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속도전도 세습?…’천리마→희천→마식령’

북한 지도자의 체제 선전 네이밍(naming)은 필수인가, 취미인가? 북한의 넘쳐나는 선전구호는 대부분 중앙당 선전부의 작품이다. 이들은 스키장 건설에도 거창한 ‘건설 구호’를 갖다 붙였다. 김정은이 마식령 스키장 건설을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가자 북한 선전구호에 ‘마식령 속도’라는 새로운 단어가 탄생했다.


이 마식령 속도는 지난달 초에 북한 매체에 나오기 시작하더니 최근 열린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에서도 이를 ‘방식상학’으로 삼는 문제를 놓고 집중적인 토의가 진행됐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4일 ‘마식령속도를 창조하여 사회주의 건설의 모든 전선에서 새로운 전성기를 열어나가자’는 구호를 결사 관철하는 문제가 토의됐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 박봉주 총리와 로두철 부총리 등 내각 간부와 도·시·군 인민위원회 위원장, 도농촌경리위원회 위원장, 도지구계획위원회 위원장, 도식료일용공업관리국 국장, 주요 공장 및 기업소 지배인들이 참석했다.


남한으로 따지면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해 각 부처 장차관 및 실·국장들, 시도지사 등이 망라한 자리에서 ‘대통령의 중대 공약을 차질 없이 진행해야 한다’는 결의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김정은 시대 ‘마식령 스키장’ 건설은 마치 김정일 때의 평양 10만호 건설과 희천발전소 건설을 떠올리게 한다. 김정일은 강성대국 진입을 선포한 2012년 이전 완공을 다그치기 위해 ‘희천속도’라는 말을 만들어 공사 진척을 다그쳤다.


김일성 때는 1950년대 후반 사회주의 건설운동 일환으로 ‘하루 천(千)리를 가자’는 천리마운동을 실시했는데, 이때도 ‘천리마 속도’라는 말이 만들어졌다. 광복거리 조성 등 평양시 조성사업을 진행하면서는 ‘평양속도’라는 말도 썼다.


북한 지도자의 시간과 질서를 무시한 속도 욕심의 결과는 각종 부작용으로 이어졌다. 평양 10만호 건설에서 수많은 건설 노동자가 안전장비 부족으로 숨지고, 부실공사와 자재 부족으로 건설이 중단된 곳도 발생했다. 일단 짓고보자는 식의 사업이 보인 한계다.


김정일 시대인 2009년 북한은 강성대국 건설을 다그쳐 진행한 ‘150일전투’, ‘100일전투’는 이름으로 속도전을 벌였다. 이 전투로 오히려 자원분배가 왜곡돼 경제는 오히려 후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원은 일정한데 전투라는 명목 하에 한 곳에 집중하다 보니 인민경제 분야는 더욱 움츠려 들었다. 


평양 전기 공급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희천발전소도 공사기간을 무리하게 단축시킨 데다 건설물자인 시멘트가 전용되면서 지금은 댐 균열까지 발생해 발전량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젊은 지도자에게 기대했던 새로움은 없고 진부한 속도전의 반복이 이어지고 있다. 김일성의 헤어스타일에서 연설기법까지 흉내 내는 아바타 김정은에게는 일종의 한계일 수 있다. 


김정일의 평양 10만호는 그마나 의식주(衣食住) 문제라지만, 김정은의 마식령 건설은 주민생활과 동 떨어진 스키장 건설이라는 점에서 그가 얼마나 철없는 일을 벌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김정은은 본인의 취미가 체육이라는 점 때문에 평양에 헬스장, 롤러스케이트장, 수영장, 빙상장을 서둘러 건설했다. 우리 지자체 사업에 불과한 규모의 사업에 혁명구호만 거창하게 붙여놓은 김정은의 모습에서 어떤 변화와 창조, 개선도 읽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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