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억류 미국인 2명 석방…’ICC 제소’ 부담된 듯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 케네스 배(46)와 매튜 토드 밀러(24) 씨를 전격 석방했다.


이들은 8일(현지시간) 오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사로 북한에 파견된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장(DNI)과 함께 평양을 떠나 미국령 괌 공군기지에 도착했으며, 이날 밤 워싱턴 주 매코드 공군기지로 귀국해 가족들과 재회했다.


배 씨는 2년, 밀러 씨는 7개월 만에 억류에서 풀려나 고국의 품에 안겼다.


배 씨는 2012년 11월 3일 북한에 들어갔다가 억류된 뒤 지난해 4월 30일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밀러 씨는 4월 10일 북한에 입국했다가 지난 9월 14일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 북한은 당시 두 명에게 모두 ‘반공화국 적대범죄행위’라는 죄를 적용했다.


앞서 북한은 지난 4월 29일 방북한 또다른 미국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을 약 6개월간 억류하다가 지난달 21일 전격 석방했다. 이로써 그동안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3명은 모두 풀려났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두 사람의 안전한 귀환에 매우 감사한다”며 “오늘은 그들과 가족에게 매우 좋은 날이며 그들이 안전하게 돌아온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무부도 환영 성명에서 “미국인 2명의 석방을 위해 미국 정부를 대표해 교섭을 담당한 제임스 클래퍼 DNI 국장에게 감사한다”면서 “미국인들의 석방을 위해 이익대표부로서 끊임없이 노력해온 스웨덴 정부를 비롯한 전 세계 우방에도 감사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번 억류 미국인 석방을 위해 과거 전직 대통령 등을 파견했던 관례를 깨고, 오바마 행정부 내 정보기관 총책임자인 클래퍼 국장을 대통령 특사로 북한에 파견한 것은 이례적이란 것이 외교가의 평가다. 


클래퍼 국장은 중앙정보국(CIA)과 국방정보국(DIA), 국가안보국(NSA), 연방수사국(FBI) 등 10여개 정보기관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미국은 클래퍼 국장의 특사파견과 관련, 억류자 석방이라는 인도주의적 임무에 국한돼있으며 북미관계나 북한 핵문제와 같은 정무적 사안과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다만 클래퍼 국장은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정무현안에 대한 북한의 입장을 청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클래퍼 국장을 통해 김정은에게 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클래퍼 국장이 북한에 체류하는 동안 김정은을 직접 만나지는 않을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이 억류 중인 미국인을 석방한 데는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에 북한인권 문제를 국제형사재판소(ICC)에 회부하고, 책임자(최고지도자)를 처벌해야 한다는 내용까지 거론되는 상황이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많다.  


또 11, 12일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는 대화의 메시지를, 중국에는 대북제재에 동참하지 말아달라는 신호를 보낸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북한의 미국인 석방을 환영하면서 억류 중인 한국인 선교사 김정욱 씨의 석방도 촉구했다.


김 씨는 지난해 10월 선교 목적으로 입북했다가 국가전복음모죄 등으로 기소돼 무기 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