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바로 보기] 단편 정보로 국가안보 정책 결정…이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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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금수산태양궁전
북한 평양 대성구역에 위치한 금수산태양궁전 내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동상이 설치돼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Ⅰ. 북한, 어떻게 볼 것인가?

<진정으로 독창적인 정신은 끊임없이 새로워지고자 노력하는 정신입니다. 그리고 그런 새로움은 옛것 을 떨쳐버려야 하는 법이고요. 이건 너무나 자 명한 일이지요. 하지만 옛것을 제대로 파기하려면 우선 기초 공부가 전제되어야 합니다:자명한 이치(코니 팔멘)>

  1. 북한 연구(대북 정보 분석) 현실

가. 귀납적 논증과 한계

(1) 귀납적 논증

영국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인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 1626)이 경험주의 철학을 제시한 이래 귀납적 방식은 자연현상은 물론이고 사회현상을 설명하는 데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주어진 명제를 추론해서 새로운 명제를 제시해 내는 논증에는 연역과 귀납이라는 방식이 있다. 연역 논증은 삼단 논법(모든 사람은 죽는다 → 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 그러므로 소크라테스는 죽는다)으로 논리를 전개하는데, 전제에 이미 결론이 담겨 있어 새로운 지식을 획득할 수 없다.

반면 귀납적 논증은 ‘여러 가지 조건에서 A를 수없이 관찰하고, 관찰된 A가 모두 B의 특성을 보인다면, 모든 A는 B의 특성을 갖는다’라는 결론을 통해 기존 정보에 새로운 사실을 추가하는 지식 확장적인 특성이 있다. 이런 특성으로 인해 귀납은 근대 과학 발전의 방법적 토대가 되었으며, 현재의 IT에 기반한 정보화시대를 이끌어 가고 있는 빅데이터나 인공지능 또한 귀납적 논증 방식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의 핵심적 가치는 크고 다양한 규모의 데이터로부터 신속하게 일정한 패턴을 추출해서, 이를 바탕으로 쓸모가 있는 통찰력을 얻는 데 있다. 2016년 3월에 있었던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 대결은 인간과 인공지능의 대결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과 빅데이터의 대결이기도 했다. 당시 알파고는 프로 바둑기사의 기보 3,000만 개를 학습한 뒤 이 빅데이터에서 대국 상황에 맞는 패턴을 추출해냈고, 패턴 가운데에서 승리 확률을 예측하여 최적의 한 수를 선정하는 방식으로 대국을 했던 것으로, 전형적인 빅데이터 활용의 사례였다.

또 미국 FBI는 유전자 데이터를 활용해 단시간에 범인을 검거하는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공공부문에서도 빅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기업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고객의 행동을 예측해 생산성을 향상하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미디어 콘텐츠 유통기업인 미국의 넷플릭스(Netflix)는 이용자가 대여한 영화목록을 기반으로 새로운 영화를 추천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서 엄청난 성과를 거둔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2) 귀납적 논증의 한계

귀납적 논증은 ‘아무리 많은 예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분명한 참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는 한계가 있다. 바꿔 말하면, 전제가 참이라 할지라도 결론은 거짓일 수 있다는 것이다. 흑조(黑鳥, Black Swan)의 발견은 귀납적 논증이 지닌 한계를 보여 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것이다.

17세기 말까지 유럽인들은 모든 고니(Swan)는 희다고 생각했다. 이 때문에 흑조는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 또는 ‘기존의 관념과는 전혀 다른 어떤 상상’이라는 은유적 표현을 하는 용어로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18세기 오스트레일리아 남부에서 흑고니가 발견되면서 ‘불가능하다고 인식된 상황이 실제 발생하는 것’이란 의미로 변화됐다.

이 흑조의 변형된 의미는, 특히 미국 금융분석가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가 2007년 월가의 허상을 파헤친 저서 「블랙스완」에서 증시 대폭락의 가능성과 국제 금융위기를 예측하면서 널리 사용되었다. 탈레브는 이 책에서 블랙스완을 ‘과거의 경험으로는 확인할 수 없는 관측값’이라고 정의하면서, 경제 대공황과 9·11테러와 같이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거릴 수 있다고 전망했고, 실제로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국제적 금융위기가 닥치기도 했다.

