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시장의 두 얼굴…체제 존속·변화 양면성 가져

북한 시장에 대한 흥미로운 분석이 나왔다.


LG경제연구원은 5일 발간한 북한 시장 관련 보고서에서 “북한 주민들의 사적 경제활동이 활발해지면서 시장경제 영역이 크게 확대되고 있지만, 이를 체제 와해의 직접적 징후로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사회주의경제에서 시장은 계획과 함께 경제활동을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고 말했다.


또한 시장이 확대된 것은 북한 당국이 통제를 강화하지 않고 일부 양성화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한 “북한 체제의 현실을 진단할 때 시장영역이 양적으로 확대되는가 줄어드는가에 일방적으로 의존하기보다는 북한당국의 정책의도가 통제와 완화 중 어느 쪽에 있는가에 대한 판단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북한에서 사적 영역으로 시장이 확대되는 측면이 있지만 이는 사회주의 체제가 보여주는 일시적인 조정현상이며, 당국의 통제 하에 있기 때문에 체제 몰락 징후로 보기 어렵다고 서술하고 있다.


보고서는 ‘항상 위협인가?’ 또는 ‘체제 몰락 직접 징후인가’ 등 오류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논리를 전개해 주장이 지극히 평이해진 측면은 있지만 시장의 양면성을 주목하는 데는 의미 있는 화두를 던졌다고 볼 수 있다.


북한 시장은 체제와 대립적 측면도 있지만 통일된 측면도 물론 존재한다. 모든 사회적 현상은 양면성을 갖게 마련이지만 북한 시장은 그 역할에서 모순관계를 매우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북한 시장은 국가 공급능력 상실을 상징하는 존재이면서도 공급 부재를 메우는 보완적 역할을 하고 있다. 시장의 확대는 북한의 자유도가 증가하는 상황을 가져왔지만 한편으론 체제가 극단적인 상황으로 흐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도 한다. 북한 체제는 매우 강력한 국가공급체제를 지향하지만 경제가 몰락해 그 능력을 상실하자 주민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사적 매매공간인 시장을 대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 생산이나 개인 생산물이 시장으로 몰리고 여기에서 다양한 이윤이 창출되자 개인은 부유해지고 국가는 가난해지는 부의 역전 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북한 당국은 시장 관리비와 각종 공출 및 헌납 운동을 벌이고 극단적으로 화폐개혁까지 동원했지만 일시적이고 부분적인 효과만 거두고 있다.  


시장의 확대는 북한 내 부자와 빈자의 불평등을 심화 시키고 있다. 북한의 신흥 부유층은 대형 아파트에 한국TV와 가전 제품을 갖추고 있고, 외국 유명 브랜드 운동화를 신고 피자를 먹는다. 이러한 신흥 부유층이 크게 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상당수 빈곤층은 강냉이와 풀죽으로 연명하고 있다. 화폐개혁은 이 빈부격차를 더욱 크게 벌려놨다.  


따라서 북한 시장에서는 더 많은 자유와 급진적인 변화를 지향하는 다수와 그렇지 않은 소수가 공존하고 있다. 물론 다수는 가난하고 소수는 부유하다. 장사를 잘해서 남부럽지 않게 먹고 사는 사람은 체제변화를 싫어하고, 하루 벌어 하루 먹는 대다수 영세 상인들은 체제 변화에 대한 의지가 강할 수밖에 없다.


시장의 확대는 북한 주민들의 정체성을 수령에서 돈으로 이동시켰다. 시장의 확대는 주민들의 의식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겉으로는 통제 하에 놓여있는 듯 보이지만 열에 일곱은 위장충성분자로 변화했다. 북한 당국의 말만 믿고 따르던 순진한 주민들이 이제는 장사를 막는 보안원과 멱살잡이를 하는 억척스런 생활인으로 진화한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 등으로 인해 북한 당국은 몇 차례 시장 축소 시도를 한 바 있다. 북한 당국은 2007년 40세 이하 여성 장사 금지, 2008년 국가공급 재개 선언과 공산품 매매 금지, 2009년 화폐개혁 조치와 동시에 장마당 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그러나 이러한 시장에 대한 통제 의지는 결국 번번이 좌절되고 심각한 후유증만 남겼다.


LG경제연구원 보고서는 시장의 확대 여부가 당국의 통제 의지에 달렸다고 하지만 이는 틀린 분석이다. 북한 경제가 회생 불가 상태에 접어든 이상 시장의 역할은 사적 매매에 그치지 않고 국가 공급의 상당부분을 잠식하는 방향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 분명하다. 시장이 북한 당국의 통제 한계를 넘어선 이상 당국은 수세적으로 이를 관리하는 차원에 머물 수밖에 없다. 


물론 북한의 시장 확대 자체가 체제 몰락의 징표라고 보기는 힘들다. 그러나 18세기 봉건사회와 유사한 북한에서 시장만이 유일하게 21세기적 모습을 띠고 있다. 주민들은 시장을 통해 자신들의 곤궁한 처지와 낙후성을 절감하고 있다. 


또한 시장 자체가 혁명의 도화선이라고 보기도 힘들 것이다. 그러나 시장을 통해 잘 자라난 의식은 혁명의 불꽃이 순식간에 광야를 불태우도록 돕는 볏단 역할을 할 것이다. 시장은 북한 주민들의 허기를 달래는 역할과 함께 북한 주민 의식의 진화, 요구의 발전, 혁명 소식의 진원지, 재건의 단초로서의 역할을 차례로 맡게 될 것이다. 이것이 우리가 북한 시장의 확대 필요성을 강조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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