 기관은 주로 건설부대인 7총국 또는 8총국이며, 이들이 선발한 인원은 군의 무역회사인 철현, 릉라 회사 등 소속으로 파견되는데 이들은 건설 현장뿐 아니라 가축 사육장, 벌목장 등 여러 업종에 배치될 예정이다.

공병국에서 모집한 인원이라 할지라도 군 소속 무역회사가 해외 인력 기관과 체결한 계약에 따라 군인 노동자들이 다양한 업종에서 일하게 된다는 게 소식통의 설명이다.

북한의 군인 노동자들이 조만간 파견될 나라는 중국과 러시아뿐만 아니라 몽골, 시리아, 카타르, 이집트, 쿠웨이트, 이란, 아랍에미리트 등인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이집트, 이란 등의 경우 원전 건설과 같은 고위험 작업장에 북한 군인 노동자들이 파견될 예정이라고 한다.

소식통은 “군인은 국가의 몸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갖은 고생을 하며 돈을 벌어도 잠이나 재워주고 먹을 것이나 겨우 주지 임금은 국가가 다 가져간다”며 “처음에는 나이 어린 하전사들이 다른 나라에 가본다는 기대를 품기도 하지만 실상은 너무 참혹해서 과거에는 해외에서 어린 하전사들이 탈출을 감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말했다.


※편집자주 : 유엔 안보리는 대북제재 결의 2397호를 통해 2019년 12월 22일까지 북한 노동자를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명기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고, 2020년 코로나19를 명목으로 국경을 폐쇄하면서 중국과 러시아에 체류하던 북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노동을 계속하며 당자금을 평양으로 송금하고 있고 이에 더해 올해부터 신규 노동자도 파견했습니다. 제재를 무시하고 해외 파견 노동자 규모를 확대하고 있는 당국의 계획을 집중취재해 연재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