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외화 환율, 화폐개혁 후 최대 폭락…무역 재개 기대 하락 영향

평양 위안화 환율 660원, 달러 환율 5990원으로 '뚝'...소식통 "쌀값은 1kg 5000원으로 상승"

달러
미국 100달러 짜리 지폐. /사진=pixabay

북한 원 달러 및 위안화 환율이 또다시 폭락했다. 북한 당국이 신규 와크(수출입 허가권) 발급을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무역 통제 조치를 내놓자 관련 기관이나 개인들이 외화를 급하게 매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복수의 소식통을 통해 취재한 결과 8일 오전 평양의 원·위안화 환율은 660원으로 지난 2일 가격인 965원보다 32% 폭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신의주(평안북도)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는데 같은 날 신의주의 위안화 환율은 680원으로 나타났다. 역시 30%가 하락한 것이다.

북한 원·달러 환율의 경우 위안화보다 하락폭은 작았지만 역시 지역별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같은 날 조사된 달러당 거래 가격은 평양 5990원, 신의주 5950원으로 엿새 만에 각각 16, 17% 떨어졌다.

달러와 위안화 모두 2009년 화폐개혁 이후 최단기간 최대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지난해 4분기에도 북한의 외화 환율이 큰폭으로 하락했지만 10월 10일 당창건일 직전부터 약 두 달 가까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양상을 보여 이번보다는 하락 속도가 완만하게 나타났다.

오히려 지난 4월 신규 와크 발급 신청 공고가 하달된 이후 달러와 위안화 환율은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특히 와크 발급 직전인 지난달 18일 원·달러 환율은 7000원선을 돌파했고 위안화도 1000원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규 와크 발급과 함께 무역 재개 기대감으로 지속적으로 상승하던 환율이 갑자기 폭락한 것은 최근 새롭게 하달된 북한 당국의 무역 통제 조치 때문인 것으로 확인된다. 

고위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3일 중앙당에서 하달된 방침포치(지시)에는 신규 와크 발급을 받았다 할지라도 곧바로 무역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며, 당의 허가없이 무역에 참가할 경우 밀수로 간주해 중형의 처벌을 받게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같은 포치는 내각 대외경제성 토요학습 시간을 통해 각 기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토요학습 시간에 중앙당에서 하달된 방침포치가 하달되는 경우가 드물지만 북한 내부에서도 무역 재개 동향에 관심이 집중돼 있어 관련 소식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소식통에 따르면 해당 포치가 전달된 이후 무역 재개를 준비해왔던 기관과 무역일꾼들은 서둘러 달러와 위안화를 팔고 있다. 

무역이 시작되면 현금 유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한 기관과 개인이 높은 이자를 약속하고 돈을 빌려 외화를 사둔 경우가 많아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외화를 내놓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런 가운데, 갑자기 외화 환율이 폭락하고 국경 봉쇄가 지속된다는 소문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면서 시장 물가도 일제히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8일 평양의 쌀 가격은 1kg 당 5000원으로 엿새 만에 22%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강도 혜산과 함경북도 온성에서도 쌀 1kg이 4900원에 거래되는 등 10% 이상의 상승세가 확인됐다. 

옥수수 가격도 지역별로 20% 가까이 상승하면서 평양의 경우 화폐개혁 이후 최고가격인 1kg당 3000원에 거래됐다. 

곡물 가격의 경우 늦봄에서 여름까지 수급량이 부족해 1년 중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르는 시기인 데다, 국경 봉쇄가 지속될 것이라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가격 상승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체감적으로 상승하면서 주민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평양에서도 “이러다 쌀 값이 1만원까지 오를 것 같다” “고난의 행군이 반복되는 게 아니냐”는 등 쌀 가격 상승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하는 주민이 많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식생활 등 기본적인 경제 생활에 대한 평양 주민들의 불만이 높아질 경우 북한 당국의 통치 기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상황이다. 때문에 당국이 시장 물가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내놓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