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람들도 때되면 잘 알아서 한다”

대북 인도주의 지원 단체인 유진벨의 인세반(미국명 스티븐 린튼) 회장은 26일 북한내에서 인도주의 지원사업을 벌이는 민간의 비정부기구(NGO)들은 ‘정치적 중립’ 원칙을 확실히 지켜야 북한 당국과 주민들의 신뢰를 얻어 사업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선교사 자손으로 4대째 한국과 인연을 맺고 있는 인 회장은 이날 오후 서울대 기초교육원에서 ‘조건없이 주는 사랑: 유진벨 재단에서 보는 한반도 통일과 평화’라는 주제로 강연하면서 “통일이 좋은 의미에서 더 가까와지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면 우리도 통일사업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고 “단, 민간차원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방의 정치에 참여하면 안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역설했다.

그는 “정부와 민간이라는 확실한 틀 속에서 북한을 상대하고 (북한) 정부의 시책에 대해 ‘좋다, 싫다’할 필요없이 중립을 지켰을 때 북한도 안심하고 조금씩 마음을 열어준다”며 “일부 한국 NGO 관계자들은 자신을 영웅시해 민간 차원을 지키지 않고 정치적 선을 넘기 때문에 북측이 경계한다”고 말했다.

또 일부 국제 구호단체들도 구호사업 도중 유랑 고아들인 ‘꽃제비들’과 같이 최약자만 지원하겠다며 대외 기자회견을 열었다가 “사회를 분열시켜 어느 사람들만 상대하고 어느 사람들은 안하는 것은 내부간섭, 주권침해로 간주”돼 추방당해 결국 구호활동의 길이 막혔다고 인 회장은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 자란 그는 “70년대초 연세대에 다닐 때 계엄령이 선포되고 휴학해서 순천에 내려가 동창들이 데모하다 두들겨 맞는 얘기를 부친께 말씀드리면서 ‘저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했더니 ‘관둬라. 한국인이 때 되면 잘 알아서 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북한 사람도 때 되면 잘 알아서 한다”는 말로 대북 지원에서 자신의 ‘정치적 중립’론을 설명했다.

그는 분배의 투명성 문제에 대해서도 “나 자신 한국에서 자란 사람으로서 ‘우리들이 지원하는 물품을 재미 교포들이 도와준다는 사실을 북한 주민들이 알아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에서 기부자 명단을 북한에 알려주는 ‘역투명성’ 조치로 기부자 개인이나 단체의 이름을 일일이 물품에 써서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또 “전달받은 결핵 환자의 얼굴도 사진 찍어 기부자에게 알려주는 등 민간의 코 묻은 돈을 (북한 당국과) 싸워가며 중간에 심부름 역할을 투명하게 했더니 북한도 인정하더라”고 덧붙였다.

그는 “지금까지 결핵환자 25만여명분의 약을 북한에 보내 통계상 쓰나미 때보다 더 많은 인명을 구하고 그것도 연 20억-30억원의 돈만 갖고 했는데 최근 미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에 군인 한명 보내는 값이 일년에 10억원이라는 소리를 들었다”며 “민간이 정부보다 훨씬 실속있게 할 수 있다는 엄청난 교훈”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통일은 위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밑에서 심어 추수하는 열매라면 민간없이 통일은 불가능하다”며 “한사람의 막대한 꿈과 결심보다 수만명의 조그만 꿈과 결심이 열매가 된다면 통일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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