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물자‧의료품 비축사업 10월까지 완료” 지시…현실은 ‘참담’

7월 비상방역 장기화 일환 全기관에 과제 부여...소식통 "지방선 약품 없어 치료 못해"

지난 7월 하달된 비상방역 장기화에 대비한 북한 당중앙위원회 내부 지시문. /사진=데일리NK 내부 소식통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비상방역 장기화에 대비한 물자 비축사업을 ‘10월까지 끝내라’는 북한 당중앙위원회 내부 지시문을 최근 본지가 입수했다.

3일 데일리NK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7월 비상방역 장기화 관련 당중앙위원회 지시문이 각 지방 당위원회는 물론 국가보위성과 사회안전성 등 보위기관에도 하달됐다.

일단 당국은 지시문을 통해 ‘비상방역 상황의 장기성에 대비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을 안정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국가적 대책 수립’과 함께 경제지도기관들에서는 현 비상방역 조건에 맞게 경제조직사업과 지휘를 치밀하게 진행하라고 강조했다.

또한 “도, 시, 군 비상방역사단, 연대들에서 국가적인 위기 발생에 대처하기 위한 방역물자들과 의료품들의 비축사업을 10월까지 끝내며 보건성에서 비축용 의료품들에 대한 교체사업을 책임적으로 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코로나 봉쇄를 이어가기 위한 당국이 외부 지원이 아닌 내적으로 의료 시스템 마련해보라는 의지를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서 지시문이 하달된 ‘시점’도 주목된다. 6월 말 개최한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방역 관련 ‘중대 사건’을 언급하며 간부들을 크게 질책한 이후 바로 나왔다는 점에서다.

이는 당시 군량미 수급을 위해 방역 수칙을 고위 간부들이 어겼다는 점을 보고 받은 김 위원장이 이들에게 과도한 과제를 주는 방식으로 기강 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다만 이 지시문에 따라 당, 행정, 보위, 안전, 군대(특수기관 포함)에 이르는 모든 기관에서 물자 확보 사업에 나섰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이와 관련 세계보건기구(WHO)의 에드윈 살바도르 평양사무소장은 지난달 7일(현지시간) AP통신을 통해 북한 당국이 중국 다롄에 묶여 있던 WHO와 여타 유엔 기구들의 보급품 운송을 허용했다고 밝혔다. 긴급 의료키트, 의약품 등 몇몇 방역 품목이 북한 남포항에 도착해 검역 과정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현물 확보에 어려움을 겪은 북한이 불가피하게 외부 지원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지방에서는 아직도 의약품 부족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수도 평양을 중심으로 의약품 비축 및 분배를 진행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실제 양강도 인민병원의 경우, 질병 및 전염(열)병 증상으로 병원을 찾는 주민들이 많지만, 의약품 부족으로 진단과 치료가 병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혜산시의 리 모(40대) 씨가 지난달 중순 염증 치료를 위해 혜산시 인민병원을 찾았지만 페니실린을 맞으라는 진단만 받고 치료를 받지 못하고 병원문을 나섰다. 그러나 시장에서도 약품 구매가 쉽지 않아 병세가 더 악화됐다고 한다.

소식통은 “지난해부터 하늘과 땅 바다가 모두 봉쇄된 상황에서 어떻게 방역물자, 의료품을 비축하라는 것인지 모르겠다‘면서 ”의약품 부족으로 환자치료도 어려운 실정에서 비상방역 장기화에 대비해 물품을 확보하라는 것은 사실상 현실과 괴리되는 불가능한 지시”라고 지적했다.

한편, 북한은 지시문을 통해 “도, 시, 군들에서 격리 장소들을 잘 꾸리고 식량과 부식물을 제대로 보장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코로나 의진자(의심환자)를 관리하는 전문 격리시설 설치 및 체질 개선을 지시했다는 것으로, 이 또한 비상방역 장기화에 대비한 조치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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