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추석 명절에 교외로 성묘가는 평양 시민들을 위해 저렴한 요금으로 버스를 제공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평양 시민들을 위한 추석 교통 서비스는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일로, 북한은 이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인민사랑’으로 선전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평양 소식통은 20일 데일리NK에 “지난주에 평양시를 중심으로 추석과 관련한 당원, 근로자 학습반용 정치교양사업 자료가 내려왔는데, 그 안에는 원수님(김정은 국무위원장)께서 나라가 어려운 조건에서도 조상묘를 찾는 인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 시외 (버스) 로선을 조직하고 운송용 가스와 연유(燃油)를 보장해줄 데 대한 지시를 내리셨다는 내용이 포함됐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양시에는 묘지로 쓸 수 있는 산이 별로 없어 대부분의 평양 시민은 조상묘를 평성시, 강서군 등 교외의 산에 모시고 있다. 이에 추석 등 명절에 성묘나 벌초하러 가는 평양 시민들은 벌이버스를 이용해 교외로 나가거나 비슷한 지역에 조상묘가 있는 몇몇 가족들끼리 모여 차를 대절해 가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런데 올해는 국가에서 평양 시민들을 위한 별도 시외버스를 마련해 왕복 교통편을 제공할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고 있다.
실제 지난 13일 추석을 앞두고 평양시 당원과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내려온 정치교양사업 자료에는 ▲방역을 철저히 지키며 추석을 쇠야 한다 ▲혁명적 질서와 사회주의 생활양식에 맞게 추석을 쇠야 한다는 등의 기본적인 내용 외에 성묘객을 위한 교통편 제공에 대한 부분도 담겼다.
이에 따라 내각 육해운성 운수관리국에는 평양시민들을 위해 추석 당일 하루 동안 운영하는 시외버스 노선을 조직하고 운행을 위한 연료도 공급하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평성방향, 남포강서방향, 사리원방향, 상원방향, 대동방향, 승호방향 등 목적지별로 어느 곳에서 언제 버스를 타면 된다는 공고도 다 띄웠다”며 “이렇게 나라에서 로선을 보장해주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평양의 성묘객들을 위해 국가에서 마련한 버스 요금은 벌이버스에 비해 월등히 저렴하다는 전언이다. 성인 1명당 1000원만 내면 왕복 교통편이 보장되는데, 그중에서도 12세 이하 어린이들은 ‘반표’(반값)를 떼도록 했다는 설명이다.
돈주들이 개인운송 사업 형식으로 운영하는 벌이버스 요금은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기본 1만 5000원부터 시작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가가 제공하는 시외버스는 10분의 1도 안 되는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는 셈이다.
소식통은 “이 때문에 추석 때 벌이버스를 뛰려는 돈주들이 확 줄었다”며 “보통 추석이면 돈주들은 어느 지역에 묘가 많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이 많이 이용할만한 구간에 벌이버스를 뛰는데 이번에 평양에서 시외 로선을 보장해준다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소문을 듣고서는 다 돌아선 상태”라고 말했다.
다만 일부 돈주들은 그래도 벌이버스를 이용하려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일단 8인승, 15인승 롱구방(봉고차)을 준비해두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한편, 평양에서는 추석을 맞으면서 각 시장에 제수용 식자재 가격을 인상하지 말라는 공고문이 붙은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알림문은 팥, 콩, 수수, 사탕과자류 등 ‘상선물’(제사상에 올리는 음식)을 특정 지으면서 이를 비롯한 추석 음식용 재료를 파는 매대에서 물건 가격을 인상하면 장세를 3배 올려 받는 식으로 벌금을 부여하겠다는 내용”이라며 “룡흥시장, 통일시장 등 평양 시내 시장에는 물론 평성 옥전시장에도 이런 알림문이 다 붙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