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미사일발사.핵실험과 한국 외교

“위기의 순간에서도 협상의 동력을 잃지 않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한 기간이었다.”

북핵 6자회담의 장기 교착 속에 북한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을 강행함으로써 한반도 정국이 일촉즉발의 위기에 빠져들 때 파국을 막으려는 한국의 외교 노력을 정부 당국자들은 이렇게 요약했다.

돌이켜보면 숱한 고비가 닥쳐온 한해였다. 지난해 6자회담 4차회의 2단계회의에서 어렵게 9.19공동성명이라는 옥동자를 출산했지만 곧이어 닥친 `BDA(방코델타아시아) 암초’로 6자회담은 한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그러던 사이 북한은 잇따라 도발을 감행했다. 7월5일(미국시간 4일) 미국의 독립기념일에 맞춰 북한은 미사일을 발사했다. 곧바로 미국을 위시한 국제사회는 유엔 안보리 결의 1695호로 대응했다.

즉각 거부로 맞선 북한은 10월9일 `마지막 카드’로 여겨졌던 핵실험을 강행했다. 분노한 국제사회는 또다시 안보리 결의 1718호를 채택했다. 북한을 더욱 옥죄려는 미국을 위시한 관련국들의 잇따른 제재가 발표됐다.

벼랑 끝으로 치닫기만 하던 북핵 사태는 묘하게도 위기의 순간에 접점을 찾았다.

국제사회가 대북 압박에 박차를 가하던 지난 10월3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중국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부부장의 중재로 극비리에 머리를 맞댄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부상과 미국의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6자회담을 재개한다’는 원칙을 발표했다.

6자회담이 곧이어 열릴 것으로 기대했던 국제사회가 ‘결국 판이 깨지려는구나’는 생각을 할 즈음인 11월28일부터 북미 양측이 다시 베이징에서 회동했다. 이 회동을 계기로 의장국 중국의 적극적 역할 속에 6자회담이 마침내 18일부터 다시 열리게 됐다.

6자회담의 재개를 기다리는 현재의 시점에서 보면 ‘외교의 복원’은 지난한 과정의 산물이었다. 특히 핵실험을 강행한 북한을 제재하려는 국제사회의 분위기 속에서 한국 외교는 대결 국면을 풀고 협상국면으로 전환하는데 주력했다.

한국 정부는 `제재를 추진하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외교적 노력’을 해결원칙으로 고수했다.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이 채택한 결의도 이행하면서 사태를 평화적으로 풀기 위한 노력을 함께 경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직접 움직였다. 북한이 핵실험을 하기 전인 9월14일 워싱턴에서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난 노 대통령은 이른바 ‘공동의 포괄적 접근방안’을 제시했다.

핵실험으로 인해 빛이 바래는 듯 했던 포괄적 접근방안은 이후 북한과 미국 사이를 좁히는 결정적 매개체가 됐다는 평가다.

한국 정부는 특히 중재역할을 함께 맡은 중국과 보조를 맞추는데도 주력했다. 이에 따라 핵실험 여파가 가시지 않았던 10월13일 베이징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국측은 ‘포괄적 접근방안’을 중국측에 설명했다.

중국 측 반응은 특사 파견으로 이어졌다. 6일 뒤인 10월19일 중국은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인 탕자쉬안(唐家璇) 국무위원을 평양에 보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당시 탕 국무위원에게 ‘미국이 우리를 괴롭히지 않으면 핵실험을 추가로 하지 않겠다’며 ‘먼저 6자회담에 들어가겠다. 대신 우리가 들어가면 가까운 시일내에 금융제재를 풀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사실상 국면 전환의 가능성이 열렸다.

북한의 대미협상을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강석주 외무성 제1부상은 별도로 중국 특사단을 상대로 브리핑까지 해 북한의 6자회담 복귀 의지를 내비쳤다.

그러나 미국은 “새로운 게 없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목에서 정부의 외교적 노력이 다시 한번 빛을 발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정부는 다가오는 중간선거를 계기로 부시 행정부가 북한과 모종의 타협을 할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중국과 긴밀히 협의한 결실이 바로 10월31일 전격적으로 이뤄진 북.미.중 비밀회동이다. 포괄적 접근방안을 통한 지속적인 대북 설득 노력이 이 회동의 밑거름이 된 점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는 6자회담의 재개를 기다리고 있다.

협상국면으로 전환하는데는 성공했지만 아직도 갈길은 멀다. 실질적으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설계도가 만들어지기까지는 험난한 노정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역시 핵개발을 체제 유지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로 삼고 있는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며 관건은 이를 위해 외교적 노력이 얼마나 효과있게 전개되느냐다.

결국 확실한 체제보장을 전제해달라는 북한과 `진정성있는 핵폐기 조치’를 요구하는 미국 사이에서 다시 한번 한국의 적극적인 중재역할이 기대되고 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