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자전거 도로 정비 비용도 주민에 전가”

북한 양강도 당국이 도시미화 사업에 필요한 비용을 주민들에게 부담시키는 등 주민들의 세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올초부터 김정일 ‘고향 꾸미기 사업’에 대대적으로 동원되고 있는 주민들의 세 부담 가중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고 소식통이 전해왔다.


북한 양강도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난주 갑자기 인민반 회의가 있었는데 회의 내용은 파손된 자전거 도로를 재정비할 데 대한 것이었다”면서 “도로보수에 드는 비용을 주민부담으로 해야 한다는 포치(지시)를 전달했지만 이에 주민들이 거세게 항의하고 회의장을 박차고 나오는 주민들도 있어 회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이어 “국가건설은 국가가 다 보장을 해주지만 도로사용은 우리(주민들)가 사용하니까 부담도 우리에게 지우려 것”이라면서 “‘국가 건설에 동원되는 것은 힘들어도 참을 수 있지만 하루먹고 하루살기 바쁜 우리에게 돈을 내라는 것은 식구들을 굶겨 죽이라는 것과 같다’며 주민들이 불만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소식통에 의하면 양강도 당국은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게 되는 자전거 도로 정비 비용 부담을 각 인민반별로 부과했고 인민반에서는 세대별로 구간을 정해 보수토록했다. 도로보수 지시지만 실제로 이에 필요한 벽돌 등을 구입해야 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재정적인 부분까지 감당해야 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지적이다.


소식통은 “양강도 혜산 같은 경우 시내 곳곳에 있는 자전거 도로는 건설자재가 부실해 얇은 보도블록을 도로위에 깔았는데 겨울 동절기에 땅이 부풀면서 보도블록이 균열돼 파손됐고 일부 지역은 보도블록을 전부 뽑아간 곳도 있어 당국이 이러한 포치를 내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소식통은 “인민반장도 속이 타는지 ‘지금 보리 가을(수확)을 하는 집들도 있고 하루 장사를 못 하면 식구들 밥 먹기 어려운 집들이 많다는 것을 잘 안다’면서도 ‘그렇다고 (포치를) 따르지 않을 수 없잖은가’는 식으로 사정하다시피 이야기하고 있다”며 “주민들은 ‘기가 막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의 자전거 도로는 한국과 같이 별도의 도로를 지정하지 않고 주민들이 이동하는 인도를 자전거 도로로 지칭한다. 소위 인도겸 자전거 도로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북한 당국은 자전거가 도로로 이동할 경우, 사고가 나거나 번잡한 것을 고려해 인도로 자전거를 타고 다닐 것을 지시했다.


한편 양강도 주민들은 올해 봄부터 시작된 혜산시 도시미화 사업에 지속적으로 동원되고 있으며, 지난 8월 중순부터는 도시미화 사업에 필요한 자금마련 명목으로 여맹원들이 ‘들쭉따기’에 동원되기도 했다. 특히 이달 말부터 가을동원이 본격 시작되면 주민들의 생계는 더욱 어려워 질 것이라고 소식통은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