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월대보름에는 명태값이 껑충 뛴다는데…

김정일의 지시로 2003년부터 정월대보름을 민족명절로 보내고 있다. 북한 주민들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갖가지 음식을 해먹고 한 해 건강과 풍요를 기원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 경제난 이후 사정은 달라졌다.


간부들과 부유층은 이날 명태(동태)국과 각종 명절 음식을 차린다. 중간층에서는 오곡밥과 산나물을 먹는다. 하지만 대다수의 주민들은 쌀과 잡곡을 섞은 일명 ‘콩밥’으로 대신한다.


정월대보름에 명태국을 먹는 것은 자신이 부유층에 속한다는 것을 과시하는 일이 되기도 한다. 1980년대까지 그 흔했던 명태가 귀한 음식이 된 것은 북한의 경제사정을 잘 보여준다. 명태가 대보름의 귀한 음식이다 보니 뇌물로도 쓰인다. 최근 입국한 한 탈북자는 “대보름 전날경 명태 5마리나 10마리를 법관(보위원, 보안원)에게 뇌물로 바친다”고 말했다.


명태의 수요가 많다보니 정월대보름 며칠전에는 가격이 뛰어 오른다. 지난해 1월경 1kg 동태 한마리가 시장에서 6000~6300원에 판매됐는데, 대보름 직전에는 7000원까지 올랐었다. 명태 한마리가 쌀가격(1kg 3200원)의 2배 수준이다보니 일반 주민들은 엄두를 내기 어렵다.


정월대보름에 명태를 먹으면 사등뼈(척추)가 늘어난다(허리를 펼 수 있다)는 말이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다. 또 명태를 먹으면 눈이 맑아진다는 설(說)도 있다.


중상위 계층 주민들은 오곡밥에 9가지 산나물을 먹는 경우가 많다. 여기에 귀밝이술과 명길이국수(감자전분)도 먹는다. 오곡밥의 재료는 쌀, 찰조, 붉은팥, 보리, 찰수수가 기본이고, 지역 특색에 맞게 찰기장, 줄당콩, 밀쌀, 찰옥수수 등이 대신하기도 한다.


9가지 산나물은 마른 도라지, 호박 오가리, 말린 고추잎, 고비, 고사리, 고구마순, 무오가리, 더덕, 미역, 버섯, 취, 콩나물 등이다. 이 또한 지역별로 약간의 차이를 보인다. 북한에서 나물 가격은 저렴한 편에 속해 쉽게 구입할 수 있는 품목 중 하나다.


주민들은 콩밥에 말린 무시래기와 버섯, 고사리, 고비, 콩나물, 겨울 월동준비로 갖춘 김치로 명절 반찬을 마련한다. 주민 절반 정도가 이 부류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지난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주민들의 일상생활은 더욱 하락해 최근엔 정월대보름에 콩밥을 먹는 가정이 늘었다고 한다.


북한은 주민들의 이런 실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정월대보름 음식인 오곡밥과 9가지 산나물, 귀밝이술, 약밥, 엿과 같은 민족음식을 매년 소개하고 있다. 주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을 소개하고 있는 셈이다. 


대보름이 다가오면 시장 물가가 치솟아 주민들에게 민속명절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지난해 탈북한 김성철(40세) 씨는 “경제가 안좋은데다 음력설을 갓 보내고 난 뒤라서 대보름날 아침 오곡밥만 준비하는 가정들이 많았다”며 “대보름 즈음에는 시장가격이 너무 올라, 이전부터 조금씩 음식을 사두려 했다”고 북한에서의 대보름 당시를 소회했다.


정월대보름 놀이로는 쥐불놀이와 소원을 비는 달맞이, 윶놀이가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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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진 기자
경제학 전공 mjkang@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