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신규 발전소를 건설하던 중 묘지를 무단 철거해 주민들 사이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고 내부 소식통이 5일 전해왔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이날 데일리NK에 “최근 평안남도 덕천 지역에서 자체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중소형 발전소를 건설하면서 산지에 있는 묘지를 일방적으로 철거했다”며 “공사를 주관한 인민위원회 지방공업부는 묘지 철거에 대한 어떠한 사전 통보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소식통은 이어 “주민들은 한순간에 조상의 묘를 잃어버려 울분을 토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당국을 상대로 손을 쓸 방법이 없어 억한 마음을 부여안고 한숨만 쉬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지방 공업부는 ‘해당 지역에 묘지가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는 변명을 늘어놓고 있어 주민들의 공분을 부추기고 있다고 한다.
이와 관련, 김정일은 2000년대 초 모든 묘를 공동묘지로 옮기고 무연고 묘의 봉분과 묘비를 없애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이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평토묘(평평한 묘지)로 된 곳도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북한 지방공업부가 해당 지역이 묘지인 줄 몰랐다고 주장한 것은 이 같은 배경에서 나온 셈이다.
또한 이번 사건은 김정은 시대 강조하고 있는 ‘산림복구 전투’ 정책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본지는 지난 7월 북한 당국이 산림녹화 등을 이유로 평안남도 일대에 도로 주변 묘지 정리, 유골 화장(火葬)을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일방적 산림복구 전투… “길가 조상 묘 파내서 화장해라”)
소식통은 “(당국의 묘지 철거 지시 이후) 조건이 되고 형편이 되는 가정에서는 디젤유와 장작을 가지고 자체로 화장을 했었다”면서 “그렇지 못한 사람은 묘지를 그대로 방치했는데 그것이 이번에 철거됐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당시 산림녹화를 명분으로 내세우며 주민들에게 이장 및 화장을 권했지만 실제로는 발전소 인근 도로를 정리하려는 목적도 내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속 지역 중소형 수력발전소 건설을 주문하고 있는 만큼 지역 당국이 주민들의 불만을 아랑곳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소식통은 “주변에 화장터도 없을뿐더러 디젤유와 장작으로 화장을 하려면 돈이 많이 든다”면서 “먹고 살기 어려워 화장을 하지 못했는데, 이렇게 묘지를 말도 없이 철거한 것은 지나친 처사”라고 말했다.
지난달 초 평양 시장에서 디젤유(1kg)는 약 7,600원, 장작(1㎥) 12만 원 선에서 거래됐다. 경제난으로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북한 주민들에게 화장에 필요한 돈은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 소식통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