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내달 17∼22일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개최하자고 공식 제안한 가운데 남북은 28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 연장 근무를 하기로 합의했다. 남북은 이날 오후 4시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마감하지 않고 연장 근무에 들어갔다고 통일부가 밝혔다.
북측이 우리 측 제안에 이날 오후까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으면서 상봉 행사가 또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시각이 나왔다. 하지만 남북이 판문점 채널 연장 근무에 합의한 만큼 북측이 이날 중으로 우리 측 제안에 대한 입장을 전해올 것으로 보인다.
북측은 당초 우리 측이 제안한 상봉 행사 날짜를 수정 제의해 올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북한 나름대로 준비가 있으니까 수정 제의할 수 있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제의한 것과 비교해서 차이가 나는 부분이 합리적인지 들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 측이 상봉 행사 날짜로 제안한 17일은 북한 최대명절 중 하나인 김정일 생일(2. 16)인 ‘광명성절’ 바로 다음날이다. 북한 국내정치 일정 상 김정일 생일 다음날 바로 상봉 행사를 진행하기에는 물리적으로 무리라고 판단하고 있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 행사 전 대상자들을 소집해 사상교육을 실시한다. 남측 가족들을 만나 자본주의 문화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때문에 우리 측 제안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고 시간적 여유를 벌기 위해서라도 하루, 이틀 정도 미루는 방향으로 수정 제의해 올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일각에선 북측이 한미연합훈련 ‘키 리졸브’가 끝난 후로 상봉 시기를 늦출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지난 24일 북측이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수용하면서 ‘남한이 편리한 대로’라며 일정을 우리 측에 일임했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시기로 미룬다면 그동안 북측이 주장해 온 ‘진정성 있는 행동’에도 의구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우리 측 제안을) 그대로 수용할 지, 하루 이틀 연기할 지를 놓고 계산하고 있을 것”이라며 “북측의 한미연합훈련에 대한 비난은 지속되겠지만, 이를 빌미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연기하거나 중단시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27일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내달 중순 상봉 행사를 열자는 내용이 담긴 전화통지문을 보내면서 상봉 준비를 위한 남북 적십자 실무접촉을 29일 판문점 통일각에서 개최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