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니 꿈만 같았다

지난 16일 인천 남동아시아드럭비경기장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C조 조별리그 첫 경기인 북한과 베트남 경기를 관람했다. 탈북자인 기자가 한국 땅에서 북한 대표 선수들의 경기를 직접 볼 것이라곤 상상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꿈이 아닌 현실이었다.

경기 관람을 앞두고 누구를 응원해야 하나 사실 망설임도 없지 않았다. 북한을 응원하다가는 한국의 ‘국가보안법’에 걸리는 것은 아닌지, 그렇다고 나의 고향 선수들이 아닌 베트남 선수들을 응원할 수도 없고. 

하지만 이런 기우(杞憂)도 잠시. 경기장 관중석에서 “북한 선수 화이팅!”, “잘한다 11번”, “힘내라 9번”이라는 응원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순간 긴장했던 마음도 풀리며 북한 선수들을 목청껏 응원했다.

옆 좌석에서 앉은 30대의 한 여성은 세네 살 정도 되는 아들과 함께 북한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환호와 탄식을 하며 열정적으로 응원했다. 북한 선수들을 대신해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고 싶을 정도였다.  

1990년 10월 평양 5·1경기장에서 남북 국가대표팀 간 첫 ‘통일축구대회’가 열렸을 때 평양 시민들은 그랬을까. 당시 평양 시민들은 철저한 감시와 통제로 북한 선수들의 플레이에 응원하는 것이 전부였다. 만약 평양 5·1경기장에서 한국 대 베트남 전이 열린다면 평양 시민들이 이 여성과 아이처럼 한국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을까.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경기는 북한이 일방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전반에만 김윤미 선수가 2골을 몰아치는 등 4:0으로 앞서며 마쳤다. 후반전에 한 골을 추가해 5:0으로 싱겁게 경기는 끝났다. 북한 선수들은 공·수에서 탁월한 경기력과 잘 짜여진 조직력을 선보이며 아시안게임 금메달 후보다운 저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북한 선수들의 신장은 베트남 선수들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을 정도로 컸다. 어린 선수들이지만, 가슴도 봉긋했다. 기자가 북한에 있을 때의 선수들과 확연히 발육상태가 좋아졌음을 느낄 수 있어 한편으론 안도감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자유스러운 헤어스타일을 하고 있는 베트남 선수들과는 달리 북한 선수들은 똑같은 스포츠형 짧은 헤어스타일이었다. 아마도 당(黨)의 지시에 따라 그랬으리라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또한 북한 선수들은 다섯 골을 넣으며 골 잔치를 벌였는데도 여타 다른 국가의 선수들과 달리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멋진 세러모니를 기대했는데. 그저 도식적이고 틀에 박힌 훈련된 웃음이었다고 하면 기자의 지나친 편견일까.

북한 선수들은 골을 넣어도 ‘김정은의 공(功)’으로 돌려야 하는 불운의 선수들이다. 만약 경기에서 패하게 되면 김정은에 대한 충성심이 없었다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때문에 경직된 표정을 지으며 웃고 있는 것이다. 

기자는 북한 선수 벤치 뒤에서 경기를 관람했다. 열심히 뛰고 교체되어 나오는 선수들이 왔을 때 당장이라도 뛰어 내려가 그들을 안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가지마. 네가 여기서 축구하면 좋은 환경에서 맘껏 즐기며 진짜 체육인이 될 수 있을테니”라고.

기자의 생각이 외곬이라도 어쩔 수 없다. 이들은 기자와 같은 북한 선수들이고, 동생이자 자녀같은 애들이기 때문이다. 경기를 관람하는 내내 이러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래도 누구 하나 부상 없이 경기를 승리로 마친 북한 여자축구 선수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장하고 대견하다. 나의 동생들아. 꼭 이겨서 금메달 안고 돌아가길 간절히 바란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