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모내기 전투 기간 지옥 같지만…’







▲북한 어린이들이 농촌지원에 동원돼 모내기를 하고 있다./데일리NK 자료사진
북한 주민들이 1년 중 가장 바쁜 시기는 모내기철(5~6월)이다. 만성적인 식량난을 겪고 있는 북한 당국은 식량생산 증진을 위해 주민들을 농촌에 총동원하고 있다. 이 시기에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 고된 농사일을 해야 한다. 일부 지역에선 장마당 개장 시간이 단축되거나 아예 열지 못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주민들에겐 이중고다.


영농철인 4월부터 모내기가 본격 시작되는 5월 중순까지 북한의 협동농장들은 비닐박막과 비료, 농기계에 사용활 연료, 모판 등을 준비해야 한다. 이러한 준비도 농장 각 작업반 산하 분조에서 준비해야 한다.


국가의 재정적인 지원은커녕 배급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해마다 농장에서 생산된 일부 쌀을 따로 확보해둬야만 영농준비를 할 수 있다. 확보한 쌀을 팔거나 교환해 영농에 필요한 비닐박막 등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렇게 영농준비가 완료되면 모내기가 본격 시작된다. 보통 5월 중순경이다. 북한 노동신문은 17일 ‘애국충정과 5월의 하루’라는 글에서 평안남도 강서군 청산협동농장에서 지난 12일 ‘뜻 깊은 올해의 첫 모내기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보통 농장원은 개인당 과제가 주어지면 새벽 4시에 포전(논)으로 나가야 한다. 일부 지역에선 전날 밤늦게까지 포전에서 일한 농민들이 일어나지 못한다며 새벽에 마을을 돌면서 꽹과리를 치기도 한다.


모내기는 많은 일손이 필요하기 때문에 주민뿐 아니라 군인, 대학교·중학교·소학교 학생들까지 동원된다. 한해 농사를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국가적 과업이기 때문에 당국은 모내기철이 되면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농촌동원에 매진할 것을 독려한다. 노동신문을 비롯해 조선중앙통신 등은 주민들의 농촌지원 소식을 연일 전한다.


이 시기에도 빠지지 않는 것은 김정은 일가(一家) 우상화다. 김일성이 고안했다고 주장하는 ‘주체농법’과 김정일의 영농준비와 관련한 지시사항을 빠짐없이 선전한다. 노동신문은 위의 글에서 ‘모내기는 한해 농사를 좌우하는 중요한 영농공정입니다’라는 김정일의 발언을 전하면서 “위대한 장군님께서는 역사의 그날에 애국충정의 구슬땀을 바쳐 5월의 하루하루를 값있게 살 때 풍년가을을 펼쳐놓을 수 있다는 진리를 밝혀주시었다”고 선전했다. 


이처럼 5월이 되면 북한은 병영국가에서 영농국가로 변모하게 된다. 공장·기업소 노동자들은 해당 직장이 아닌 포전으로 출근해야 한다. 중학생과 대학생들은 학업을 중단하고 모내기전투에 동원된다.


농촌동원 기간에는 각 도(都), 시(市), 군(郡), 리(里)에서 근로의욕을 고취시키는 ‘선전대’가 조직된다. 모내기가 기계가 아닌 인력으로 대부분 진행되는 고된 노동이기 때문에 주민들은 비교적 편한 선전대에 들어가려고 경쟁한다.


농촌지역과 도시 일부 주민들은 이 기간 개인농사도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기업소에서는 시간을 보장해 준다. 기업소 지배인(사장) 출신 한 탈북자는 “국가 배급이 없는데 개인 농사도 못하게 하면 생존자체가 어렵고 출근도 못하면 안 되기 때문에 기관 책임자들도 눈치 봐가며 노동자들에게 시간을 보장해 준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사를 통해 생계를 꾸리는 주민들은 고통의 연속이다. 이 기간 시장단속이 강화되기 때문이다. 장사꾼들이 “농촌동원 기간이 지옥 같다”며 불만을 보이곤 한다는 것이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북한 당국은 농촌동원 기간 장사를 한 주민들에 대해 ‘사상투쟁’을 벌이고, 배급을 줄이는 등의 경제적 불이익을 가하며 통제해왔다.


올 초 입국한 한 탈북자는 “주민들은 ‘국가에서 배급을 주지 않으면서 농사철에 개인농사도 맘대로 못하게 하면 우린 굶어죽으라는 건가’라는 불만을 가졌었다”면서 “그러나 처벌을 받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농촌동원에 참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보통 오전 9시부터 일을 시작한다. 일부 집단과제로 하는 학급도 있지만 대부분 도급제(개인별 과제) 형식으로 과제를 준다. 도급제를 실시하면 능률도 오르고 책임감도 커지기 때문이다.


소식통들에 의하면, 학생들의 농촌지원은 이달 초 시작됐지만 수업을 중단하고 하루 종일 농촌에 동원되기 시작한 것은 이번 달 중순부터다. 특히 이번 농촌동원전투에는 10살 이하의 소학교(초등학교) 아이들까지 총동원됐다. 성인들도 고된 모내기에 어린 아이들까지 동원돼 부모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은 말한다.(5월 16일 데일리NK 보도)


물론 과거에도 어린 소학교 아이들이 모내기에 내몰리는 일이 잦았다. 당시 간부들은 “밥술을 뜨는 사람은 다 포전에 나가야 한다”며 “식량이 많아야 적들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데 제철에 모내기를 하지 못하면 수확량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당의 방침을 핑계 댔다.


하지만 이번처럼 어린 아이들을 대대적으로 동원한 사례가 없다는 것이 내부소식통의 설명이다. 소식통은 “지난해 알곡 생산량이 적었고 일부 지역에선 대량 아사자가 발생할 만큼 알곡 생산이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당국은 올해 식량 생산을 늘리기 위해 나름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특히 그는 “과거에도 어린 아이들이 동원되기도 했지만 이번처럼 대대적으로 동원되기는 처음이다”면서 “간부들은 ‘부지깽이도 뛰는 시기’라며 아이들 동원을 독려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