이처럼 흑조의 예는 관찰과 경험에 근거한 지식, 바꿔 말하면 귀납적 논증의 결론이 얼마나 제한적이며 허약한 것인지를 잘 보여 준다. 또 버트런드 러셀은 ‘칠면조의 경험적 판단 오류’라는 비유로 귀납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 칠면조가 한 마리 있다. 주인이 매일 먹이를 가져다주자, ‘친구인 인간이 순전히 나를 위해서먹이를 가져다주는 것이 보편적 규칙이라는 칠면조의 믿음은 확고해졌다. 하지만 추수감사절 오후, 칠면조에게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전혀 예기치 않았던 일이 닥쳤다. 주인의 만찬 식탁에 올려진 것이다! >

칠면조의 경우처럼, 현재까지의 경험에서 도출한 귀납적 결론으로는 미래를 확정할 수 없고 오로지 예측(확률적·통계적 미래)할 수 있을 뿐이며, 그 예측은 잘못된 판단으로 드러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다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사후에 원인 분석을 통해 끼워 맞추기식으로 그 사건에는 확실한 전조가 있었기 때문에 반드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사건이고, 나아가 그 사건이 발생할 수 있음을 예측할 수도 있었다는 식의 생각으로 자위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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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10일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우리군의 전투복과 유사한 디지털 위장무늬 군복을 착용한 북한 군인들이 행진하고 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나. 대북 정보 분석(북한 연구) : 귀납적 방식의 성과와 문제점

(1) 성과

이런 내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귀납은 여전히 강력한 과학적 도구로서 그 지위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대북 정보 판단을 비롯해 북한을 들여다보는 작업도 대부분 귀납적 방식을 동원하고 있고, 성과도 상당하다.

귀납적 방식을 동원한 가장 성공적인 사례는 국방백서를 통해 발표하는 군사력 평가이다. 그런데 일부이기는 하지만, 외부 학자나 전문가들은 국방부의 북한군 병력 규모 평가에 대해 ‘(정치적) 저의가 개입’한 것으로 비판하면서 나름의 방법론을 동원하여 북한군 총병력을 산출하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외부 기관이나 전문가의 평가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

가령 북한군 병력이 100만 명이라는 결과가 나오고, 그야말로 우연히도 그 수치가 북한군 실제 병력과 일치한다고 가정하자. 하지만 100만이라는 수치는, 북한이 인구(2,500만)의 4%에 해당하는 대규모 병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 외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바꿔 말하면, 이들 100만 병력이 어떤 전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어디에 배치돼 있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나 지식을 제공하지 못하며, 결과적으로 유사시에 어떤 전투력을 발휘할 것인가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는 전혀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국방부에서 발표하는 북한 총병력 규모는 병사 하나, 하나를 카운트하다시피 해서 적분(積分)한 편제 병력으로서 거의 실수(實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이를 ‘(정치적) 저의’의 산물로 폄하하는 것은 ‘더닝-크루거 효과’ (Dunning–Kruger effect, 무지할수록 더 강한 자신감을 갖는 인지편향:認知偏向) 이론을 떠오르게 하는 대목이다.

군사력뿐만 아니라 정치, 경제, 사회 등 각 분야의 단편적 사건이나 특정 사안, 예를 들면 ‘북한 장마당 규모와 변화 추이’라든가 ‘북한의 손전화 보급 실태’ 등에 대해서는 귀납적 방식을 동원하여 사실에 가까운 결론과 함께 유의미한 전망까지도 가능하다.

(2) 문제점

이처럼 북한 연구에도 귀납적 방식은 매우 유용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귀납적 논증의 한계와 함께 폐쇄 사회라는 북한 체제의 특성으로 인해 ‘꼭 필요한 시기에 꼭 필요한 내용’을 획득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바꿔 말하면 대북 정보환경이 매우 열악하다는 것이다.

