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올해는 홍수 피해 건너뛸 수 있을까?

북한은 거의 매년 큰 수해 피해를 입어왔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처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서 그 피해가 누적되는 양상까지 보이고 있어 올 장마철을 앞둔 북한 주민들의 걱정도 커지고 있다.  


2009년 입국한 탈북자 A씨는 “북한에서 장마철이 되면 치산치수(治山治水) 사업을 6월말에서 7월초 진행한다”면서도 “장마를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임시 방편식으로 이뤄지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비가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동원되는 사람들은 ‘하나마나한 일을 왜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며 “산에서 많은 양의 물이 내려오면 하류에서 정비를 잘해도 소용이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탈북자 B씨도 “강둑 쌓기, 강바닥 정리, 기업소 주변 물길 만들기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지만 피해를 막기에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며 “대부분 장마 피해는 산사태로 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은 2009년 7월 장마철을 맞아 내각 산하에 ‘큰물(홍수)방지대책위원회’를 조직하고 예보체제를 갖추는 등 홍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주력했다.


당시 조선중앙통신은 15일 장마철 시작을 알리면서 “나라에서는 해마다 장마철이 오면 큰물피해를 막기 위한 대책들이 전 국가적인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홍수피해 예방을 위한 경제부문별 역점사업을 소개한 바 있다.


하지만 9월17일 “얼마 전에 내린 강한 폭우로 많은 피해를 받은 양덕군에서는 군당위원회 지도 밑에 복구지휘부를 조직하고 대중의 정신력을 총발동해서 큰물 피해를 하루빨리 가시기 위한 투쟁”을 본격화하고 있다며 피해사례를 2009년 처음으로 보도했다. 


당시 한국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가 시작된 8월 9일부터 18일까지 북한의 27개 관측지점 가운데 자강도 중강을 제외한 26개 지점의 강수량이 22년(1973~1994년) 간의 평년값을 일제히 웃돌았다.


이 기간에 최다 강수량을 기록한 지역은 강원도 평강 지역으로 632.1㎜가 내려 평년치(85.5㎜)보다 7배 이상 많았다. 평양에는 399㎜를 기록해 평년(60.5㎜)보다 6배를 넘었는데, 14일 95㎜에 이어 18일엔 233㎜의 폭우가 쏟아졌다.


북한은 2008년에 홍수나 태풍의 피해를 크게 보지 않고 넘어갔지만, 2007년 7월19일 평양에 466mm의 비가 내렸다. 8월에는 사상 유례없는 집중호우로 500여 명이 사망하거나 행방불명되고 수천 명이 부상했으며 10여만 명이 집을 잃어 수재민이 90여만 명을 기록한 데 이어 9월 제12호 태풍 ‘위파’로 인해 또다시 물난리를 겪었다.


북한은 2006년 7월 수해로도 844명이 사망·실종되고 2만8천여 가구의 수재민이 발생했으며 2만3천여 정보의 농경지가 침수·매몰됐다.


산에 나무가 없어 빗물이 흡수가 안 되고 큰 피해를 발생한다는 것이다. 명수정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책임연구원은 지난해 3월 ‘북한의 자연재해 취약지도’라는 발표문을 통해 “산림훼손이 일어난 곳이 재해에도 취약하다”며 “강원도, 황해남북, 평양, 남포 등 남쪽 저지대 지역이 취약하다”고 설명한 바 있다.


북한은 식량과 에너지난을 겪고 있어 뙈기밭을 만들고 땔감을 마련하기 위해 산림생태계를 훼손함으로써 재해 완충능력을 약화시켜왔다. 이것이 매년 홍수재해로 이어지고 다음해에 더 큰 경제난을 겪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기상청 북한 기상담당 관계자는 기자와 통화에서 “북한에 대한 자료가 부족해 2010년 장마피해에 대해 예상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하지만 탈북자들은 “산에 나무만 충분하다면 장마피해를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