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싱크로 왕옥경, ‘인어공주’ 탄생

북한 싱크로나이즈드스위밍 간판 선수 왕옥경(17)이 아시아를 대표하는 ’인어공주’로 급부상했다.

왕옥경은 7일 싱가포르 토아파요 야외수영장에서 계속된 제7회 아시아수영선수권대회 싱크로 솔로 자유 종목 예선에서 기술과 예술 양면에서 흠잡을 데 없는 연기를 펼쳐보이며 90.50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얻었다.

북한 싱크로가 국제 무대에서 지명도가 떨어진다는 약점 때문에 중국의 후니(93.667점), 일본의 이치카와 치사(91.334점)에 간발의 차로 뒤져 3위에 머물렀지만 왕옥경의 일취월장한 기량은 심판진을 술렁이게 하기 충분한 것이었다.

왕옥경은 이날 붉은색 바탕에 몸통 부분에 금박을 수놓은 수영복을 입고 등장해 러시아풍 ’집시노래’에 맞춰 3분 가량 혼신의 연기를 펼쳤다.

웅장하게 시작된 가락에 맞춰 역동적으로 물살을 헤치며 관중의 시선을 사로잡은 왕옥경은 연기 중반 무렵 음악이 애조띤 색채로 바뀌자 풍부한 표정과 몸짓으로 농익은 연기를 펼쳐 많은 박수를 받았다.

전날 솔로 규정종목에서도 3위에 올라 북한 싱크로 사상 아시아선수권대회 첫 메달의 주인공이 된 왕옥경은 이로써 이번 대회 2번째 메달 획득을 사실상 예약했다.

북한이 아시아선수권대회 싱크로에서 메달과 인연을 맺은 것은 사상 처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걸음마 단계였던 북한 싱크로가 혜성처럼 등장한 17세 소녀 왕옥경 덕분에 싱크로 선진국인 일본, 중국과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 셈이다.

지난 2000년 싱크로에 입문한 왕옥경은 싱크로에 대한 열정에 국제대회 경험까지 보태지며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북한은 지난해 몬트리올 세계선수권대회에 이어 마카오 동아시안게임에도 선수단을 파견하는 등 최근 싱크로에 대한 지원을 부쩍 늘리고 있다.

뭐니뭐니해도 왕옥경의 가장 큰 장점은 물 위로 ’솟구치는’ 능력.

이번 대회에 부심으로 참여하고 있는 김영채 대한수영연맹 이사가 “우리 선수들은 뒤로 갈수록 힘이 빠져 물속으로 가라앉는데, 어쩜 그리 한결같을 수가 있느냐”면서 “산삼을 먹고 뛴 것 같다”고 혀를 내두를 정도다.

김영채 이사는 “우리로선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왕옥경이 솔로에서는 이미 한국을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왕옥경을 키워낸 유종애(38) 북한 대표팀 코치와 왕옥경 자신은 이날 연기가 끝난 뒤 “갖고 있는 실력을 다 보여주지 못했다”면서 진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들은 “내심 2등까지 노렸는데, 연기가 성에 차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왕옥경은 이어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메달을 따는 게 현재의 가장 큰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싱가포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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