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말 평양에서 열린 ‘평양국제프로레슬링대회’를 취재하고 온 서방 언론사들이 북한이 과거와 많이 달라진 모습이지만 일반 주민들의 삶과는 관련이 없어 보인다고 미국의소리(VOA)가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의 ‘워싱턴포스트’는 “북한이 이번 방북 기간 중에도 자신들이 보여주고 싶은 것만 볼 수 있도록 취재를 제한했다”라면서도 “이런 와중에도 북한의 실상을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어 “북한이 자랑하는 문수 물놀이장의 경우 수영복 상점에 기자들을 제외하고 손님이 없고 평양 교외에 새로 건설된 승마장도 이용 흔적이 없고 손님도 없다”며 “실제 상황을 감추려는 북한 당국의 적극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이 어렵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심지어 수도 평양에서도 부유함 보다는 절대 빈곤을 보여주는 사례가 더 많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또한 “이번 방북 기간 중 평양에서 독일의 고급 자동차인 BMW, 아우디 그리고 번쩍거리는 고층아파트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면서도 “이런 것들은 특권층을 달래기 위한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가장 큰 변화상 가운데 하나로 평양 거리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었던 점과 호텔 방에서 광대역 통신을 통해 인터넷을 접속할 수 있게 된 점”이라고 밝히면서도 “북한의 일반 주민들, 심지어는 특권계층 주민들마저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없다”고 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 역시 북한의 변화된 모습을 소개하면서도 주민의 실생활과는 거리가 멀다고 전했다.
파이낸션타임스는 “북한에서도 값비싼 햄버거와 외제차가 주민들에게 인기를 끄는 등 민간경제가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며 “평양의 문수 물놀이장에서는 햄버거 1개가 일반 노동자 월급의 3~5배에 해당하는 1만 원에 팔리고 있지만, 북한 주민들이 비싼 가격에 동요하는 것 같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에서 소매가격이 200달러부터 시작하는 휴대전화가 일상화됐고, 평양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 고급 국수식당 주차장에서는 최신 BMW 자동차가 주차된 모습이 눈에 띄기도 하는 등 민간경제 규모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신문은 “북한 사회에서 진행되는 이런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바뀌지 않는 것은 김 씨 왕조에 대한 개인숭배”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평양국제프로레슬링대회’를 진행했다. 1만 3000여 명의 평양 시민들이 몰려들었으며 북한 당국은 CNN 등 외신 기자들에게 문수놀이장과 승마장 등을 돌아보는 투어를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