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매체가 지난 2011년 중동 지역에서 연쇄적으로 일어난 반 독재 시위인 ‘아랍의 봄’을 비판하며 체제 단속에 나서고 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9일 ‘아랍의 봄이 가져온 비극적 후과’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문가들을 인용, ”에짚트(이집트)와 뜌니지(튀니지), 리비아, 예멘 등 북 아프리카와 중동 지역의 여러 나라들이 겪고 있는 비극적인 운명은 ‘아랍의 봄’에 말려든 데 있다”며 “2011년의 ‘아랍의 봄’으로 인한 장기적인 전란은 지역 나라들을 만신창(만신창이)으로 만들고 주민들이 살 곳을 찾아 정처 없이 떠돌아다니게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신문은 “이 나라들에서는 정권 붕괴라는 비극이 련속적으로(연속적으로) 일어나게 되었으며, 오늘과 같은 참상이 빚어지게 됐다” 덧붙였다.
북한은 지난 2월과 4월에도 아랍의 봄을 예로 들며 기사를 내보낸 적이 있다. 다만 당시엔 미국의 대외정책에 초점을 맞춰졌다면 이번에는 내부 불만 세력에 방점을 두고 있다.
노동신문은 “서방은 중동과 북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들을 예속시키고 자원을 략탈(약탈)할 음흉한 목적 밑에(아래에) 불순 세력들을 부추겨 이 나라들에서 반정부 소요를 일으키게 했다”며 “(불순 세력을) 민주주의세력으로 둔갑시키고 무기와 자금까지 대주면서 테로(테러)를 비롯한 범죄 행위들을 저지르도록 내몰았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이 아랍의 봄을 내부 불순 세력들에 의한 반 정부 소요라는 것을 강조하고 외부용 선전 매체가 아닌 북한 주민들이 볼 수 있는 노동신문에 기사를 내보냈다는 점에서 이번 기사는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불만을 단속하기 위한 목적인 것으로 보인다.
실제, 북한 당국은 주민들에게 당(黨) 정책에 불만을 표출하는 것은 용서하지 않는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며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관련기사: 北, 내부 주민들 입단속…”당 정책에 불만 표출 용서 안해”)
또한, 올해 가뭄과 폭염이 덮쳐 작황이 좋지 않아 북한의 곡물 가격이 불안정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당국이 곡물 가격 불안정에서 나오는 주민들의 불만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의도도 담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아랍의 봄의 확산 원인 중 하나로 곡물 가격 불안정이 거론되는 것을 의식한 조치로도 분석된다.
본지가 격주로 조사하고 있는 북한 장마당 동향을 분석한 결과 최근 지난 8월 초 평양에서 쌀 가격은(1kg 기준) 북한돈 4,750원이었는데 11월 초에는 5,000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통상적으로 북한의 쌀가격은 추수철이 지나면서 안정세를 보여왔지만 올해는 소폭이지만 상승한 것이다.
한편, 북한은 그동안 아랍의 봄을 2000년대 구 소련 연방 국가와 중앙아시아에서 번진 정권 교체 운동인 ‘색깔 혁명’과 같다고 비난해왔다.
노동신문은 지난 2014년 8월 “북 아프리카와 중동의 일부 나라들에서 일어난 ‘아랍의 봄’은 미국식 민주주의를 내리 먹일 목적으로 미국이 주도하여 일으킨 ‘색깔 혁명’이였다”며 “’색깔 혁명’은 사회적 불안정과 정치적 혼란, 무질서를 초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