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알리기 위해 모래 넣은 밥 먹으려고 했죠”

북한인권 개선 활동에 대한 개념조차 모호했던 지난 2005년. 숙명여대 몇몇 대학생들은 북한인권 문제가 심각함에도 일반인뿐 아니라 지식인들이 이에 대해 관심이 거의 없다는 것에 자극을 받았다.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인 인권이 북한 독재 치하에서 철저하게 유린받고 있음에도 무관심으로 일관하고 있는 한국사회에 대해 지성인으로서 용납할 수 없었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숙명여대에 당시 서울지역 대학 최초로 북한인권동아리 H.A.N.A.를 탄생하게 한다. 9년여 동안 꾸준히 관련 활동을 해온 H.A.N.A.는 지금까지도 북한의 식량난을 알리기 위한 다채로운 행사를 벌이고 있다.



데일리NK는 최근 북한의 식량난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주먹밥 행사’를 학내에서 벌이고 있는 H.A.N.A. 임지원 대표(사진 오른쪽)와 홍주영 부대표(사진 왼쪽)를 만나 그동안의 활동 등에 대해 들어봤다.


-동아리의 설립 계기를 알려 달라.


학내에 ‘엠네스티 숙대 지부’를 비롯하여 일반적인 인권단체가 이미 존재했지만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전문적으로 제기하는 학생단체가 없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 북한인권 문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H.A.N.A.가 발족하게 됐다. 당시 정치외교학과 홍규덕 교수님의 지도·편달로 동아리를 결성하게 됐다.    


-2009년부터 최근까지 국방부 국방개혁실장을 역임한 홍규덕 교수 말인가?


그렇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학생자치단체이긴 하지만 홍 교수님의 적극적인 지도 아래 H.A.N.A.의 기본 틀이 잡았고 국방부에 계실 때는 여러 활동에서 협조도 얻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다시 학교로 돌아오셔서 역시 많이 도와주고 계신다.


-‘H.A.N.A.’라는 동아리명은 무엇을 의미하나?


‘Humanitarian Action for North Korea’의 약자이다. ‘Korea’의 경우 뒤의 ‘A’를 약자로 땄다. 기본적으로 북한에 대한 인도주의적 접근을 가장 중요시하는 우리 단체의 성향을 잘 드러내고 있다고 본다.










▲ H.A.N.A. 동아리원들은 2011년부터 매년 국정원 견학 프로그램에 참가, 안보 전문가와 탈북자 강연을 듣고 있다. 사진은 국정원에서 강연을 듣는 모습./데일리NK


-주로 어떤 활동을 하나?


대외활동, 학술활동 반반이라고 보면 된다. 학술활동으로는 매주 진행되는 학술회의가 있다. 선임 격(格)인 학생들이 북한 관련 주제에 대해 20-30페이지 분량의 PPT로 발제를 하면 신입생들이 귀담아 듣고 질의 및 토론을 하는 방식이다. 지금까지 ‘북한 인권의 정의(定義)’부터 ‘국가 별 북한정책’, ‘북한 권력구조’, 그리고 ‘각 대선후보별 대북 기조’ 등 다양한 주제를 다뤘다.


대외활동 중 대표적인 것은 매년 진행하는 ‘국정원 견학’과 ‘주먹밥 행사’가 있다. ‘국정원 견학’의 경우 2011년부터 해오고 있는데, 영화에서나 보던 현대식 ‘상황 통제실’도 직접 구경해보고 내부 사격장에서 권총 사격연습까지 해보면서 추상적이었던 안보개념을 구체화할 수 있었다. ‘주먹밥 행사’는 숙대 캠퍼스에서 북한 아이들의 먹거리인 주먹밥을 나누어주는 행사인데 북한 아이들의 일일 섭취량을 직접 체험해보자는 취지다.










▲ H.A.N.A. 동아리원들은 2006년부터 매년 숙대 캠퍼스에서 ‘주먹밥 행사’를 진행해왔다. 사진은 ‘주먹밥 행사’에서 작은 주먹밥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데일리NK


-북한 아이들의 일일 섭취량이 주먹밥 몇 개인가?


한 개다. 그것도 작은 주먹밥이다. 게다가 종종 모래나 작은 돌이 씹히기도 한단다. 그래서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 진짜로 모래를 넣어 만들어보는 것도 내부적으로 진지하게 고민했었다. 부작용이 우려돼 자제했지만 어쨌든 적은 양의 주먹밥을 먹으면서 학생들이 깨닫는 바가 많아 보였다. 우리는 2006년부터 ‘주먹밥 행사’를 꾸준히 해 왔는데 이제 학생들이 북한인권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인식하는 듯하다.


-단체가 특정한 정치적 성향을 가지고 있나?


북한인권 개선이라는 보편적 과제를 떠나면 동아리원들의 정치적 견해가 가지각색이기 때문에 단체 자체의 정치색이라는 것은 설정하기 어렵다. 예컨대 내부 학술회의에서 ‘햇볕정책’이나 ‘비핵개방3000’ 등 특정한 대북정책에 대해 토론을 하면 하루 종일 격론이 벌어지고 답이 안 나온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동아리원 모두가 동의하는 ‘북한인권 개선’의 보편타당성이 더욱 두드러지지 않나 싶다.


-일반 대학생들은 북한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고 있나?


‘어떤 식으로 알고 있는가’의 문제 이전에 ‘조금이라도 알고는 있는가’의 문제부터 선결돼야 한다. 최근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새터민’이라는 용어를 아는 대학생의 비율이 절반도 안 된다. 이것은 그 자체로도 심각하지만 ‘정보 부족’은 곧 ‘선동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더 문제가 있다고 본다. 


-현재 단체 차원에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우선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절대명제가 있다. 한때 H.A.N.A.는 서울권역에서 가장 활발하고 역량 있는 북한인권 학생단체였다. 그런데 지금은 명목상 동아리원이 20명 남짓이다. 그나마 그 중 실질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은 절반가량밖에 되지 않는다. 규모가 작으면 그것이 어떤 메시지라도 목소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향후 보다 많은 학우들의 참여를 이끌어 낼 것이다. 


-향후 활동 계획은?


2학기에는 우선 연례행사인 ‘국정원 견학’과 ‘주먹밥 행사’를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다. 이에 더해 이번 연도부터 새터민 교육기관인 하나원을 방문·견학할 계획도 추진 중에 있다. 장기적으로는 앞서 말한 규모와 역량 강화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