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사형을 집행할 때 총살이나 교수형 이외에도 사형수의 머리를 가격해 죽이는 ‘둔기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2011년 입국한 무산 출신 탈북자는 8일 “비공개로 집행되는 이 같은 잔혹한 처형이 시, 도 보안서·보위부·교화소 등에서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다”고 데일리NK에 밝혔다.
예심이 진행 중인 범죄자가 조사과정에서 계호원(간수. 교도관)의 우발적인 구타로 사망하는 경우는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공개돼왔지만, 사형수를 보안서 등 법기관에서 둔기로 가격해 처형하고 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탈북자는 “2000년대 중반 한 교화소에서 계호원이 사형수가 있는 감방으로 들어가더니 다른 수인들의 등을 돌리게 하고 사형수의 머리를 곤봉으로 내려쳐 죽였다”면서 “‘퍽’소리가 나서 그쪽 감방을 보니 사형수가 쓰러져있었다”고 말했다.
청진 출신 탈북자도 “예심(심문)실에 사형수를 불러 앉히고 뒤에서 쇠망치로 머리를 내리쳐 사형을 집행했다”면서 “비공개로 사형을 집행해야할 경우 이런 방식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2012년 입국한 다른 탈북자도 “최근 청진 보안서에서 비공개 처형을 정기적으로 하고 있다”면서 “인신매매 등 범죄자를 대상으로 단봉으로 머리를 내리쳐 사형을 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인성 북한인권정보센터 조사분석팀장은 데일리NK와 통화에서 “많이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지만 1990년대 후반부터 비공개 사형집행 시 머리를 둔기로 때려죽인다는 탈북자들의 증언은 꾸준히 있어왔다”면서 “북한 체제 유지 과정에서 이러한 유형의 처형은 상시 유지됐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에 따르면 비공개 처형은 보통 감방이나 예심실에서 이뤄지고, 필요에 따라 야산에서 행해지기도 한다. 외지에서 이뤄지는 경우는 사형집행 직후 사체 처리를 위해서다. 사형집행 도구는 고무·나무곤봉, 쇠망치, 손도끼의 뒷면 등 단단한 둔기를 이용한다.
사형을 집행하는 계호원은 사형수를 밀폐된 공간으로 불러 의자에 앉힌 후 그 뒤에서 사형을 집행한다. 둔기로 사형수의 급소를 가격해야하기 때문에 이 같은 사형집행을 전담하는 계호원이 따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주민들은 이들을 ‘교형리’라고 부르기도 한다.
김 팀장은 “둔기로 사형을 집행하는 계호원들은 처형 집행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가 심해서 일정시간이 지나면 교체해준다는 증언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규창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머리를 가격해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케이스”라면서 “태형이 있는 나라는 있지만 ‘때려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심각한 인권유린 행위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에서 사형 판결을 받은 범죄자들이 (비)공개로 총살된다는 사실은 익히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공개처형 소식이 외부에 알려지면서 ‘인권유린’ 비판이 일자 북한 당국이 이를 의식해 비공개 처형을 늘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