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은 어떻게 더위를 피할까

막바지 찜통더위가 이어지는 요즘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더위를 피하고 있을까?

유례없는 물난리로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긴 하지만, 연례행사이자 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여가문화로 자리잡힌 남한의 여름철 바캉스와 비교할 수는 없지만 북한에도 나름대로 피서 문화는 있다.

조선중앙통신이 7일 동해 바닷가에 피서객이 줄을 잇고 있다며 강원도 송도원 해수욕장, 함경남도 마전 유원지와 서호 학생해수욕장지구를 꼽은 것을 보면 북한의 피서 문화도 남한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여겨진다.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도 “무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북한 기상당국이 인민경제 여러 부문에서 고온 피해 대책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12일 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예년 이맘 때는 낮 최고기온이 29∼30도 였으나 지난 3일 원산지방 낮 최고기온이 35도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해주 개성 지방 34도, 평양 강계 지방이 33도까지 치솟는 등 연일 30도가 넘는 폭염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히 올해는 대기중 습도가 높아 북한 주민들이 무더위를 더 크게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경제가 어려워져 먹고 사는 문제가 급하다 보니 레저의 개념이 아닌 그야말로 더위를 피하는 수준의 ‘간이 피서’에 그치고 있다는 게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장거리 여행에 필요한 교통수단이 기차 이외에는 마땅한 것이 없는데다 여행증명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등 이동의 자유도 제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고위층은 제대로 된 피서를 즐기기도 하지만 경제난 속에서 일반 주민들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고, 청소년들은 ‘국가시책’에 따라 여름철 물놀이를 마음껏 즐기고 있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올해는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기 전 폭우로 수해복구에 여념이 없는 터라 일반 주민과 일부 고위층의 ‘피서 양극화’는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반주민 ‘간이 피서’, 고위층 ‘눈치 피서’= 북한에서는 남한처럼 가족 단위 피서보다 직장별로 이뤄지는 ‘피서 나들이’가 주로 이뤄진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경제적 어려움과 함께 교통편 등 여러가지 제약으로 주민들의 피서 나들이가 일반화 돼 있지는 않지만 직장별로 산이나 바다로 나서는 피서 문화가 형성돼 있다.

이 경우 정기휴가를 쓰거나 일요일, 대휴(평일에 쉬고 일요일이나 공휴일에 근무하는 것) 등을 이용해 당일치기 피서를 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또 직장별로 모범 노동자로 선정된 한두명이 ‘휴양증’을 받아 국영 휴양소나 기업소 직영 휴양소를 이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혜택받은 기회’는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하는 것으로, 한 번도 휴양증을 받지 못하는 노동자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탄광 노동자들은 가족휴양소에 갈 수 있는 특전이 주어지며 대부분 300∼4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휴양소에서는 예술.체육지도원들로부터 군중무용, 수영, 노래 등을 배우며 즐기기도 한다.

한 탈북자는 “여름휴가는 따로 없고 모든 노동자와 사무원은 연간 12일의 정기휴가(일요일 포함 14일)를 받는다”면서 “휴가중에는 주로 미뤄놨던 집안일을 하거나 집에서 쉬는 것이 보통이며 해수욕장은 많지만 자주 가지는 못하고 인근 지역 주민이나 관광객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사정 때문에 일반주민들이 혹서기간을 피서지에서 보내는 여유로운 남한식 ‘바캉스’는 꿈꾸기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외교관이나 대외부문 종사자, 북송교포, 고위간부 등 극소수 특권층은 비교적 여유있는 피서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요즘에는 이들마저도 마음 놓고 휴양을 즐기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또 다른 탈북자는 “고위층도 휴가기간이 같고, 이들은 중앙당이 운영하는 계곡이나 한적한 해변으로 피서를 떠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하지만 남의 눈을 의식해 흥청망청 놀지는 못한다”고 전했다.

북한 당국은 지난 80년대 말부터 해마다 7월 말∼9월 중순까지 일요일에 한해 함경남도 마전, 강원도 원산, 남포시 와우도, 황해남도 과일군 진강포 등 유명 해수욕장을 연결하는 당일치기 특별 피서열차와 버스를 운행하고 있다.

특히 유명 해수욕장에 유럽풍의 현대식 숙소를 갖춘 외국인 전용 해수욕장을 따로 조성하고 외국인 관광객을 상대로 외화벌이를 하고 있으며, 이런 곳에서는 일반 주민들의 출입은 제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평양시내 수영장 청소년에 ‘인기’ 최고 = 평양시내 수영장들은 여름철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한 방문객들로 연일 초만원을 이루며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북한에서는 7∼8월을 ‘해양체육월간’으로 정해 학생들에게 수영강습 등을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일반 주민들과 달리 학생들은 여름철을 맞아 수영 등 물놀이를 마음껏 즐기게 된다.

이로 인해 대동강 한 가운데 있는 능라도 ‘5월1일 경기장’의 맞은 편에 위치한 문수유희장 물놀이장에는 최근 매일 6천여명의 청소년들이 수영을 배우기 위해 몰리는 것으로 일본 조선인총연합회 기관지 조선신보가 전했다.

이 물놀이장 작업반장은 “유희장에 오는 손님의 90% 이상이 물놀이장을 찾는 사람들인데 휴식일이나 명절같은 때는 최고 1만명이 넘을 때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평양에는 문수유희장 외에도 북한 최대의 수영장 시설인 창광원을 비롯해 만경대유희장, 반월도수영장 등 유명 수영장이 문을 열어 피서객을 맞는다.

지난해의 경우 7월말께 만경대물놀이장과 문수물놀이장에는 하루에만 1만여명의 청소년들이 찾은 것으로 북한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임순희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제사정이 좋지 않으니까 남한에서와 같이 가족끼리 떠나는 바캉스는 거의 없고 주로 수련회 형식의 피서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극소수의 일부 특권층이나 부유층은 비교적 여유롭게 피서를 즐기지만 일반 주민들은 불편한 교통수단에다 자유로운 여행도 제한돼 피서문화가 일반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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