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만경봉92호, 출발할 때 편도 연료만 싣고 남한行”



북한 예술단을 태운 만경봉92호가 지난 6일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 인근 해안에 접안해있다. / 사진=연합

북한의 만경봉92호가 우리 정부의 유류 제공 없이 지난 10일 북측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선박이 “출발할 때부터 남측으로 가는 편도 연료만 싣고 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지난 13일 중국에서 북한을 연구하는 한 전문가는 “만경봉92호가 북측에서 출발할 때 남측으로 가는 편도 연료와 이것의 10% 여유분만을 실었다”는 북한 관리의 말을 인용해 데일리NK에 밝혔다.

만약 사실이라면 우리 측이 만경봉92호가 북측으로 돌아갈 수 있는 유류를 제공했다는 것이고, 이것은 북측의 유류 요구 철회로 연료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는 정부 발표와 대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부는 지난 6일 “2002년 아시안 게임 등 전례에 준해 만경봉호에 음식과 기름, 전기 등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논란이 일자 통일부는 점심 무렵 “편의 제공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바도 없다”며 입장을 바꿨다.

이후 이날 오후 4시 50분께 북한 예술단원을 태운 만경봉92호가 동해시 묵호항 연안여객선터미널에 입항했다. 북측은 만경봉92호 입항 직후 우리 정부에 등유와 난방용 경유 등 유류 500t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는 대북 정유공급 상한을 연간 50만 배럴로 제한하고 있다. 북측이 요구한 것으로 알려진 500t은 약 3950배럴에 해당하는 양으로 유엔 대북 제재 상한선에는 못미치나 정부 차원의 유류 지원은 상징적인 의미가 될 수 있다.

다음날인 7일 통일부는 “북측의 유류 지원 요청이 있었으나 현재는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우리 정부는 북측이 유류를 요청한 6일부터 나흘간 유류 지원 여부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유류 제공 여부를 두고 제공량, 조건 등 남북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북측이 먼저 유류 제공 요구를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9일 통일부 관계자는 “만경봉92호에 대해 유류를 지원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히면서 “북한이 협의 과정에서 ‘폐를 끼치지 않는다는 차원에서 받지 않겠다’는 언급을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결국 만경봉92호는 유류 요구 철회 다음 날인 10일 묵호항을 떠나 북측으로 돌아갔다. 

만약 북한이 돌아갈 기름이 있는데 한국에 유류 제공을 요청했다면 유엔의 대북 제재를 무력화하기 위한 시도이고, 북한에 돌아갈 기름이 없었다면 우리 정부가 유류를 일부 제공했다는 뜻이 된다.

한편 만경봉92호가 편도 연료만 싣고 한국에 왔다는 소식을 전한 북한 관리는 “이번에 남측이 제반 시설이나 물품을 제공해줘야 다음에 남측 고위급 대표단이 평양에 올 때 대화하기가 수월하지 않겠느냐”는 언급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북측은 만경봉92호를 이용한 예술단 방남 경로를 남측에 통보하기 전부터 남측이 제공하는 물품을 선박에 실어갈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뿐만 아니라 북측은 애초부터 문재인 대통령을 평양으로 초청해 남북 회담을 진행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며, 남측이 만경봉92호에 실어 보내는 선물을 기준으로 회담의 수준을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남측이 제공할 것으로 예상했던 제반시설이나 물품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중국의 북한 전문가는 “유류가 중심이 될 것이고 음식, 옷가지 등 생필품과 기념품까지 기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 전문가는 또 “북한에서 평창 올림픽에 참가하자는 얘기는 지난해 여름부터 나왔다”며 “문재인 대통령 평양 초청에 대한 남과 북의 물밑 작업도 이번에 결정된 것이 아니라 오래 전부터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국제 사회의 대북 제재로 인해 북한 경제 상황이 좋지 않기 때문에 북한은 이번 기회를 잘 살려 대북 제재 문제를 타개하려는 의지가 강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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