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민족의 경사’에 평양에선 핵미사일 과시하나

한국에서 열리는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최근 남북관계는 극적으로 개선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 21일에는 북한 예술단 사전점검단이 한국을 방문했고, 23일에는 남북 선수들의 공동훈련 사전점검을 위해 한국의 선발대도 북측에 파견됐으며, 25일에는 북한 선발대와 여자 아이스하키 선수단이 한국을 방문했습니다. 그러나 이렇게 숨 가쁘게 전개되고 있는 남북교류와 관계개선의 움직임에는 북한 당국의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아 평창올림픽 이후 남북관계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습니다.
먼저 북한 당국은 평창올림픽에 10명 안팎의 선수를 참가시키면서 230여 명의 응원단을 포함하여 500명에 가까운 예술단과 대표단을 파견하면서 평창을 자신들의 체제 선전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의도를 드러냈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당국은 평창올림픽 개회식 하루 전인 2월 8일을 조선인민군 창건기념일로 서둘러 지정하면서 평창올림픽 전야제를 자신들의 군사력 과시의 무대로 만들겠다는 생각도 내비쳤습니다. 심지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자신들의 오랜 숙원인 한미 연합군사훈련의 영원한 중단을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제재 유지 방침에 대해선 ‘잡소리’라고 비난하는 등 자신들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한국에 커다란 은혜를 베푸는 것처럼 주장하며 제재 해제와 같은 한국 정부의 ‘보답’이 있어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북한 당국의 행태를 종합적으로 평가할 때 우리는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가 ‘민족의 경사’이기 때문에 성공적 개최를 바라는 마음에서 진정으로 도와주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것은 한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한미 갈등을 유발하여 국제사회 최강의 제재를 와해시키고, 핵미사일 능력의 완결성을 갖추기 위한 시간벌기용이라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 등 북한의 비핵화를 주도하고 있는 나라들의 공통된 입장은 남북대화와 남북관계 개선은 적극 지지하지만, 그것이 북한 당국의 비핵화로 이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김정은이 신년 초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나서게 된 이유도 국제사회의 강경한 대북제재와 압박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같은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 국제사회는 평창올림픽에 대한 북한의 참가와는 별도로 대북제재와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습니다. 지난 24일 미국 재무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연계됐다는 의혹을 받는 북한 인사 16명 및 기관 9곳, 선박 6척을 대상으로 한 독자 대북제재안을 추가로 발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8번째로 나온 미국의 독자 대북제재안입니다. 평창올림픽에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참석해서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물 샐 틈 없는 대북공조를 다시 한 번 확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북한 당국은 평창올림픽 참가를 통해 자신들의 위장평화공세를 관철시키지 못할 것입니다.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궁극적으론 핵을 포기하겠다는 결단이 없는 한 북한 당국의 의도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환영을 받지 못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은 더욱 가열차게 계속될 것이고, 최근 북한 주민들이 겪고 있는 심각한 전력난과 유류 부족은 김정은 체제를 뒤흔드는 심각한 악재가 될 것입니다.
이제 평창올림픽이 십여 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김정은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한다면 ‘민족의 경사’를 진심으로 축복하지는 못할망정 재를 뿌리는 행위는 삼가야 할 것입니다. 전 세계 시청자들이 지켜보는 올림픽 무대를 자신들의 체제선전의 무대로 만들려 했다가는 오히려 커다란 화를 입을 수 있습니다. 북한 당국은 이제라도 한국과 국제사회가 절절이 느낄 수 있도록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줘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