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번역본으로 만난 송강·노계·고산

“솔뿌리 베고 누워 풋잠에 얼핏 드니 / 꿈에 한 사람이 날더러 하는 말이 / 그대를 내 모르랴 하늘의 신선이라 / 황정경(黃庭經) 한 글자를 어찌하여 잘못 읽고 / 인간 세상 내려와 우리를 따르는가? / 잠깐만 가지 마오 이 술 한잔 먹어보오”(정철 ‘관동별곡’에서)

“앞 개(강)에 안개 걷고 뒤 뫼에 해 비친다 / 배 떠라(띄워라) 배 떠라 / 밤 물은 거의 지고 낮 물이 밀려온다 / 지국총 지국총 어사와 / 강촌 온갖 꽃이 먼빛이 더욱 좋다”(윤선도 ‘어부사시사’ 중 ‘봄’)

“백만 왜적이 하루아침에 덮쳐드니 / 이 나라 백성들 칼을 뽑아 달려갈 제 / 백골은 무참하게 벌판에 널려 있고 / 서울이며 고을들이 승냥이 굴 되었더라”(박인로 ‘태평사’에서)
중고교 국어교과서나 고전문학 수업시간이면 어김없이 만나게 되는 한국 고전 중의 고전들이다.

송강(松江) 정철(鄭澈.1536-1593)과 노계(蘆溪) 박인로(朴仁老.1561-164),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 임진왜란 전후의 조선중기를 대표하는 문인이며 한국 문학사에서 지울 수 없는 발자취를 남긴 인물들이다.

북한 문예출판사가 기획한 ‘조선고전문학선집’을 ‘겨레고전문학선집’이라는 이름 아래 차례로 국내에 소개하고 있는 도서출판 보리가 신작으로 선보인 ‘강호에 병이 깊어 죽림에 누웠더니’는 이들 세 작가의 주요 작품을 골라 그것을 쉬운 우리말로 옮겨 엮었다. 선집 제목은 송강사가 중 ‘관동별곡’에 나오는 첫 구절이다.

정철 편에서는 관동별곡과 성산별곡, 사미인곡, 속미인곡의 소위 4대 송강가사와 장편시조의 걸작 장진주사(將進酒辭) 외에 시조 83수, 한시 62편을 뽑았다. 박인로 편에서는 태평사(太平詞)를 필두로 누항사(陋巷詞), 선상탄(船上歎) 등의 가사 7편과 시조 67수, 한시 39편이 수록됐다.

윤선도 작품으로는 그의 유고집인 ‘고산유고'(孤山遺稿)에서 추려낸 장편시조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 외에 다른 시조 35수를 만날 수 있다.

작품 해설과 현대어 번역은 1922년 평남 출생으로 서울대 사범대 재학시절 월북해 82년 이후 북한 사회과학원 주체문학연구소장을 역임한 국문학자 김하명이 했다. 이번 한국본에는 해당 원문을 첨부했다. 524쪽. 2만5천원./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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