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행 : 북한 경제 상황을 알아보는 ‘장마당 동향’ 시간입니다. 오늘 이 시간에는 최근 북한에서 안정적인 돈벌이 사업으로 인식되고 있는 축산업을 알아 볼 텐데요. 어떻게 돼지를 기르고 또 어떤 방법으로 판매와 유통이 이뤄지는지 실태를 짚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설 기자, 돼지를 직접 기르는 주민들이 늘고 있는 상황인가요?
기자 : 북한 돼지축산은 원래 생계를 위한 목적이었다면 이제는 부업으로 하기도 하고 개인기업이 직접 맡아서 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북한에서는 ‘청부업이다’ 이렇게 표현하기도 하는데요. 현재 북한 주민들의 장마당 직업은 태어날 때 주어진 이름처럼 당연한 것 아닙니까. 즉 시장 직업이 주업이라면 돼지 축산업은 부업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전문 돼지축산을 시장 본업으로 수익을 챙기는 주민들도 있습니다.
아까 말씀드린 대로 1980년대 만해도 돼지축산은 생계를 위한 업종이었지만, 최근에는 사(私)기업 형태로 발전했고, 또한 분업화되고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돼지축산에서 중요한 사료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 해볼까 합니다.
진행 : 돼지 축산업이 북한주민들의 시장 주업이 되기도 하고 부업이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인데요. 이렇게 주업으로 삼고 있는 경우에도 돈주(신흥부유층)와 일반주민들 간에 차이가 있을 것 같아요.
기자 : 사례를 들겠습니다. 돈주가 돼지축산업을 하는 경우는 방법부터 다르거든요. 부엌, 전실, 창고, 마당부지에 돼지우리를 단계별로 지어놓고 석 달에 한 번씩 돼지를 판매하는데요. 새끼돼지가 30키로(kg)만 자라면 다음 우리로 옮깁니다. 50키로 정도 되면 또 옮기는 방식으로 기르는 것이죠. 이렇게 기른 돼지를 팔면서 석 달 간격으로 큰돈을 쥐게 되는데요. 북한에서 돈 잘 번다고 인식되어 있는 차판 장사보다 훨씬 안정적이면서도 외화를 몇 배나 벌 수 있는 거죠. 하지만 이런 방식의 돼지축산은 엄청난 자본이 들기 때문에 돈주가 아니면 손도 대지 못합니다.
반대로 특별히 장사능력이 없는 주민들도 돼지축산을 주업으로 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이런 경우에는 돼지새끼 한두 마리를 마루 밑이나 땅굴에서 기릅니다. 새끼를 구입하는 비용도 없어 돈을 꾸어야 하는 형편이거든요. 때문에 자녀보다 더 소중히 정성을 들입니다. 여기에서 문제는 무엇보다 돼지사료라고 할 수 있죠. 돼지 한 마리가 먹는 사료를 계산하면 식구 한사람 비용이 들어요. 이게 밀주 장사를 병행하게 하는 이유죠. 강냉이 100키로 정도 밑천삼아 술을 만들어 팔면 식량 구매비용은 나오거든요. 술 모주는 돼지사료에 이용하면서 8~10개월 후에 돼지를 팔아 생계를 유지합니다.
진행 : 돈주들은 더 많은 돼지를 기른다고 하셨는데, 그렇다면 그 많은 사료를 어떻게 마련하는가요?
기자 : 기본적으로 모주를 사료로 이용하는 건 가난한 주민들이나 같은 방법인데요. 돈주들은 대체로 개인 식당 몇 개와 계약해서 거기서 나오는 뜨물을 정기적으로 구매하거나 식료공장 모주를 대량 구매합니다. 돈주라고 해서 일을 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아마 순간도 쉬지 않고 악착하게 일하는 건 돈주들의 생활방식이라고 말할 수 있는데요. 여기에선 식구들도 다 같이 동원되죠.
세대주, 즉 남편이죠. 남편도 국영공장 출근이 아무리 중요해도 돼지축산에서는 자기 분담이 있습니다. 아침이면 술을 담글 강냉이 마대를 제분소에 맡겨놓고 출근했다가 저녁에는 퇴근하면서 제분가루를 자전거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것이죠. 또 돼지우리 분변을 청소하는 일도 남편들이 주로 하는데요. 아내는 술을 담그고 뽑는 일을 한다면 자녀들은 돼지들에게 먹이를 주는 등 어떻게 보면 온 식구가 목장종업원이 되는 격이죠.
진행 : 어떻게 보면 한 가정이 하나의 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겠네요. 모주를 사료로 사용하는 부분 자세히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기자 : 술을 매일 뽑으면서 나오는 모주가 묽으면 그냥 뜨끈뜨끈 한 채로 돼지먹이통에 쏟아주고, 그렇지 않으면 더운물에 타서 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하면 돼지들이 모주를 먹고 술에 취해서 잠만 자기 때문에 잘 큽니다.
