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배추싹 물난리에 ‘싹’ 쓸려가

북한에서 이달 초 파종해 싹이 갓 트기 시작한 배추가 물난리에 대부분 유실돼 북한 주민들의 ’반년 식량’이라는 김장배추의 품귀 현상이 불가피해졌다.

국제구호기구인 월드비전 관계자는 27일 “배추 종자를 북측에 전달하기 위해 중국 단둥(丹東)의 조선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대표부를 방문했을 때 현지 관계자가 ’이달 초 뿌린 종자가 비에 다 쓸려 갔다’고 걱정스럽게 말을 했다”고 전했다.

경지가 적은 북한의 주민들은 매년 밀.보리.옥수수를 수확한 직후인 7월 하순부터 8월 중순 사이 배추 종자를 뿌려 10-11월 사이 수확해 김장을 담궈왔다.

북한 농업성도 지난달 초 협동농장별 관수시설을 일제 점검한 데 이어 평남 평성시 삼화협동농장에서 ’남새(채소)밭 관수경험’ 시연 행사를 열고 채소종자를 제때 파종해 잘 키울 것을 각지 농장원들에게 당부했었다.

배추밭이 대량 유실된 것으로 전해짐에 따라 월드비전은 2천-4천㏊에 파종할 수 있는 배추종자 2t(4억원 가량)을 긴급히 중국에서 확보해 지난 24일 단둥 민경련대표부에 전달했다.

단둥 대표부 관계자는 “종자를 긴요하게 쓸 것 같다”며 사의를 표시하고 “서둘러 평양에 종자를 보내 분배계획을 짜겠다”고 말했다고 월드비전 관계자는 전했다.

이 종자는 월드비전이 대북 협력사업으로 진행 중인 3천평 규모의 평양 두루섬온실과 만경대 채소생산온실을 비롯해 평남 일대 협동농장에 배분될 것으로 알려졌다.

월드비전 관계자는 “배추 종자를 조속히 뿌리지 않으면 올 가을 북한에서 김장배추 품귀현상이 빚어질 수밖에 없으며 이번에 북측에 전달한 종자도 극히 일부 지역에 파종할 수 있는 양밖에 되지 않는다”며 “종자가 추가 확보되는 대로 북한 농촌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한농업 권위자인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박사는 “고지대나 비가 적게 온 곳은 몰라도 저지대에 파종된 씨앗은 싹이 트자마자 다 떠내려 갔을 것”이라며 “피해 면적이 확인되지 않지만 농장들이 수해를 염두에 두고 종자를 보관하고 있지 않았다면 재파종에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 채소는 얇은 잎이 많은 데 비해 북한 채소는 잎이 두껍고 무게가 많이 나가는 품종”이라며 “남측 종묘 단체들이 배추 종자를 북측에 보낸다고 해도 생육이 잘 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지만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연합

소셜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