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쌀가격 널뛰기’ 화폐개혁 여진 계속되나?

3월 말까지 하락세를 보이던 북한 쌀 가격이 4월부터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 5~6월 춘궁기를 앞두고 식량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벌써부터 확산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함경북도 내부소식통은 20일 “회령시 남문시장에서는 3월 말까지 300원대(kg)를 기록하던 시장 쌀 가격이 이번 주부터는 500원까지 올랐다”면서 “태양절(김일성 생일 4.15)을 맞아 특별한 식량공급도 없었고, 앞으로도 국가배급이 시원치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지면서 당분간 식량가격 상승세가 계속될 것 같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20일 현재 남문시장의 쌀 가격은 500원(kg), 옥수수쌀은 260원(kg)이다.


쌀 가격 상승세는 평양에서도 감지된다. 평양에서는 3월치 식량배급이 기준치에 근접하게 이뤄지면서 선교시장의 쌀 가격이 한때 200원까지(3월 29일) 떨어졌지만, 4월 15일 이후 다시 300원을 넘어서고 있다.


소식통은 이 같은 현상에 대해 “과거 쌀 가격은 식량배급 유무와 연관이 깊었지만, 화폐개혁 이후에는 많이 달라졌다”면서 “이제는 사람들의 심리에 따라 쌀값이 요동친다”고 해석했다.


쌀 각격이 ‘오를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면 갑자기 가격이 급등했다가, ‘오를 만큼 올랐다’는 분위기가 확산되면 ‘팔자’ 심리가 몰리면서 가격 하락 역시 속도를 낸다는 것이다.


데일리NK가 지난 2월부터 집중 추적한 함경북도 회령시 남문시장 쌀 가격 동향에 따르면 이 같은 분석에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화폐개혁 직후 북한 당국의 지시에 의해 문을 닫았던 시장들이 다시 개장했던 시점은  지난 2월 5일이다. 화폐개혁 직후 북한의 수매상점에서는 쌀 1kg에 24원에 판매한다고 고시 했지만 2월 5일부터 시장에서 쌀 판매 상한선을 240원(kg)으로 확정하는 ‘타협안’을 지시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불과 1개월만(3월7일)에 쌀 가격은 1500원으로 치솟았고, 다시 1개월도 채 안돼서 가격 상한선에 근접한 300원(4월 2일)까지 떨어졌다. 가격변동 폭이 너무 크다보니 가격이 오르던 내리던 시장거래량이 늘지 않는 이상 징표를 보이기도 했다.         


소식통은 이 같은 ‘널뛰기’ 현상을 화폐개혁의 ‘후과’로 지목하며 북한 당국의 정책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화폐교환을 비롯한 국가정책은 완전히 엉터리였다”면서 “국가 정책에 믿음이 없다보니 사람들은 자기 재산을 쌀로 쥐고 있을지, 외화로 쥐고 있을지, 내화(북한 돈)로 쥐고 있을지 갈피를 못 잡고 시장 흐름에 따라 왔다 갔다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1월까지 북한 당국의 외화사용 통제가 극에 달했을 당시 쌀 거래는 뚝 끊겼고 이는 곧 가격 폭등으로 이어졌다.


반면 북한 당국의 외화사용 통제가 시들해지고 각 기업소나 외화벌이 기관들에 대한 ‘불법 보유 식량 집중검열’이 시작된 3월부터는 쌀이 시장으로 대거 유입돼 빠른 속도로 가격이 하락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4월부터 평양 및 대도시에 대한 식량공급 전망이 불투명해진 것을 기점으로 쌀 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어 북한 내부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천안함 사건이 북한내부에 조금씩 알려지면서 ‘정세불안’을 우려하는 심리까지 확산될 모양새다.


더구나 지난 1~2월 당시 신화폐로 임금을 지급하던 북한 당국의 ‘돈잔치’가 3월부터 중단됐다는 점도 악재로 꼽힌다.


당초 신구화폐 비율이 100대1이었던 것에 비해 노동자 임금은 과거와 다르지 않아 “실제 구매력이 대폭 늘어났다”는 조선중앙은행 책임부원의 장담이 공수표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특히 지난 3월 중에 북한당국이 “모든 국정가격을 다시 100배로 인상, 과거 기준(화폐개혁 이전)으로 환원하라”는 지시를 내리린 것으로 알려지면서 각급 공장기업소들의 생산 증대에도 ‘비상등’이 켜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공장기업소들은 지난해 12월 화폐개혁 조치에 따라 생산요소 가격이 1/100로 줄어든 것으로 2010년 생산계획을 작성했다가 3월부터는 화폐개혁 이전 가격으로 생산계획을 수정하게 된 것이다. 사실상 화폐개혁 효과가 완전히 사라진 셈이 되고 말았다.  


소식통은 “눈치 빠른 사람은 올 봄 경제형편이나 식량상황이 나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벌써 알아 차리고 있다”면서 “남쪽에서나 중국쪽에서 원조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라는 소문이 돌면 다시 또 쌀 가격이 상승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처럼 빠르게 반응하는 ‘시장 심리’ 때문에 취약계층을 비롯한 서민들의 식량 수급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이 제기된다.


소식통은 “경제 능력이 있는 사람들은 외화와 쌀을 바꾸어 가며 자기 재산을 불리고 있지만, 하루벌어 하루먹고 사는 빈곤층에게 쌀 값 변동은 매우 치명적”이라며 “말로는 ‘강성대국’을 떠들고 있지만 주민들은 언제 쌀 값이 1천원, 2천원을 뛸지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당국은 여전히 이런 상황에 대한 실질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증폭시키고 있다. 시장활동 및 식량유통을 보다 자유화하거나 국개 배급을 복원하려는 노력대신 한 두명의 정치적 희생양을 앞세워 화패개혁 실패를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을 낳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양강도 중앙은행 혜산지점 지배인 김승필(59)이 화폐개혁 당시 구화폐 수억원을 횡령했다는 죄목으로 혜산 비행장 인근에서 공개총살 당했다는 사실이 소식통을 통해 뒤늦게 확인됐다. 희천공작기계공장과 함께 북한의 양대 공작기계공장으로 통하는 구성공작기계공장의 지배인도 화폐개혁 당시 부정축재 혐으로 지난 3월 공개총살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들 모두 총살된 것으로 알려진 박남기 전 노동당 재정부장 라인의 사람으로, ‘정치적 희생물’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한다.


이제 쌀 가격은 북한 인민경제 분야의 전체의 안정성을 살피는 중요 지표로 자리잡고 있다. 주민들의 식량수급 문제 뿐 아니라 북한 내부 상황을 가늠해 볼수 있는 바로미터란 의미다.


인민생활의 불안정성이 장기화 될 경우 ‘3대 권력세습 기반 구축’ 및 ‘2012년 강성대국 건설’을 목표로 하는 북한당국의 계획에도 적지 않은 차질이 예상된다. 남북관계 및 대외관계에서 강공일변도를 달리고 있는 평양정권의 ‘노선 수정’ 여부도 신중하게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