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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에서 가정부(보모)를 두고 있는 당 간부들과 무역업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친척 방문차 중국 옌지(延吉)에 나온 북한 청진 주민 김영옥(가명·41) 씨는 “최근 청진에 가정부로 먹고 사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도 현재 가정부로 일하고 있다. 그는 “가정부로 일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도 않는다. 장사에 능력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제일 좋은 돈벌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김 씨는 “나도 오빠의 보증으로 무역을 하는 오빠 친구 집에서 가정부로 일한다. 가정부도 신용과 믿음직한 사람이 돼야 가능하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북한 당국의 승인을 받아 3개월 가량 친척 방문을 나와 있는 동안 돈을 더 벌기 위해 노래방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다. 그녀는 이 노래방에서 월 300위안을 받는다고 했다.
북한에서는 과거 가정부를 두는 행위를 봉건시대 ‘사노비’를 부리는 것과 같은 개념으로 보고 이를 철저히 금지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신흥부자들이 늘어나고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가정부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
이 같은 실태는 최근 탈북한 탈북자들과 북중 무역상인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드러나고 있다. 심지어 당 간부들까지 집에 가정부를 두는 경우도 흔하다고 한다.
현재 단둥(丹東)에 나와 있는 북-중 무역상 강문석(가명)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북한에서 돈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가정부를 두고 있다. 신의주, 함흥, 청진, 평양 같은 대도시들에서 잘 사는 사람들 중에서 가정부 쓰지 않는 사람 어디 있나? 당 간부들 집에서도 다 가정부를 쓴다”고 말했다.
가정부를 두면 당에서 비판을 듣지 않냐고 묻자, “그런 것까지 트집 잡는 분위기가 아니다. 필요해서 돈을 주고 쓰는 것인데 뭐가 문제 되나. 웬만큼 고정(고지식)한 사람이 아니면 당 간부도 가정부를 쓴다”고 했다.
강 씨는 “부부가 다 장사에 직장에 정신이 없는데 애들까지 있고, 밥은 누가 하고 집은 누가 거둬주나? 가정부가 없으면 집이 엉망이 된다”고 말했다. 그러며서 “가정부가 있으니 낮에 집에 도둑이 들 걱정도 없고 애들도 좋아하고 밖에서 집 걱정 없이 맘 편히 돈 벌 수 있어 너무 좋다”고 말했다.
가정부를 뒀다가 귀중품을 분실하거나 소란이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 “가정부는 아무나 쓰지 않는다. 정말 믿을 수 있는 사람인지 철저히 알아본다. 그리고 믿을 만한 사람에게 소개를 받는다. 내가 아는 사람들은 대부분 친척들을 많이 쓴다. 못사는(가난한) 친척들을 도와주는 것도 되고 친척이라 믿고 가정살림을 맡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정부들은 지역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대개 월 3~5만원(12~18달러)정도를 받는다고 강 씨는 말했다. 또 한 집에서 함께 먹고 살면서 일하는 경우도 있고, 집에서 통근(출퇴근)하면서 일 해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올해 국내에 입국한 탈북자 박명화(가명) 씨도 “신의주에서는 90년대 중반에 벌써 북한 주민들을 가정부로 쓰는 화교들이 있었다”면서 “이후 2000년대 들어와 중국장사로 돈을 번 북한 주민들이 경쟁적으로 가정부를 쓰기 시작한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