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생존권, 郡 단위 거점패키지 협력으로 해결하자

평양시 만경대구역에 있는 칠골남새전문농장에서 농장원들이 추수하고 있다. /사진=연합

북한의 주요 벼농사 지역인 평성시 백송농장의 올해 예상 수확량은 국가계획의 50%에 머물고 있다. 국가계획은 실제 수확량보다 부풀려 잡기 때문에 현실과 격차가 있지만, 국가의무 수매량은 계획량의 30%이지 수확량의 30%이기 때문에 국가가 가져가는 양은 정해져 있다. 비단 백송뿐이 아니고 평성지역 13개 농장이 모두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10월 하순에 인민위원회와 농촌경영위원회 일군들이 예상수확고 재판정(2차)을 했지만 결과는 1차 예상수확고에도 미치지 못했다. 지난 9월 초에 농업부문 관계자들이 진행한 1차 판정에서 농장들이 수확고를 낮게 잡아 보고했다는 비판이 제기돼 댱과 인민위원회, 검찰기관까지 동원돼 재판정에 나섰지만, 오히려 1차 판정보다 적다고 한다.

예상수확고 판정은 추수 기간 북한 농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정책집행의 한 과정이다. 여기서도 간과하지 못할 일정한 변화가 있다. 1970~80년대는 농장관계자들이 예상수확고 판정수치를 실제보다 높게 잡았다. 노동당과, 정부에 잘 보여 평가를 잘 받으려는 계산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에는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당국이 지나치게 높게 책정된 국가 의무수매 계획에 따라 수확량 대부분이 군량미로 송출되자 농장원들은 배를 주리면서 남은 곡식 종자에까지 손을 대기도 했다. 여기에다 농사에 필요한 비료, 농약, 농기계부속품, 비닐박막, 연유 등의 공급이 중지되면서 쌀을 시장에 팔아 농자재를 구입해야 하는 처지였다. 그러다 보니 가능한 예상수확고를 낮춰 국가수매량을 줄이기 위해 예상 수확고를 가능한 낮게 잡으려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올해는 실제 수확량이 예년보다 낮아질 것으로 보이자 농민들부터 곡물 가격 인상을 예상해 겨울 양식을 미리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다. 일부 농장원은 가을걷이 기간에도 장사를 해서 감자를 확보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김일성은 1976년에 있은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우리가 알곡 1,000만t을 생산하면 부자가 될 수 있다. 털어놓고 말하여 우리인민들이 먹고 사는데 알곡 500만t이면 넉넉하다. 1,000만t의 알곡을 생산하면 전체 인민이 배불리 먹고 많은 식량을 저축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김정일 시대에는 수확량이 200만t 수준까지 내려갔다가 점차 회복돼 세계농업기구(FAO)는 지난해 북한의 작물생산량을 은 515만t 으로 추정했다. 김정은이 추진한 분조규모 축소가 일부분 효과를 발휘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총 경지면적은 논(571,000) + 밭(1,339,000) = 1,910,000만 정보이다. 이 경지에서 정보당 3t 만 수확해도 식량은 걱정없게 된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어디에 있는가? 그 것은 다름 아닌 농업기반시설의 낙후와 경영방식의 경직성에 있다.

북한의 농업은 사회주의에 기초한 협동경리이다. 소유권은 협동적 소유지만 협동농장경영위원회를 통한 경영체계이기 때문에 자율성이 결여된다. 실제는 국가계획에 의한 일방적인 지시와 통제에 기초해 운영되고 있다.

최근 ‘포전 담당제’ 도입으로 경영구조에서 일부 변화가 있지만 농민들의 자율성이 제대로 보장된 개별적 경영구조로의 변화는 아니다. 일종의 생산구조의 변화인데 여전히 협동농장을 통해 국가가 주도하고 통제하는 시스템이다. 농장원들은 노력(노동력)에 불과하다.

다음으로 북한의 낙후한 농업생산기반을 개선해야 한다. 기반시설의 낙후가 심각해 자연재해에 취약 하고 생산성도 낮다. 우선 경지정리, 용수개발, 치산치수 등 농업생산 기반조성을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북한이 경제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농업생산이 뒷받침 돼야 한다. 따라서 국가경제 발전을 위한 종합적인 농업정책이 추진돼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스스로 이런 일을 완수하기에는 기술과 돈이 부족하다. 국제사회와 남측의 협력이 불가피하다.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안으로 농업과 축산, 산림 복구, 보건의료와 영양, 주거·복지, 에너지와 인프라 등을 묶는 종합적 개발협력 사업을 북한의 군(郡) 단위로 추진하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농업과 축산, 산림의 복합적 경영을 통해 자원에 대한 ‘고리형 순환 생산체계’로  고효율의 농업생산기지를 구축하는 한편, 시장을 고려하여 생산규모를 결정하고 저장, 가공, 유통, 판매까지 군 단위로 책임을 지는 방식이다. 초기 기반 조성 단계에서 필요한 기술과 자재, 식량을 지원하고 이후부터 자율경영 책임제를 실시하면 안정된 식량 생산을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한의 농업축산 분야 협력과 교류는 한반도의 경제성장을 위한 시험장으로 역할을 담당할 수 있고, 지역경제 발전에 있어서 매우 포괄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본다. 국가 단위보다는 지역별로 거점협력지구 패키지(농업, 축산, 산림, 수산) 프로그램을 작성 도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북지원 전략의 측면에서도 단기적인 인도적 필요를 충족하는 것은 언제나 필요하지만 농촌개발역량을 강화하는 것이야말로 북한의 경제적 상황을 근본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근본방도이다. 북한 주민들의 생존문제 해결과 나아가서 삶의 질 제고를 위한 최상의 장기 전략으로 될 수 있다. 북한의 농촌지역에서 생존권의 기초 해결이 가장 우선적인 인권보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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