아내 입장에서는 남편이 아무리 술을 좋아하더라도 마음먹고 비싼 술을 산다는 게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술 한 병이 강냉이 두키로 가격과 비슷하거든요. 때문에 남편이 마시는 술 가격을 절약하기 위해 술을 뽑기도 하는 거죠. 또한 일부 주민들은 시장에 내다 팔기도 합니다.
진행 : 듣다보니 궁금한 게 생겼어요. 여기서 밀주를 생산하려면 곡식이 필요하잖아요. 그런 면에서 보면 당국이 통제할 것 같은데, 어떤가요?
기자 : 그렇죠. 양정(糧政)은 곧 정치라고 할 정도로 북한에서 식량은 귀합니다. 당연히 밀주단속이 강하게 진행되는데요. 여기서 법기관들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주민들의 창의성이 기발합니다. 술을 독에 담그는 것이 아니라 커다란 비닐주머니에 담가서 보름동안 옷걸이에 매달아놓습니다. 술이 발효되는 동안 옷장에 걸어놓기 때문에, 법기관이 아니라 김선달이 봐도 감히 밀주라고는 상상하기 힘들죠.
다만 명절이 다가오면 보안서에서는 밀주단속을 구실로 자체 돈벌이가 시작되는데요. 술을 뽑을 때 문을 닫지만, 냉각기를 통해 냄새가 빠져나가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현장에서 단속되기도 합니다. 제꺽(바로) 고양이담배를 주면 무마되고, 그렇지 않을 경우 보안서에서 술독을 그대로 가져가 버리곤 합니다.
진행 : 밀주를 돼지사료로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료 마련이 주민들에게는 정말 쉬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기자 : 네. 그래서 인분을 돼지사료로 이용하는 방법도 나오는 겁니다. 이런 방법은 농촌지역에서 먼저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도시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데요. 변소가 따로 있는 집은 식구들의 변분을 모두 돼지에게 줍니다. 그만큼 사료비용을 절약하는 것이죠. 변소가 없는 주민은 마을공동 변소 인분을 사용하는데요. 공동변소 인분은 오래되어 부패됐기 때문에 반드시 끓여서 돼지에게 줍니다.
이밖에 염소젖도 돼지사료로 이용되기도 해요. 염소젖을 짜서 물로 희석시킨 다음 잡풀들을 넣고 끓여주면 돼지들이 술 모주보다 더 잘 먹고 빨리 크게 됩니다. 염소젖을 먹인 돼지는 보기에는 멋있어 보이지만, 고기에서 노린내가 나기 때문에 잘 팔리지 않습니다. 장사꾼들이 이런 돼지고기를 장기간 팔게 되면 고객을 잃게 된다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최근에는 염소젖 사료는 선호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또한 인분사료를 먹은 돼지고기를 먹고 요충이 생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에는 회충약도 말을 듣지 않아서 애를 먹곤 합니다. 돼지 유통업자들이 통돼지를 구매하기 전, 어떤 사료를 먹고 자랐는지 먼저 따지는 이유인데요. 인분, 염소젖을 먹인 돼지는 가격이 떨어지고요. 술 모주를 먹인 돼지가 시장가격 기준으로 되고 있습니다. 그 외 알곡 뜨물을 먹은 돼지는 고기가 달기 때문에 가장 비쌉니다.
진행 : 사료에 따라 돼지고기 가격이 차별화되고 있는 모습에서도 발달되어 가고 있는 북한 시장의 모습이 그대로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현재 ‘북한 장마당 물가 동향’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자 : 지난주 북한의 쌀값과 환율을 비롯해 북한 장마당에서의 물가 동향 알려드립니다. 먼저 쌀 가격입니다. 평양에서는 1kg당 5100원, 신의주 5020원, 혜산은 49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옥수수 가격입니다. 1kg당 평양은 2060원, 신의주 2130원, 혜산 21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다음은 환율입니다. 1달러 당 평양 8130원, 신의주 8160원, 혜산은 8055원이구요, 1위안 당 평양은 1280원, 신의주 1270원, 혜산 1274원으로 지난주와 비슷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어서 일부 품목들에 대한 가격입니다. 돼지고기는 1kg당 평양 13100원, 신의주 13300원, 혜산 12850원으로 지난주와 별반 차이가 없습니다. 휘발유는 1kg당 평양 10600원, 신의주 10500원, 혜산에서는 10600원, 디젤유는 1kg당 평양 6350원, 신의주 6500원, 혜산은 64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