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정상국가화’에 여야 초당적으로 힘 합쳐야 된다

한반도 정세가 가파르게 치닫고 있다. 이미 예상된 수순이다.

유엔안보리는 “북한의 로켓발사는 안보리 결의 1718호 위반”임을 확인하는 의장성명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4월 24일까지 대북제재위원회에 제재조치조정 내용을 보고하도록 지시했다. 의장성명 치고는 그 내용에 ‘성깔’이 좀 깔려 있는 편이다.

안보리 의장성명이 나오자마자 14일 북한 외무성은 “6자회담에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며 “영변 핵시설 불능화를 원상복구하겠다”고 발표했다. 곧이어 모니터링 요원과 전문가들을 추방하고 영변 핵시설에 대한 접근을 불허하는 모든 봉쇄 및 감시 장치를 제거하겠다는 내용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통보했다.

북한은 마치 유엔 안보리의 결정을 기다렸다는 듯이, 또 과거에도 늘 그랬던 것처럼 매우 익숙한 행보로 가고 있다. 93-94년 제1차 북핵 위기 이후 위기를 조성할 때마다 우선 국제기구 감시요원들부터 추방하고 폐연료봉 재처리, 핵시설 원상복구를 하겠다며 땡깡을 부렸다. 2002년 10월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 의혹으로 불거진 제2차 북핵사태 때도 그랬고, 6자회담에서 제 맘대로 되지 않을 때도 늘 그렇게 행동했다.

그래서 북한 당국의 ‘짱돌’에 제일 먼저 이마가 터지는 쪽은 애꿎은 IAEA 감시요원들이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기구를 탄압하는 것부터가 북한정권의 뇌세포에는 ‘국제규범을 지켜야 한다’는 기억재생 파일이 들어있지 않다는 뜻이다. ‘한 국가의 대외정책은 대내정책의 연장(延長)’이라는 국제관계의 금언(金言)을 되새겨 보면 김정일 정권의 깡패적 속성이 이번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게다가 최근 2~3년 동안 북한정권의 단발마적, 즉물적 대응 양상이 더 심해졌다. 그냥 ‘6자회담에 참가하지 않겠다’고만 해도 어차피 국제사회는 ‘그들이야 원래 그러려니……’ 할텐데, ‘다시는’ ‘절대로’ 참가하지 않겠다며 표독스런 표현을 쓴다. 무슨 구체적인 통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지난해 김정일이 뇌중풍(stroke)을 한방 맞은 뒤로는 그런 성질 마른 표현들이 더 강해진 듯한 느낌이다.

하여튼, 24일까지 나올 예정인 유엔 대북제재위원회의 조정내용, 그리고 안보리의 행동 여부를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그렇다고 물에 물탄 듯 넘어갈 것 같지는 않다.

북한이 곧바로 행동에 들어가자 미국의 백악관도 반응을 보였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북한의 6자회담 불참·핵프로그램 재가동 선언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심각한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또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검증 가능한 방식으로 포기하지 않으면 국제사회 일원으로 편입되지 못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한편으론 미국은 북한에 대화의 문을 계속 열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 외무성 발표는 유엔안보리의 적법한 성명에 대한 무익한 대응”이라면서도 “우리는 분명히 6자회담 참가국과 동맹국뿐만 아니라 종국에는 북한과도 대화할 기회를 갖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우리 정부는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에 전면 참여할 계획이다. PSI 전면참여는 진작에 했어야 할 일이었다. 아무리 늦어도 2006년 10월 북한이 핵실험을 했을 때 확실히 했어야 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도대체 뭐가 뭔지 앞뒤 분간을 하지 못한 사람들이라, 북한의 핵실험이 우리나라의 군사, 외교, 경제, 국제관계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조차도 몰랐다. 머리속이 몽롱한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히 했어야 할 PSI 전면참여마저 논쟁거리가 되었던 것이다.

잘못된 10년간의 대북정책은 단순히 ‘대북정책의 오류’라는 결과를 초래한 것만이 아니다. 대북정책에 관한 국민들의 의식과 여론을 오도(誤導)한 것이 더 근본적인 잘못이다. ‘북한 핵은 협상용이고 협상을 잘하면 북한은 핵을 포기할 것’이라고 정부가 나서서 국민들을 오도했다. 그런 오류를 깊이 파고 들어 가보면 원칙을 원칙대로 지키지 않고 상황에 따라 편의적으로 사용하며 대북정책의 원칙을 훼손시켰음을 발견하게 된다. 김대중 정부도 초기에 “햇볕정책은 튼튼한 안보의 밑바탕에서 추진한다”고 해놓고, 서해교전이 터지자 군 통수권자가 안보의 기본을 해치는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원칙을 원칙대로 지키지 않은 것이다.