지난 9월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북한군 총격에 피살된 사건과 관련, 군 당국은 다양한 조각 첩보를 분석해 자진 월북으로 추정되는 정황이 있다고 발표했다. 지척에서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출처정보를 활용(외부 학자들의 경우, 대부분은 북한의 공간 문헌이나 보도 매체를 1차 자료로 활용하는 수준이다) 할 수 있는 군의 판단이 3일 어간에 단순 실종→ 월북 추정→ 자진 월북으로 번복된 것이다. 대북 정보환경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 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관련, 지난 2016년 8월 25일 美 합참 차장인 폴 셀바 공군 대장(당시)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연설에서 다음과 같이 발언한 바 있다.

“북한이 위협적인 건 매우 불투명(opaque)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대부분의 정보 기관과 군사 전략가로부터 차단돼 있습니다. 미국이 현재 북한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매우 작은 정보 조각들을 모아 엮은 결과입니다.”

미군 최고위 장성 중 한 명인 합참 차장이 대북 정보 부족이 미국의 안보 위협과 직결돼 있다고 솔직히 시인한 것이다. 그리고 이처럼 취약한 대북 정보환경은 필연적으로 다음과 같은 정보 왜곡 현상을 가져온다.

첫째, 이른바 조각 첩보를 엮어 생산되는 정보는 대부분이 단편 정보(조각 정보)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단적으로 표현하면 맹인모상(盲人摸象)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단편 정보는 사용자들에게 사전적(辭典的)인 지식을 제공해 주기는 하지만, 정확하게 정세 판단을 하고 그에 따른 안보 정책이나 전략을 수립에 필요한 사전(事前) 지식을 제공하기에는 대단히 미흡하다.

더욱이 사용자는 단편 정보를 통해 습득한 지식(당사자는 객관적 지식이라고 생각하지만, 대부분은 편견에 불과하다)에 따라 국가안보 정책을 결정하는 경향이 많다. DJ가 “북한은 핵 개발 의지도 없고 능력도 없다”라고 평가한 것이라든지, MB정부가 「비핵 개방 3000」정책을 추진한 것은 모두가 이런 편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사례는 보수, 진보 정권을 막론하고 수없이 발견할 수 있다.

둘째, ‘첩보가 없으면, 상황이나 사건도 없다’라고 간주해 버린다는 것이다. 안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이런 경향은 가용한 첩보 부족보다도 훨씬 심각한 문제이다. 예기치 않은 위협이 닥쳤을 때의 충격이 더 크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북한 수중전력의 대남침투이다. 북한 잠수함정이 대한민국 영해에 침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상어급 잠수함이 강릉 해안에서 암초에 걸려 좌초된 것(1996년 9월), 양양 해역에서 유고급 잠수정이 정치망에 걸린 것(1998년 6월), 그리고 연어급 잠수정이 백령도 인근에서 천안함을 폭침시킨 것 (2010년 3월) 등 세 번이다. 그동안 우리 군은 대잠 능력을 개선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지만, 북한의 침투 흔적은 한 번도 포착하지 못했다. 확인된 세 번의 침투 외에도 북한 잠수함정들이 ‘은밀성’을 방패로 우리 영해를 안방처럼 들락거렸음이 분명한데도 이를 한 번도 포착하지 못했고, 결과적으로 북한 수중전력이 대한민국에 침투한 적은 한 번도 없게 된 것이다. 다름 아니라 첩보가 없었기 때문에 상황이나 사건도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관찰 대상이나 경험이 없으면 결론을 내릴 수 없는 ‘귀납적 논증’의 결정적인 한계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지난 4월 분분했던 김정은 신변이상설처럼 어떤 사건이나 상황을 성급하게 일반화하는 오류를 범하거나, 심지어 사용자의 요구에 따라 정보를 변형시키기도 하는 등 열악한 북한 연구 환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정보 왜곡 현상은 허다하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