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이산상봉 실무접촉서 ‘날짜’ 걸고 넘어질 가능성”

북한이 우리 정부가 지난달 27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는 제의에 일주일 만에 수용한 것은 상봉행사에 대한 ‘손익계산’을 마쳤기 때문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우리 측이 제시한 상봉행사 날짜(17~22일)를 그대로 수용하면 실리가 없고, 계속해서 거절을 하면 ‘남북관계 개선 진정성’을 강조한 것에 대한 명분을 잃게 된다는 판단에 따라 그동안 우리 측 제안 수용 여부를 저울질했을 것이란 지적이다.


북한은 3일 판문점 연락관을 통해 “적십자 실무접촉을 5일 또는 6일 열자”는 반응을 내온 이후 우리 정부가 “5일 실무접촉을 갖자”는 통지문을 보내자 빠르게 수용하는 움직임을 보였다.


당초 북한은 지난달 24일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수용하면서 “설 지나 날씨가 풀린 다음”이란 전제 조건을 달았다. 2월 말 시작되는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가 끝나는 이후 진행되기를 희망한 것이다. 때문에 북측이 먼저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수용한 것도 ‘키 리졸브’와 연계하려는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후 우리 정부가 한미연합훈련 이전에 상봉행사를 갖자고 제안하면서 ‘키 리졸브’ 중단을 요구할 명분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진 것으로 보인다. 우리 정부가 제시한 상봉행사 날짜를 수용하면 이산가족 상봉행사만으로는 당장 얻을 수 있는 이익이 없다고 판단, 전략 마련을 위해 그동안 무응답을 보인 것이란 지적이다. 


북측은 실무접촉을 갖자고 통지하면서도 우리 정부가 제의한 상봉행사 날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우리 측이 제안한 상봉행사 날짜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메시지를 우회적으로 보인 것이다. 때문에 북측은 실무접촉에서 2월 말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인 ‘키 리졸브’가 끝나는 이후로 상봉행사를 갖자고 수정 제의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은 이날 노동신문을 통해 핵 재난을 막기 위한 상호조치를 호소한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을 남측이 수용해야 한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을 거듭 요구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다만 북한이 연합훈련을 핑계로 상봉행사 자체를 무산시킬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와 관련 박영호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4일 데일리NK에 “북한은 지난달 국방위 ‘중대제안’을 하면서 이산가족 상봉을 한미연합훈련 중단으로 활용하려 했는데 정부가 날짜를 구체적으로 제안해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며 “우리 정부 제안 수용 여부를 놓고 정치적 계산을 하느라 (이산상봉 실무접촉 등에 대한) 반응이 늦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한미연합훈련 때문에 상봉 행사를 무산시키는 것은 북측이 말한 ‘중대제안’이 진정성이 없었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의 페이스에 말려들기 싫어하기 때문에 ‘날씨가 풀리는 시기’를 주장하며 상봉행사 날짜 조정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북한 내 군부와 대남부서 간의 갈등 때문에 반응을 늦게 보인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대북전문가는 “(북한이 이산상봉에 대한 입장이 늦어진 것은) 한미연합훈련을 하는데 이산가족 상봉을 할 수 있느냐는 군부 세력의 주장과 남북관계에서 성과를 내야하는 대남부서 간이 엇박자를 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남북이 5일 실무접촉을 하더라도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등 관련 시설 점검과 행사 준비 등 2주간의 실무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제의한 2월 중순 상봉행사가 성사될 지는 현재로써는 불투명하다. 다만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들이 고령자인 만큼 조속한 상봉행사를 위해 최선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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