이명박 정부도 이 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북한에 대한 태도에서 비교적 적절한 스탠스를 취해왔다. 앞으로도 대화할 것은 하면서도, 원칙을 지킬 것은 지켜 나가야 한다. 물론 교조적으로 원칙을 지키면 일을 그르치게 되지만, 그렇다고 상황논리에 따라 원칙이 훼손되어서는 곤란한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동안 오랫동안 무시해온 ‘원칙’이 하나 있다.

원래 통일문제를 비롯한 북한문제는 여야를 초월한 초당적인 성격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민족공동체 통일방안도 국회의 비준을 받았다. 또 예를 들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는 여야가 합의해서 만든 헌법기구다. 즉 북한문제는 원래부터 당파적 이해관계에 따른 정쟁거리가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 전체의 이익, 즉 국익에 관한 일이다. 여기에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가 6.15 공동선언에서 국회에서 합의한 통일방안을 무시하고 김대중 개인의 3단계 통일방안 중 하나를 김정일 정권과 공동선언을 함으로써, 이때부터 북한문제에 대한 원칙이 헝클어지기 시작했다. 여기에서부터 김정일 정권의 ‘우리민족끼리’ 전술에 휘말리기 시작한 것이다.

따라서 북한문제는 원래 초당적인 성격을 갖고 있는 만큼 여야가 이에 대해서는 원칙을 갖고 대응해야 한다. 하지만 여야 할 것 없이 북한문제에 대응하는 태도가 영 어수선하다. 지난해 북한이 개성공단을 폐쇄하느니 마느니 협박을 했을 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곧바로 한목소리로 북한에 시정을 요구했어야 마땅했다.

특히 미국 기자들을 억류하거나 현대아산의 유모 씨를 개성공단 인질로 잡아두는 행동을 하면, 한나라당과 민주당은 이 사건이 해결되도록 집중해야 한다. 국민을 인질상태에서 구하는 데 여야가 어디 있는가? 소말리아 해적에 붙잡힌 선장을 구해내는 데 미국 사람들이 민주당 지지자, 공화당 지지자를 구별하던가?

그런데도 개성공단 인질 사태가 발생한 이유가 마치 현 정부의 대북 강경정책 때문인 것처럼 호도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햇볕정책의 성과를 모두 뒤엎어버렸다는 일부 몰지각한 소리가 있다. 이들은 대한민국 공동체가 잘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주장이 옳다고 강변하는 데 더 큰 이해관계를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사실관계에 충실한 연구자가 아니라 한마디로 개인적 이해관계에 얽매인 소인배에 불과하다.

북한은 개성공단 인질로 잡힌 유 씨를 풀어주기는커녕 접견조차 허용하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여야 할 것 없이 매일 규탄성명이 나와야 한다. 특히 정쟁에 얽매이면 곤란한 연구자들은 목소리를 더 높여 김정일 정권을 비판해야 한다. 그런데도 국회는 여야가 함께 이 일에 대처하는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정부가 PSI에 전면 참여하는 것은 비록 만시지탄이지만 환영할 일이다. PSI 참여는 어느 당파에 이익 또는 손해가 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공동체 국익에 관한 것이다. 여기에 무슨 ‘북한정권을 자극할지 모른다’는 식의 의식이 몽롱한 소리를 해대면 정말 곤란하다.

지난 10여 년간 잘못된 대북인식을 교정하려면 앞으로 시간이 더 걸릴 것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는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할지언정 원칙을 훼손하는 정책은 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여야 할 것 없이 국회는 북한문제의 초당적 성격을 이해하고, 국제규범을 지키는 ‘정상국가’로 북한을 만들어가는 데 큰 지혜를 모아야 하며, 또 그것을 행동으로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이 대한민국 국회의 원래 임무이고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가 앞으로 더 가팔라질 전망이다. 국론이 사분오열 되지 않도록, 특히 여야 국회의원들은 초당적으로 힘을 합쳐 이제부터라도 국민들이 지불하는 세비(歲費) 값을 좀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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