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압박’ 채찍든 美..한중의 대응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계기로 미국이 북한 압박의 기치를 높이 치켜들었다.

유엔 결의안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인 16일 미국은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동북아 순방사실을 공개했다.

당초 다음달 중순께로 잡혔던 라이스 장관의 순방일정을 앞당긴 것이며 그만큼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응징하려는 미국의 의지를 과시한 것으로 풀이됐다.

18일부터 일본, 한국, 중국, 러시아 순방에 나서는 라이스 장관은 16일(현지시간) 국무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의 행동은 동북아지역 주요 국가들에게 우리가 공유하는 전략이해를 분명히 보여줬다”며 “각국은 우리의 공통 안보의 혜택 뿐 아니라 부담도 공유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보리 결의에 국제사회가 ‘연합세력’으로 나서야 한다는 점을 전날 유독히 강조한 라이스 장관의 이 발언은 특히 한국과 중국에 주는 메시지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한국에 대해선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포함한 대북 경협의 `많은 부분’이 북한의 (대랑살상무기) 확산 활동과 관계있지 않느냐는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북한과 활동 전반을 평가할 것이라는 점을 매우 분명히 밝혀온 만큼, 우리는 그 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19일 서울에서 열릴 한미 외교장관 회담이 국제사회의 큰 관심사로 부상했다.

특히 한국 정부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준거로 해서 구체적인 대북 제재안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한 터여서 라이스 장관에게 ‘결과물’을 제시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차기 유엔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반기문(潘基文) 외교부 장관이 라이스 장관에게 어떤 외교적 수사를 동원해서 우리 정부의 ‘검토결과’를 전달할 지, 그리고 이에 대한 미국측의 반응이 어떠할 지가 최대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와 관련, 미측은 한국측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확대를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특히 한국 정부가 남북해운합의서를 거론하며 PSI에 연관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에 대해 ‘불편함’을 감추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일각에서는 ‘채찍을 든 미국’에 대해 남북관계의 특수성은 물론 압박과 제재 일변도로는 북한의 변화를 유도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통일문제를 담당하는 한 정부 관계자는 “유엔 결의안을 회원국이 이행하는 과정은 국제적 공조도 중요하지만 각국의 국내법에 따라 융통성있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핵실험까지 한 북한에 대해 과거처럼 할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정부내에 팽배한 점이나 북한이 추가적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대북포용정책의 부분 수정에 해당되는 정책기조의 변화를 미측에 제시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미 협의 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의 만남도 주목되는 외교이벤트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차관은 폭스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일 왕광야 유엔주재 중국대사가 안보리 결의 채택 직후 ‘중국은 화물검색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것을 언급하면서 외교적 수사없이 `이상한 성명’이라거나 “안보리 결의에 찬성 투표해놓고 결의를 이행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또 라이스 장관 본인도 화물검색 과정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돌로 인한 긴장고조 가능성에 한국과 중국이 우려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우려”라면서도 이번 결의가 “유엔 헌장 7장에 따른 결의”라며 유엔 회원국으로서 이행 의무를 강조했다.

서울의 외교소식통은 “라이스 장관의 순방목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과 중국을 대북 압박전선에 확실하게 견인하는 것”이라면서 “중국 방문에 앞서 서울에서 한미일 3자 회동을 갖는 것도 중국 압박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든든한 미국의 추종자인 일본의 대북 압박공세에 맞서는 한국과 중국의 방어 노력도 주목된다.

한국이 강경한 미국의 요구를 전면 수용할 가능성은 커보이지 않는다. 이미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은 안보리 결의상 제재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정리한 마당이고 PSI 참여확대에 대해서도 소극적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결의안 이행에 나서야 하지만 동북아에서 미국의 영향력 확대가 불을 보듯 뻔한 PSI 확대에 나설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게다가 북중관계의 특수성을 감안해 전면적으로 북한을 압박하라는 미국의 요구는 ‘미국의 추종자가 되라’는 자존심 상하는 주문일 수 있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3일 정상회담을 갖고 대북 공동 대응기조를 확인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외교소식통은 “미국의 강공 드라이브에 한국이 어떤 선택을 할 지가 향후 북핵 국면의 최대 관심포인트가 될 것”이라면서 “한미일을 축으로 한 전통의 외교전선이 유지될 지, 아니면 미일과는 다소 맥락이 다른 한중 협력의 틀이 형성이 될 지가 조만간 윤곽을 드러내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적인 외교전선과는 별개로 국내적으로도 남북관계를 중시하는 부처와 국제공조에 무게를 실으려는 부처간 의견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없다. 또 국내 정치세력간 대북 정책을 둘러싼 논란이 증폭되면서 북핵 국면이 갈수록 복잡다기한 양상으로 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