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재건 이끌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 절실

4.9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이 지역구 공천에서 현역 의원들 대거 탈락시켰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시선은 오히려 따갑기만 하다.

한나라당은 245개 지역구 공천 결과 현역의원 109명중 42명이 교체돼 38.5%의 물갈이 비율을 보였다. 이는 지난 17대 때의 36.4%, 16대 때의 31%를 뛰어넘는 수준이다. 현역 의원들에 대한 물갈이 수치로만 보면 ‘개혁공천’이라고 선전할 만하다.

하지만 산술적 수치와 상관없이 지역구 공천 결과에 대한 국민들의 평가는 그리 높지 않다. 공천과정에서 보여준 한나라당의 모습은 친이(親李)-친박(親朴) 세력 간의 계파별 나눠먹기와 줄 대기라는 구태를 답습했던 모습으로 머릿속에 맴돌 뿐이다.

때문에 당초 전문성과 참신성을 갖춘 인재를 적극 영입하겠다던 한나라당의 공약도 사탕발림으로 끝난 듯한 느낌이다. ‘개혁공천’이라는 깃발 아래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등장한 신인들도 ‘그 밥에 그 나물’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공천 내정자들의 직업별 분포에서 현역의원(78명)과 정당인(43명) 다음으로 법조인(32명)이 수위를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끝내 계파 간 갈등으로 점철된 한나라당의 이번 공천은 국민들에게 전혀 ‘감동’과 ‘쇄신’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자기 밥그릇’ 싸움에 혈안이 된 구(舊)시대 정치행태를 재방송하는 꼴이 됐다.

하지만 아직 기회는 있다. 한나라당에 등 돌린 국민의 민심을 되찾기 위해 19일부터 시작된 비례대표 후보 심사에서 국민들의 신망을 얻을 수 있는 참신한 인물을 선발하는 것이다.

10년 만에 집권여당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한나라당에는 597명의 비례대표 후보 신청자가 몰렸다. 한나라당은 50% 안팎의 당 지지율을 근거로 27번 정도까지를 당선 안정권으로 보고 있다. 일단 비례대표 공천은 예상 당선권의 2배가량인 55번 정도까지 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측은 당의 이미지를 상징하게 될 비례대표 상위 순번에 노동계 인사, 농어민, 장애인 등과 취약 지역은 호남 출신을 배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거 ‘부자당’, ‘법조당’, ‘기득권당’으로 불리던 부정적 이미지를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에서 ‘감동’과 ‘쇄신’의 드라마를 국민들에게 선사하기 위해서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깜짝 카드’가 필요하다. 이전 집권 여당과 차별화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카드로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차별 받아온 ‘탈북자’를 비례대표 우선순위에 배정하는 것도 하나의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비례대표제는 지역구에서 충원하기 어려운 성격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으로, 상대적으로 사회에서 소외되어 있는 계층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놓자는 것이다.

현재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1만3천명에 육박한다. 앞으로도 탈북자들이 매달 1백~2백 명 씩 꾸준히 들어온다고 봤을 때 향후 5년간 상당한 숫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도 정착 문제 등 탈북자들을 둘러싼 다양한 현안들이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탈북자 사회를 대변할 만한 정치인은 딱히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이들은 향후 남북관계와 통일에 있어 주요한 역할을 해낼 인재풀이 될 수 있다. 탈북자들이 남한사회에 새롭게 적응하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체제를 성공적으로 배워나가는 것과 함께 삼권분립과 같은 의회민주주의를 직접 체험해 향후 북한 사회를 재건하는 데 있어 큰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적어도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은 먼 미래를 내다보면서 탈북자 출신의 인재를 적극 영입할 필요가 있다.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의 국회 의정활동 참여는 대북정책에 있어 큰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 대북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가장 전문적인 의견과 정책을 내놓을 수 있다.

물론 하나의 입법기관인 국회의원이니만큼 자질과 소양도 갖춰야 한다. 또한 탈북자 사회를 대표할만한 대표성이 있는지, 북한의 인권개선과 민주화를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를 검증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공천이 이뤄진다면 탈북자 사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

국민들에게 ‘감동’을 주는 정치를 실현한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고정관념’의 틀에서 조금만 벗어난다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해법을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탈북자 출신 국회의원의 탄생이 ‘눈높이 정치’의 첫 걸음이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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