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 제의에 대해 잇따라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은 박근혜 정부를 ‘길들이기’ 위한 대남전략 차원으로 보인다. 북한이 대화에 대한 의지가 분명하고 개성공단 문제 해결을 원했다면 ‘거부’하지도 개성공단 잠정 중단 사태의 책임을 우리 정부에 전가하지도 않았을 것이란 지적이다.
우리 정부는 북측 근로자 철수 이틀 만인 지난달 11일 남북대화를 제의했지만, 북측은 “여론 오도용 술책”이라며 거부했다. 26일에는 개성공단 실무회담 제의를 비난하면서 “남조선 괴뢰패당이 계속 사태의 악화를 추구한다면 우리가 먼저 최종적이며 결정적인 중대조치를 취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협하며 두 번째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14일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내 원·부자재와 완제품 반출을 위한 당국 간 실무회담을 제의했다. 하지만 북측은 하루 만에 “교활한 술책”이라며 “남측이 진정으로 개성공단 사업을 정상화할 의향이 있다면 근본문제를 푸는 데로 나서야 한다”며 회담제의를 거부했다.
이처럼 북한이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에 계속해서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대북정책이 변화가 없으면 당분간 남북 당국 간 접촉에 나설 뜻이 없다는 것으로 ‘남한 길들이기’ 차원의 예정된 행보다.
북한은 과거 김대중 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진정성을 의심했다. 이에 따라 북한은 1998년 동해 잠수함 침투, 1999년 1차 서해교전을 일으키며 김대중 정부 길들이기에 나섰다.
이후 2000년 김대중 정부가 한반도 평화정착과 남북통일을 위한 제안으로 ‘베를린 선언’을 발표하면서 햇볕정책이 대북 유화정책이라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야 남북교류 협력을 진행했다.
대화 제의에 화답하지 않고 시간을 끌면서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북한은 16일 개성공단 입주기업 7, 8곳에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대변인 대답’이라는 제목의 4장짜리 문서를 발송했다. 우리 측 입주기업의 동요를 노린 것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개성공단 통행 차단과 근로자 철수 이유로 내세운 ‘최고 존엄’ 모독에 대한 한국 정부의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대화에 나서는 것은 김정은의 리더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대화를 바로 수용하지 못하는 것으로도 보인다.
한 국책기관 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자기들의 ‘최고 존엄’ 모독을 했으니 사과를 하고 들어오라는 것으로 박근혜 정부 길들이기를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면서 “(한국 정부가) 사과를 하고 들어올 때까지 기다릴수록 남남갈등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대화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김정은이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할지 결정을 못 했기 때문에 대화를 거부했을 가능성도 있다”면서 “또한 개성공단 문제를 군부에서 절대로 재개하면 안 된다고 하니 김정은이 솔깃했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 정부는 개성공단 문제를 정경분리 원칙에 따라 ‘경제프리즘’으로만 바라보지만, 북한은 남북경협을 포함한 모든 남북관계를 ‘정치프리즘’으로 바라보기 때문에 쉽게 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북한이 세 번이나 대화 제의를 거부한 것은 당분간은 (남북 간)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뜻인 것 같다”면서 “대화를 하려고 했으면 이전에 수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 체제가 올해 대남전략 차원에서 대화를 일정기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전체적인 계획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그런 차원에서 (북한이) 아직은 대화에 나설 시기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