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방탄벽·고압선 설치 10월 10일까지 무조건 끝내라” 지시

소식통 "당 창건일까지 완공 이유 세 가지로 밝혀…자재 부족 상황에 현지선 갖가지 부작용도"

북-중 국경 지역에 철조망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데일리NK

북한이 중국과 맞닿은 국경 전(全) 구간에 콘크리트 장벽(방탄벽)과 고압선을 설치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공사를 담당하고 있는 군부대와 돌격대에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일까지 작업을 완료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5일 데일리NK에 “전 국경연선의 방탄벽, 고압선 설치를 10월 10일까지 무조건 끝내라는 당 중앙군사위원회와 내각의 공동지시문이 지난달 26일 내려왔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이번 지시문에서 10월 10일 당 창건일까지 설치 작업을 반드시 끝내야 하는 이유를 세 가지로 밝혔다.

가장 먼저 북한은 지난해부터 국경봉쇄 작전에 투입된 폭풍군단(11군단)의 전쟁준비, 싸움준비가 미달됐다면서 국경 장벽 및 고압선 설치 완료와 동시에 폭풍군단을 국경에서 철수시켜 동기훈련(동계훈련)에 돌입할 수 있도록 준비시켜야 한다고 언급했다는 전언이다.

폭풍군단의 국경 투입 기간이 장기화하면서 최정예부대로서의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군기마저 사그라드는 모습이 나타나자, 이에 심각성을 느낀 당국이 폭풍군단을 서둘러 제자리로 돌려놓기 위한 명분으로 10월 10일 완공을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북한은 국경경비대의 존재감을 더욱 명확히 드러내기 위한 차원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서는 국경경비대가 국경 보위라는 본연의 임무를 단독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여건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점이 강조됐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또한 북한은 현재 국경경비대의 대대적인 교방(주둔지 교체)을 현재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즉, 앞으로 있을 전면 교방으로 국경 보위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게 하려면 장벽 설치를 10월 10일까지 모두 끝내야 한다는 게 당국이 내세운 이유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전 국경연선에 걸친 국경경비대 교방에 대한 제의서가 이미 올려져 당중앙군사위원회 비준만 받으면 되는 상태”라며 “국경경비대가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 틈에 도강(渡江), 밀수 등 각종 비법(불법)행위들이 폭증하면 국가비상방역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하루빨리 장벽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건설부대는 무더기 비가 내리면 작업이 더 어려우니 공사를 빨리 서두르려는 분위기”라며 “고압선에 전기를 넣는 것은 후차적인 문제고 일단 10월 10일까지 변대(전봇대)를 설치하고 2m가 넘는 방탄벽을 쌓아서 외형상으로는 모든 게 다 갖춰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작 현장에는 자재가 부족해 공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자재는 국가가 80%를 보장하고 나머지 20%는 국경을 끼고 있는 도·시·군이 자체로 보장하고 있는데, 2~3일 공사하면 대부분이 거덜 나서 진척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2019년 6월 촬영된 함경북도 국경지대의 모습. /사진=데일리NK

이에 건설 속도를 끌어올리려 양강도 일부 지역에 내려온 내각 돌격대는 한 달 만에 설치를 완료하겠다는 당초 결의와 달리 공사를 끝내지 못하고 여전히 파견지에 머물러 있는 상태로 알려졌다.(▶관련기사 보기: 北, 장벽·고압선 설치 속도 끌어올리려 ‘내각 돌격대’까지 국경 파견)

이렇다 보니 내각 돌격대에서는 갖가지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국경에 처음 와본 내륙 출신의 돌격대원들이 한밤중에도 불빛이 환하게 켜져 있는 강 건너 중국 도시를 보고 “전설의 도시”라는 말을 하며 동요하는가 하면 외부에서 유입된 불법 영상물을 접하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실제 지난달 초 양강도 김정숙(신파)군에서는 방탄소년단 동영상을 보던 30대 중반의 남성 내각 돌격대원 1명이 체포되는 일도 벌어졌다. 소식통은 “밤낮없이 일하면 이런 일이 없겠지만 자재가 없어 5일 중에서 3일을 놀다 보니 메모리를 구해보게 된 것”이라며 “그렇게 몰래 영상을 보다가 직일근무 성원에게 들키면서 결국 돌격대원은 사법기관에 넘겨졌다”고 했다.

이후 6월 중순 군(郡) 보위부, 안전부, 검찰소는 건설부대와 내각 돌격대를 모아두고 신파중학교 마당에서 이 돌격대원에 대한 공개 사상투쟁을 진행했는데, 워낙 트여 있는 장소라 현지 주민들도 모두 이 장면을 목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당시 돌격대원의 행태를 지적하고 나선 한 사법기관 일꾼이 “방탄벽을 세우라 했더니 방탄 적선물(敵宣物)을 봤다”면서 ‘방탄(소년단) 적선물’이란 직접적인 표현을 쓰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알 만한 주민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새어 나오기도 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문제가 된 해당 돌격대원은 본 거주지로 이송돼 현지 보위부에 넘겨진 것으로 알려졌다고 소식통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