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종합시장을 전문시장으로 축소하려 했지만, 관리가 쉽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계획을 백지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당국이 시장 및 상업 활동을 국가의 통제하에 두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지만, 아직 가장 합리적 방안을 도출하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7일 데일리NK 평양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 현재의 시장을 농축산물, 수산물, 공산품 등으로 세분화하는 내용이 담긴 제의서가 중앙당에 올려졌다.
해당 제의서는 국가계획위원회에서 발의됐으며, 현재의 종합시장을 전문시장으로 축소하면서 거래 품목을 세분화해 국가가 시장에서 이뤄지는 상업 활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한다는 게 골자였다.
전문시장으로 지정될 경우 해당 시장에서는 농축산물 혹은 공산품만 거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특히 현재 시행되고 있는 국가식량판매소처럼 신발, 의류 등 공산품이나 기계제품을 국가수매상점에서만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계획도 제의서에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시장을 세분화할 경우 장세가 늘어나 국가의 세수 확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담겨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중앙당에서는 현재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품목을 전문시장으로 세분화하기가 어렵고, 관리·통제에도 더 많은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해당 제안을 반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국가식량판매소의 경우에도 각 지역과 농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부진해 설치가 쉽지 않았던 데다 현재까지는 이로 인한 국가의 수익도 크지 않은 상태다. (▶관련 기사 바로가기 : 북한, 우여곡절 끝에 국가식량판매소 개소…시장 영향은 ‘미미’)
이러한 이유로 북한 당국은 모든 시장 거래품목을 전문화하거나, 공산품까지 국영상점으로 편입시킨다는 계획을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특히 민심을 의식하는 목소리도 나왔는데, 현재 종합시장을 농축산물만 거래하는 시장으로 전환할 경우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고 한다.
일부 언론에서는 북한 당국이 기존의 종합시장을 농축산물만 거래할 수 있는 전문시장으로 축소하고 공산품의 경우 국가상점에서만 판매할 수 있도록 강제해 주민들의 시장활동을 위축시키려 한다는 보도도 나온 바 있다.
하지만 복수의 내부 소식통의 전언을 종합한 결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제의서가 중앙당에서 논의된 것은 사실이지만 결국 반려돼 실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다만 해당 제의서에 제시된 세수 확대 방안은 당국에서 일부 수용하기로 했다는 전언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공업품 매대에서 판매되는 물건이 국산품인지 수입품인지, 또한 국산품 중에서도 개인 수공업자가 생산한 것인지, 기업소에서 생산된 물건인지에 따라 장세가 차등화될 예정이다.
상업 부문에서 국가의 통제력을 강화하기 위한 당국의 시장 개편안이 상인들의 세금을 확대하는 조치로 이어지고 있어 주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이런 가운데, 전문시장화 방안을 제안했던 국가계획위원회의 간부는 잘못된 제의서를 상소해 정책적 혼란을 야기했다는 이유로 농촌 지역인 황해북도 린산군으로 추방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