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어린이들 인권시계는 거꾸로 돌아간다

6월 1일은 국제유엔아동기금(UNICEF)이 ‘국제아동절’로 정한 날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전 세계 아동들을 추모하고 아동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1949년 11월 구소련의 모스크바 국제민주여성동맹이사회 회의에서 6월 1일을 전 세계 아동 명절로 결정한 때로부터 유래되었다.

북한은 1950년 6월 1일부터 ‘아동절’로 정하고 각종 행사, 전시회, 어린이 장기자랑 등을 진행해왔다. 북한에는 아동절 뿐아니라 만 7세부터 14세까지 학생을 대상으로 한 소년단 창립일(1946. 6. 6일)도 아동을 위한 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아동복지 및 보호에 대한 북한의 정책은 ‘어린이보육교양법’에 뒷받침된다. 1976년 4월 29일 최고인민회의 상설회의 법령 제7호로 채택, 1999년 3월 4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 제488호로 수정 보충됐다.

‘어린이보육교양법’ 제1장 제2조에는 “어린이들을 사회적으로 키우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중요시책의 하나이며 사회주의 교육학의 원리에 근거한 교육방법”이라며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모든 어린이들을 탁아소와 유치원에서 국가와 사회의 부담으로 키운다”고 규정했다.

북한은 1980년대 후반까지도 국가의 미래인 ‘꽃봉오리’를 보살핀다는 명목하에 각 지방 탁아소, 유치원들에서 어린이 전염병과 질병을 예방하고 영양을 검진하는 사업이 진행했다. 탁아소들에 정기검사, 치료를 위해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배치됐고, 지방 식료공장들에서는 탁아소유치원 간식 공급용 사탕, 과자, 두유(콩우유) 생산도 해왔다.

그러나 90년대 식량난 이후에는 탁아소와 유치원의 국가공급도 뚝 끊기고 말았다. 이제는 아동들의 식사, 간식, 교육교재 등을 마련하기 위해 부모들에게 손을 벌리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에는 많은 부모들이 자식들을 탁아소나 유치원에 보내는 것을 꺼린다. 부모들은 멀쩡한 아이도 전염병에 걸려오는 탁아소나 유치원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 아이들 머리에 이가 생기거나 감기에 걸려 오는 것은 일도 아니다.

평양 시내 탁아소와 유치원에서는 6~7월이 되면 집단 식중독이 자주 발생한다. 낙후된 식료공장들의 위생환경으로 인해 이곳에서 생산된 식품을 공급받는 탁아소, 유치원에서 식중독과 각종 질병이 집단적으로 발생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명색이 ‘수도’랍시고 평양시내만 특별공급이 이뤄지지만 간식으로 공급된 두유 등을 마시고 식중독에 걸려 소아병원을 찾는 아동들이 적지 않다.

북한 당국이 운영하는 고아원이나 구호소의 아동들에 대한 처우는 훨씬 더 열악하다. 지난달 4일 북한을 방문한 미국 한 민간단체가 고아원 방문을 요청했으나 시설이 너무 열악해 북한 당국이 이를 승인하지 않은 일도 있었다.

올해 초 고팔란 발라고팔 유니세프(UNICEF) 평양사무소 전 대표는 “북한의 전반적인 식량난과 아동 영양 결핍, 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어 국제 사회의 인도주의적 개입이 더욱 확대돼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90년대 후반부터는 빈곤층 가정 부모들이 1~3세 영유아들을 기차역 대합실, 시장 등에 버리는 일도 늘어났다. 심지어 북-중 지역에서는 북한 영유아를 유괴하여 중국에 팔아넘기는 사람들도 생겼다. 북한 사람과 중국 사람으로 구성된 이 인신매매 조직들은 지금도 1~3세 유아기 남자는 1만~2만(元) 위안, 1~3세 여자는 8천~1만(元) 위안을 받고 중국 남방지역 사람들에게 팔아 넘기고 있다.

이처럼 북한 아동들의 인권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당국은 아동들을 이용하는 체제선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북한은 1986년 6월에 설립된 평양시 창광유치원을 전국 본보기 유치원으로 꾸리고 유년기 지능교육, 예능교육  명목으로 김일성, 김정일 우상화 세뇌 교육에 열을 올리며 ‘관광코스’로 만들었다.  

평양의 소학교 6~10세 아동들은 설맞이 1호공연(김정일 관람 공연)이나 ‘아리랑’과 같은 체제 선전행사에 동원된다. 그러나 노동당, 중앙기관, 무역기관의 간부 자식들은 모두 학교에 뇌물을 바치고 빠져나간다. 금성중학교나 만경대혁명학원 등은 아예 전교생이 제외되는 특권을 부여받는다.

행사에 동원되는 아동들은 모두 도시락을 지참해야 하며, 이들에게 주어지는 간식이라곤 하루에 두유 한 컵과 빵 한 개 정도 뿐이다.

행사를 책임진 지도원들은 ‘1호 행사’를 실수 없이 완성하기 위해 아직 뼈도 채 굳지 않은 아동들에게 강도높은 훈련을 강요한다. 더욱 기가막힌 것은 순진한 아동들이 실수를 하거나 훈련에 불참하는 것을 ‘장군님에 대한 충성이 부족하다’고 몰아 붙이는 지도원들의 언행과 태도다. 1호행사가 끝나고 아동들에 차려지는 선물은 사탕과 과자 1봉지(1kg)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