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은행이 고금리를 내세우며 예금 유치를 유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북제재로 인해 자금난에 시달리는 북한이 시중에 유통되는 유휴자금을 확보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평안북도 소식통은 30일 데일리NK와의 통화에서 “(지역) 상업 은행에 돈을 넣으면 10% 정도 이자를 준다”며 “1년마다 이자를 받을 수 있는데 이게 소문이 좋게 나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의 예금금리는 연 5%대로 알려져 있다. 상업 은행 금리는 기존 금리보다 두 배 가량 높은 셈이다.
소식통은 이어 “지금 같이 시장이나 어디나 장사가 안 되는 분위기에서 10% 이자를 보장해 준다는 이야기가 돌자 몇몇 돈주(錢主)는 수만 달러 정도를 은행에 돈을 바치기도 했다”면서 “지난해 돈을 넣은 사람이 올해 은행으로부터 이자를 확실히 보장받았다는 이야기에 큰돈을 맡긴 것”이라고 말했다.
평소 북한 주민들은 당국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주로 사(私)금융을 주로 이용해왔다. 이는 2009년 단행된 화폐개혁과 급작스런 자산 몰수를 지켜봐 왔기 때문이다. 그동안 힘겹게 모아뒀던 자금이 한순간에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컸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상황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시장화의 진전에 따른 안정성과 더불어 당국이 제시하는 높은 금리에 공(公)금융에 눈을 돌리는 주민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또한 북한 당국도 관련 시스템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우선 ‘중앙은행법’과 ‘상업은행법’을 2015년 7월 개정해 은행의 역할 확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시장화로 인해 시중에 늘어난 유휴자금을 관리하고 사(私)금융에 집중된 주민들을 공(公)금융으로 편입시키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아울러 북한 일부 은행이 고금리로 예금을 유치하려는 시도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경제난으로 인해 투자처를 찾지 못한 유휴자금이 고금리의 유혹에 은행으로 향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북한 은행의 달러로 맡긴 원금을 다시 달러로 돌려받는지, 입출금이 자유로운지, 전국적으로 시행되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와 더불어 자금난에 허덕이는 기업소에 대출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상업 은행 측이 자금을 끌어 모아서 기업소에 높은 이자를 받고 돈을 빌려주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그동안 통제와 관리 역할만 했던 북한이 기업 대출을 통한 경제 안정화와 활성화라는 보다 적극적인 금융의 역할을 담당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다만 여기서 관건은 명확한 시스템 구축과 ‘신뢰’ 확보다.
이와 관련 소식통은 “그동안 기업소들은 자금난이 생기면 사금융을 많이 이용했었다”며 “그렇지만 최근 일부 기업소들이 달마다 높은 이자를 치르느니 차라리 공식 은행에서 몇 년간 투자를 받고 이자를 치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해 상업 은행에서 대출을 받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 조선중앙은행 지방 지점들이 상업은행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유진 KDB 한반도신경제센터 연구위원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조선중앙은행 총지점(9개 도, 3개 시)은 지방 기관 및 기업소가 이용하는 지방 상업금융 기관 역할을, 지점(군, 구역 210개)은 개인을 대상으로 한 상업은행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